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박사 “UFO 납치 경험자들의 주장은 망상·환각·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연재] 12. UFO에 납치된 사람들 이야기/코넬대 교수 “엄청난 주장을 하려면 엄청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에게는 이런 증거가 없다. 그가 들은 이야기와 이들이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자신의 판단만 갖고 사실이라 주장하고 있다.”

金永男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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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총 다섯 개의 UFO 납치 현상 경험 사례를 소개했다. ‘우주선에서 정자를 채취당했다’, ‘괴생명체가 면도기 같은 걸로 자궁 쪽을 비볐다’, ‘나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외계인이다’, ‘외계인이 7세 때 배 속에 무언가를 집어넣었다가 13세 때 배에서 아기를 빼냈다’, ‘외계인들이 내 전생(前生)을 보여줬다’는 내용이었다. 하버드 의대 정신과 과장을 지낸 존 맥 박사가 1994년 쓴 ‘납치’라는 책에는 총 13개의 사례가 소개돼 있다. 가장 간단한 사례부터 복잡해지는 사례 순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지금까지 소개한 사례도 사실이라 믿기에는 황당한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또한 하버드 의대라는 최고의 기관에서 활동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해서 무조건 믿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겼다.


이런 궁금증 때문에 1994년도 책 출간 당시의 기사를 찾아봤다. 인터넷이 도입되기 전이기도 하고 여러 언론사들이 이때까지의 기사에 대한 디지털화 작업을 하지 않은 곳이 많은 것 때문인지 많은 기사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 1994년 3월 20일자 뉴욕타임스(NYT) 주말판 잡지에 실린 장문(長文)의 기사를 찾았다. 제목은 ‘존 맥’이다. 부제는 ‘인간들이 외계인에 납치됐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버드 정신과 의사는 이것이 사실이라고 장담한다!(Human report abduction by aliens! Harvard psychiatrist swears it’s true!)’이다. 일반적인 책 홍보 기사가 아니라 존 맥 박사는 누구인지, 왜 이를 사실로 믿는지, 주변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포괄적으로 취재한 심층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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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3월 20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존 맥 박사 관련 기사(출처: 뉴욕타임스 캡쳐)

 

이 기사는 외계인과 성관계를 맺어왔고 하이브리드 아기, 즉, 인간과 외계인의 혼종(混種) 아기를 만들었다는 피터 파우스트와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지난 1년 반에 걸친 8차례의 최면 치료를 통해 이런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됐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난 뒤 이런 최면 치료를 진행한 사람이 퓰리처상 수상자인 하버드 대학교 정신과 의사 존 맥이라며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NYT는 하버드 의대의 캠브리지 병원에서 근무하는 64세의 맥 교수에게 지난 몇 년간 100여 명의 UFO 납치 경험자들이 찾아왔었다고 했다. 이들은 맥 박사를 찾아와 외계인과 반복적으로 성관계를 한 이야기, 항문 검사를 받은 이야기, 정자와 난자를 추출당한 이야기들을 해왔다고 했다. 프로이트파(派) 정신 분석가인 존 맥은 이를 매우 흥미롭게 받아들였고 지난 30년간의 정신과 생활 중 들은 가장 충격적인 내용의 이야기들이었다고 했다. NYT는 “맥 박사가 이런 환자들에 대해 갖고 있는 관심이나 이에 대한 내용을 책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충격을 받을 부분은 그가 이들을 믿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또한 지금까지 외계인과 만났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책은 여럿 있었지만 존 맥 박사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쓴 책은 없었다고 했다.


맥 박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람들하고 처음 이야기를 나눴을 때 정신 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이들이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정신적인 측면과 관계가 없는 것 같았다”며 “정신 문제가 아니라 트라우마를 겪은 것처럼 행동했다”고 했다. 그는 “트라우마라는 것은 외부 요인으로부터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맥 교수는 ‘악몽(惡夢)과 인간의 갈등’이라는 책도 썼는데 악몽 문제에 있어서도 전문가였다. 그는 “이들의 이야기는 꿈이 아니었다고 본다”고 했다. 이들 모두 이야기하는 것이 일관성이 있었다고도 했다. 또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맥 박사는 “이들은 자신들이 이런 일을 겪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아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것이 그냥 꿈일 뿐이고 미친 생각일 뿐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고 했다.


NYT는 이후 맥 박사가 걸어온 길을 소개한다. 맥 박사는 하버드 의대의 정신의학과를 無에서부터 有로 만든 인물이라고 했다. 이 정신의학과를 하버드 대학교의 또 하나의 자랑으로 만들어낸 사람이라고 했다.


