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고아・서울예고 중퇴의 독학(獨學)가수가 만든 1970년대 ‘청년문화’ 상징곡
김장실의 노래 이야기(68)왜 불러(송창식 작사・작곡・노래, 1975년)

김장실(前 국회의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1970년대는 한국 정치사에서 체제변동이 일어나는 격동의 시대였다. 미중(美中)수교, 남북화해 등 국내외 정세 급변 등을 이유로 박정희 정부는 1972년 10월 그간 권위주의 정부의 외피 속에 유지되어 왔던 민주헌정 체제를 일거에 뒤집는 유신헌법을 선포하였다. 더구나 1975년 4월 30일 월남이 패망하자 박정희 정부는 총력안보 체제를 구축한다며 더욱 철권을 휘둘렀다.
  
  한 마디로 말해 이 당시 정치적으로 권위주의 정부이고, 사회적으로 억압적 분위기가 아주 강했다. 야당, 반체제 인사, 대학생들이 연합전선을 형성하여 민주화를 요구하며 권위주의적인 유신체제에 도전하자 박정희 정부는 강력한 긴급조치를 1호부터 9호까지 잇따라 선포하며, 반체제 인사들을 구속하는 등 야권의 정치적 도전 활동을 원천봉쇄하려 하였다.
  
  이런 억압적인 정치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은 통기타의 반주에 포크송을 부르며 청바지를 입고 생맥주를 마시며 유신체제가 강요하는 획일적인 규제에 은근히 반발하면서 그들 나름의 청년문화를 꽃피어 가고 있었다. 이에 대해 유신정부는 퇴폐풍조를 없애 건전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지속적으로 단속하는 등 시민사회의 사적(私的) 영역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훈육정부’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1975년 하길종 감독은 윤문섭, 하재영, 이영옥, 김영숙을 주연배우로 캐스팅하여 소설가 최인호의 소설 <바보들의 행진>을 영화로 만들었다. 막걸리 마시기 대회, 단체미팅 등 낭만이 넘치는 대학생활과 함께 장발단속, 무기한 휴강 등 젊은이들의 좌절과 무기력을 표현한 이 영화는 주인공 병태가 입대하고, 영철은 자살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처럼 암울한 정치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유와 낭만을 갈구하는 젊은이들의 희망을 그린 이 영화는 17만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에는 <왜 불러>와 <고래사냥> 등 두 주제곡이 삽입되었는데, 특히 주인공들이 경찰관들의 장발 단속을 따돌리고 도망가는 장면에서 <왜 불러>라는 노래가 나온다. 그 당시 흔히 있었던 길거리에서 장발을 단속하는 경찰관이나 데모대를 연행하고 취조하는 정보기관원에 대한 반체제 인사들의 항변 혹은 조롱의 상징으로 송창식의 <왜 불러>가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이런 이유 등으로 경찰 등 관계당국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 노래를 공무집행 방해, 시의 부적절, 퇴폐 등 여러 가지 이미지로 연상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이 노래는 금지곡이 되었다. 그러나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송창식도 왜 이 노래가 그렇게 되었는지 그 사유를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공개적인 심의절차도 없이, 당사자도 모르는 가운데 이 노래는 금지되었고, 작사가 김지평은 이를 일러 ‘귀신(鬼神) 금지곡’이라고 한다.
  
  가수 송창식은 1947년 인천 출신으로 6·25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 신세였다. 그는 가난으로 서울예고를 중퇴하고, 홍익대 근처에서 야간경비를 하며 홍대 잔디밭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가 연예기자 이상벽의 소개로 세시봉에서 개최되는 ‘대학생의 밤’에 출연하였다. 그는 이곳에서 후일 일류 가수의 반열에 오른 소위 명문 대학생 출신 가수 조영남,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등을 만나 가요계에 입문하였다.
  
  1967년 그는 윤형주와 ‘트윈 폴리오’를 결성하여, 1968년 <하얀 손수건>을 발표하였다. 1970년 윤형주가 미국 유학을 가자 솔로로 독립하여 1971년 <창 밖에는 비 오고요>를 발표하였다. 1974년 <피리 부는 사나이>로 인기를 많이 얻었고, 1975년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삽입된 <왜 불러>, <고래사냥>, <한번쯤> 등 세 곡이 한꺼번에 히트하여 가요계의 정상에 올랐다. 또한 <가나다라>, <담배 가게 아저씨>, <새는>, <참새의 하루>, <토함산>, <맨 처음 고백>, <딩동댕 지난 여름>, <우리는> 등을 히트시켰다.
  
  이런 인기곡들로 인해 그는 1978년부터 3년 연속 MBC 10대 가수상을 받았다. 음악 평론가 강헌은 천재적인 싱어송라이터인데다 가창력이 몹시 뛰어난 그를 ‘가왕(歌王)’ 조용필과 쌍벽을 이루는 가수로 평가하고 있다.
  
  
  <왜 불러>
  
  왜 불러 왜 불러 왜 불러 왜 아픈 날 불러
  왜 불러 왜 불러 왜 아픈 날
  두 팔을 벌려 나를 꼬옥 안아줘
  
  저 푸른 바다 밑 파란 물결 속에 떠다니는 외로움
  누가 날 불러 여기까지 왔는지
  더 이상 나도 날 사랑할 수조차 없다는 걸 아는데
  뒤에서 나를 부르는 건 누구야
  
  다가오지 마 (그럴 순 없어) 날 내버려둬 (다시 생각해)
  그 누구도 날 진정 사랑해준 사람 없었어
  난 꿈이 없어 (내 손을 잡아봐) 날 잡은 건 너의 실수야
  나보다 더 좋은 여잔 얼마든지 있는데
  
  왜 불러 왜 불러 왜 불러 왜 아픈 날 불러
  왜 불러 왜 불러 왜 아픈 날
  순간이 아닌 영원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원해
  
  왜 불러 왜 불러 왜 불러 왜 아픈 날 불러
  왜 불러 왜 불러 왜 아픈 날
  두 팔을 벌려 나를 꼬옥 안아줘
  
  다가오지 마 (그럴 순 없어) 날 내버려둬 (다시 생각해)
  그 누구도 날 진정 사랑해준 사람 없었어
  난 꿈이 없어 (내 손을 잡아봐) 날 잡은 건 너의 실수야
  나보다 더 좋은 여잔 얼마든지 있는데
  
  왜 불러 왜 불러 왜 불러 왜 아픈 날 불러
  왜 불러 왜 불러 왜 아픈 날
  순간이 아닌 영원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원해
  
  왜 불러 왜 불러 왜 불러 왜 아픈 날 불러
  왜 불러 왜 불러 왜 아픈 날
  두 팔을 벌려 나를 꼬옥 안아줘
  
  그렇게 우린 시작했고 결혼하기로 했어
  저 바다가 너를 내게 보내준 거야
  
  
[ 2021-06-07, 08:2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