‘섬처녀의 그리움’ 담은 애수(哀愁)어린 노래 멘트…“남몰래 자라난 꽃 꺾지나 말지”
김장실의 노래 이야기(66)바다가 육지라면(정귀문 작사, 이인권 작곡, 조미미 노래, 19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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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부터 박정희 정부에 의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경제 근대화 작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희망의 상징인 도시로 갔다. 도시로 간 그들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 당시 일고 있는 경제개발의 붐을 타고 열심히 노력하여 평소 이루고자 하였던 꿈을 어느 정도 성취하였다. 이렇게 시절인연을 잘 만나 급작스럽게 계층상승 이동을 한 남자들은 자신이 애써 닦았던 기반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도시의 양가집 규수들과 사귀며 혼인을 하는 일이 잦았다.
  
  이렇게 되면 도시로 오기 전 농촌에서 서로 사랑하며 결혼을 약속했던 여인과의 사랑은 이내 파탄에 직면하게 된다. 사실 촌(村)에 남은 여인들이 도시로 가서 성공한 남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너무나 출세한 남자와의 신분의 차이에서 오는 사회적 거리감 때문에 갈 수도 없다.
  
  이 당시 수많은 대중가요, 영화, 라디오 드라마는 도시로 간 남자의 출세로 이렇게 버림받은 시골 여인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이 경우 대체로 1) 남자는 서울로 가서 성공하고, 2) 여자는 섬에 남으며, 3) 남자의 출세라는 바다 때문에 다가가지 못해 헤어진다는 도식이 생겼다. 바로 1964년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와 1967년의 <섬마을 선생님>, 1967년 남진의 <가슴 아프게>, 1970년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은 그 시대 유행한 그런 비극적 정조(情調)를 그린 대표적인 노래들이다.
  
  1969년 작사가 정귀문은 경북 경주시 감포읍 나정리 해수욕장에서 일렁이는 파도와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이 노래의 모티브를 찾았다고 한다. 그는 어두운 현실을 벗어나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가고픈 곳, 갖고 싶은 것을 찾아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은 바람”을 상상하며 노랫말을 만들었다. 이런 취지를 담은 정귀문의 가사를 살린 작곡가 이인권의 곡을 제대로 해석한 조미미의 노래는 크게 히트하면서 데뷔 5년 만에 그녀는 가요계의 정상(頂上)에 올랐다.
  
  특히, ‘가면은 어서 오고, 오면 가지 말아야지. 구름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떠나는 님아. 한 백년 같이 못살 인연이라면 섬 속에서 남몰래 자라난 꽃이라며 꺾지나 말지’라는 조미미의 노래 멘트가 오로지 도시로 떠난 그님을 그리며 섬에 망부석(望夫石)처럼 서있는 외로운 처녀의 애틋한 그리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정귀문이 작사한 이 노래가 한때 크게 인기를 끈 것을 계기로 2009년 나정해수욕장에는 <바다가 육지라면> 노래비가 세워졌다. 또한 2020년 8월 23일 재단법인 경주문화엑스포는 <동리. 목월. 정귀문 선생 그리고 시와 노래>라는 제하의 정귀문 선생 추모공연을 열었다.
  
  1947년 전남 영광에서 출생하여 목포에서 자란 가수 조미미는 1964년 목포여고 1학년 때 목포방송국 전속가수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하였다. 그녀는 1965년 동아방송국 주최 <민요가수 선발 콩쿠르 가요 백일장>에서 김세레나, 김부자와 함께 입상한 것을 계기로 1965년 <떠나온 목포항>으로 가요계에 데뷔하였다. 그 후 본명이 조미자인 그녀는 지구레코드사 소속으로 활동하였는데, 같은 회사에 소속된 가수 이미자와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작곡가 김부해가 조미미라는 예명(藝名)을 지어 주었다.
  
  육남매의 맏이로 태어난 그녀는 홀어머니와 다섯 동생들의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자주 일본 공연을 다녔다. 1969년 그녀는 <여자의 꿈>을 불러 인기를 얻었고, 1970년에는 <바다가 육지라면>을 불러 인기가수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애수(哀愁)어린 아름다운 목소리로 그녀는 <사랑은 장난이 아니랍니다>, <서산 갯마을>, <먼데서 오신 손님>, <선생님>, <동창생>, <단골손님>, <서귀포를 아시나요> 등 인기곡을 발표하여 힘겹게 살아가는 대중들을 위로하였다.
  
  1942년 경주시 현곡면에서 태어난 정귀문은 1967년 세광출판사 신인 작품 공모에서 <만추>가 당선되면서 작사가로 데뷔하였다. 그는 1968년 KBS 방송가요 <숲 속의 외딴집>을 발표하였고, TBC 신가요 박람회에서 <그림>이 선정되었다. 평생 경주에 거주하며 포항 MBC 개국 이후 49년간 방송프로그램을 담당한 그는 배호의 <마지막 잎새>,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 최안순의 <안개 낀 터미널> 등 ‘서정적이고 향토색’이 물씬한 가사 1000여 곡을 작사하였다.
  
  <바다가 육지라면>
  
  얼마나 멀고먼지 그리운 서울은
  파도가 길을 막아 가고파도 못갑니다
  바다가 육지라면 바다가 육지라면
  배 떠난 부두에서 울고있지 않을 것을
  아~~바다가 육지라면 눈물은 없었을 것을
  
  어제 온 연락선이 육지로 가는데
  할 말이 하도 많아 목이메어 못합니다
  이 몸이 철새라면 이 몸이 철새라면
  뱃길에 훨훨 날아 어디론지 가련만은
  아~~바다가 육지라면 이별은 없었을 것을
  
  
  
  
[ 2021-06-05, 04:4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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