NYT에 따르면 맥 박사는 뉴욕 출신의 독일계 유태인이다. 요르단 지역에서 낙타를 타고 돌아다니며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화 주인공인 영국인 장교 로렌스의 전기(傳記)를 써 1977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맥 박사의 친구 한 명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천진난만한 끼가 있는 박애주의자였다”고 했다. 항상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하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의과대학 재학 중 정신 분석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NYT는 존 맥이 UFO 납치 경험자들을 만나게 된 것은 1990년 겨울, 납치 경험자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버드 홉킨스를 알게 된 뒤부터라고 했다. 홉킨스는 맥 교수에게 사람들 몸에 생긴 이상한 흉터와 상처의 사진을 보여주고 우주선에서 이들이 본 것들을 알려줬다. 맥 교수는 “납치 경험자들은 이런 특이한 경험을 한, 건강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서로의 이야기와 일치하고 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들은 뭔가 영혼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그는 1991년 봄부터 납치 경험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친구와 동료들은 이를 만류했으나 맥을 멈출 수는 없었다. 맥 교수는 “우리의 현실 세계에 거대하고 특이한 혼종 생산 프로그램이 침투했다”며 “수십만 명, 혹은 수백만 명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맥 교수는 NYT에 “이들은 외계인들에 의해 당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도록 돼 있었는데 이를 최면 요법과 호흡 요법으로 되돌려낼 수 있었다”고 했다. 대다수의 납치 경험자들은 이들이 본 것이 꿈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맥 박사는 이를 ‘현실 부정(否定)’ 행위로 봤다. 현실 부정에서 깨어나게 되면 실체를 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맥 교수는 최면 과정에서 거짓된 기억을 떠올려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한다. 다만 이는 기억 일부분일 때의 이야기라고 했다.


하버드 캠브리지 병원 정신의학과 총괄로서 맥 교수의 상관이기도 한 말카 노트먼은 NYT에 “아무도 이를(맥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다른 분야의 일을 했으면 좋겠다”며 “완전히 틀린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맥 교수가 오랫동안 영혼에 대한 연구를 해왔는데 이 때문에 이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노트먼은 그러면서도 “맥의 동료 중 어느 누구도 그에게 이를 멈추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믿는지 여부와 연구를 계속 하도록 놔두는 문제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어떤 피해도 주지 않는다면 말이다”라고 했다.


일부 사람들은 맥의 연구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보기도 했다. 맥 교수의 한 친구는 NYT에 “그가 그 자신과 그의 환자들, 그리고 정신의학계에 해(害)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34년간 함께 살아왔던 부인과의 결별로 인해 납치 문제에 집착하게 된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분석학자 빌헬름 라이히가 우주의 근원 에너지라는 오르곤 에너지에 빠지게 돼 결국 그의 커리어를 망친 경우를 예로 들기도 했다.


UFO에 회의론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출판 매체의 필립 클라스 편집장은 납치 경험자들이 미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만나본 납치 경험자들은 “인기를 얻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원래는 오프라 윈프리쇼 같은 곳에 출연도 못했을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해 방송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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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3월 20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존 맥 박사 관련 기사(출처: 뉴욕타임스 캡쳐)

 


맥 박사의 오랜 친구이자 코넬대학교의 천문학 교수인 칼 새건 역시 맥이 걱정된다고 했다. 새건은 1991년 코넬에서 하버드 대학교 쪽으로 직접 찾아가 맥이 제정신인지 확인해보기도 했다고 했다. 새건은 NYT에 “나는 그 앞에서 이런 엄청난 주장을 하려면 이에 맞는 엄청난 증거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고 했다. “맥은 이런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며 “그는 그가 들은 이야기와 이들이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자신의 판단만 가지고도 충분하다고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새건은 퍼레이드라는 잡지에 UFO 납치 현상에 반박하는 글을 썼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갔다고 한다. 새건은 당시 쓴 글에서 “환각이라는 것은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환각이 가위눌림, 혹은 수면(睡眠) 마비 상태와 관계가 있기도 하다고 했다. 인구의 약 8%가 이런 현상을 경험한다고 했다. 일종의 반(半)수면 상태에서 몸이 마비가 되고 무언가 다른 것들이 보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뭔가 성(性)적인 현상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반수면 상태에서 뇌로 흐르는 산소 공급이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맥 교수가 홀로 이 문제를 파헤친 것만은 아니었다. 여러 동료들이 맥 교수가 담당하는 납치 경험 환자들을 함께 만나봤다고도 한다. 맥 교수와 함께 일했던 동료 한 명은, 만남이 끝나고 이들에게서 보이는 공통된 행동은 머리를 긁적거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믿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만남 장소에 들어갔다가 만남 장소를 떠날 때는 뭘 믿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으로 떠나게 된다”고 했다.


맥 교수는 NYT에 “나를 믿어”라고 했다. “내가 심리 치료에서 (아직도) 활동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맥 박사의 기사를 검색하던 중 2004년 9월 30일에 쓰인 뉴욕타임스의 부고(訃告) 기사를 찾았다. 첫 문장은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외계인과 맞닥뜨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연구한 하버드 대학교 정신의학분석가 존 맥 박사가 월요일 런던에서 사망했다”이다. 이 기사는 1994년 맥 박사가 쓴 ‘납치’라는 책을 소개하며 “그는 외계인이 실제로 있느냐에 집중하기보다는 접촉 사례에서 발생한 영혼적 의미에 초점을 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맥 박사는 납치 현상이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철학적으로나 영혼적,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남긴다고 했다”고 썼다.


보스턴 지역 언론이나 하버드 대학교 교내 신문도 아닌 전국지 뉴욕타임스가 약 600 단어, A4 용지 두 쪽 분량의 지면을 할애해 맥 박사의 부고 기사를 썼다는 것은 그의 연구 결과가 순 엉터리만은 아니었다는 방증 아니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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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24, 03:3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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