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대 비공개 청문회장에 불려 간 존 맥 박사
[연재] 32. “그래서 납치 증거는 어디에 있다는 거냐?”…“실체가 있는 증거란 있을 수 없습니다”

金永男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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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블루멘탈이라는 기자가 2020년에 쓴 존 맥 하버드 의대 정신과 과장의 전기(傳記) ‘빌리버(Believer)’라는 책이 있다. 블루멘탈 기자는 1964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타임스 기자로 활동했다. 그는 1992년 발생한 뉴욕 세계무역센터 트럭 폭탄 공격 관련 특종 보도를 해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 메트로 취재팀 일원이었다. 그는 2017년에는 레슬리 킨 기자 등과 함께 뉴욕타임스에 특종 기사를 실었다. 미국 국방부가 비밀리에 UFO 관련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2021년 미국 국방부의 UFO 공식 보고서로 이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블루멘탈 기자는 2004년 숨진 존 맥 박사의 가족, 동료, 친구 등을 취재해 맥의 삶을 재구성했다. 이 책에는 하버드 의대라는 최고 권위의 기관에서 UFO를 연구한 맥 박사가 겪는 어려움이 소개돼 있다.


맥 박사는 1994년 ‘납치’라는 책을 낸 뒤 여러 곳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제임스 글레익 전직 뉴욕타임스 과학 전문 기자 및 에디터는 ‘뉴 리퍼블릭’이라는 매체를 통해 맥 박사의 연구를 비판했다. 그는 UFO 납치 현상이라는 것은 “1960년대부터 미국에서 이어져온 저속한 열광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를 프로레슬링과도 비교했다. 다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이를 실제로 믿는 경우가 있고 거짓임을 알면서도 재미있기 때문에 그냥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의사의 계획(Doctor’s Plot)'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맥 박사가 이 둘 모두인 것 같다고 했다.


글레익 기자는 맥 박사에게는 하버드라는 권위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UFO 마니아와는 다르다고 했다. 그는 맥 박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그를 속였다고 주장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최면 치료라는 것은 최면 치료사와 최면에 응한 사람들이 함께 짠 음모라고 했다. 글레익은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5분 전의 기억조차도 믿을 수 없으며 수십 년 전의 기억은 더욱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기억이라는 것은 희미해지고 왜곡되며 재구성되기도 하는데 이들이 희망하는 바와 꿈꾸는 바에 따라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즉, 납치 경험자들이 기억을 떠올려낸 것을 곧이곧대로 사실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맥 박사는 글레익과 같은 비평가들에 대한 반박을 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대응에 나섰다. 그는 캠브리지 병원 심의위원회에 UFO 납치를 경험했다는 사람들에 대한 정신 감정 및 성격 분석 실험을 진행하고 싶다는 건의서를 보냈다.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정신적인 문제와 연관이 있는지 조사하겠다는 것이었다. 맥 박사의 연구소에 UFO 납치를 경험했다고 보고한 40명과 대중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40명의 정신 상태를 비교해보는 연구를 추진해보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맥 박사에 대한 대중의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납치 경험자들이 상상 속에서 떠올린 이야기들을 맥 박사가 믿고 있다는 식의 비판이었다. 맥과 함께 이런 연구를 하던 동료들은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맥 박사에게 요구했다. 맥 박사는 이들을 항상 진정시켰다고 한다. 그는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파리를 잡기 위해서는 야구 방망이가 필요한 게 아니라 효과적인 파리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라 하곤 했다고 한다.


맥 박사가 마음을 먹고 대응에 나서기로 했을 때는 이미 조금 늦은 상황이었다. 하버드 의대로부터 공식 편지를 받게 된 것이다. 하버드 의대는 맥 박사의 연구 방식과 치료비 청구 방식 등을 조사하기 위해 학교 차원의 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했다. 하버드 의대의 직원으로서 임상 치료와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 윤리와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는지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위원회는 하버드 의대 공중의학 명예 교수이자 최근까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 편집장을 지낸 아놀드 렐만, 앨런 브랜트 병리학사(史) 교수, 마일스 쇼어 정신과 교수 등으로 구성됐다. 맥 박사는 특정 구성원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괜히 문제를 일으켰다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맥 박사는 위원장을 맡게 될 렐만 박사와 껄끄러운 사이였다. 약 10년 전 맥 박사와 일부 동료 의사들은 핵전쟁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운동을 벌여왔는데 이런 행동이 렐만 박사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 의사가 사회 및 정치 현안에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렐만의 생각이었다. 렐만은 이런 내용을 글로 쓰기도 했는데 맥 박사는 이에 대해서도 바로 반박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의사들은 이런 정책이 대중의 건강에 중대한 위험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도 이런 의견을 낼 수 없느냐”고 반박했다. “이런 위험성을 알도록 하는 것이 의사의 의무 아니냐”고 항의했다. 맥 박사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 이런 내용의 글을 기고하고 싶다고 했으나 당시 부편집장이 이런 글은 게재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맥 박사는 내용을 일부 완화해 다시 글을 보냈지만 그가 보낸 글은 처음 보내진 봉투 그대로 반송됐다고 한다. 누구도 읽지 않은 것 같았다고 한다.


약 한 주 뒤 하버드 교내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은 ‘의대의 존 맥은 사악한 외계인들을 믿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맥이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있다며 이를 믿는 증거로는 “사람들이 침대에서 거꾸로 일어나는 현상이다”라고 보도했다. 맥 박사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곤란해 했다. 그는 “나는 어느 정도의 사실을 말하는 것이지만 이를 증명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맥 박사는 1994년 7월 그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 위원회의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이를 일반적인 동료 간의 모임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으나 이런 접근 방식이 실수였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됐다고 했다. 위원들은 고압적이었다. 이들은 “당신의 믿음이나 의견 같은 것은 우리나 대학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대학교 직원이 무엇을 믿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주제에 대해 쓰는지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렐만 위원장은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위원회는 우선 맥 박사가 치료 행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연구를 한 것인지가 이 사안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에 따른 윤리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맥 박사는 임상 치료사의 입장에서 납치 경험자들을 만났다고 했다. 또한 이런 입장을 보여주기 위해 납치 경험자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 감정 및 성격 분석 실험을 할 예정이었다고 했다.


맥 박사는 그의 환자들과 함께 (기억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밟았다고 했다. 위원회 소속의 마일스 쇼어 교수는 환자와 합동 조사를 했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맥 박사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행위의 주요 목적은 이들의 안녕(安寧)을 위해서였다고 했다.


렐만 위원장은 이 책으로 얼마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맥 박사는 6만 달러 이하일 것이라고 했다. 다음해까지는 수익을 얻지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렐만 위원장은 맥 박사에게 납치 경험자들에게 치료비를 청구했느냐고 물었다. 맥 박사는 이들을 정신병 환자라고 보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이들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일부 납치 경험자들은 보험이 있어 보험회사에 치료비를 청구했으며 이를 통해 받은 비용은 자신이 운영하는 납치 경험자 지원 단체로 바로 넘어갔다고 했다.

 

렐만 위원장은 맥 박사에게 이들이 환자가 아니라면서 왜 성폭행 피해자 등의 피해자처럼 대했느냐고 물었다. 맥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라며 한 발 물러섰다. 렐만은 납치 경험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꿈에서 떠올린 이야기거나 자면서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맥은 일부 사례의 경우는 여러 목격자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사람이 낮 시간에 운전을 할 때 일어난 경우도 있다고 했다. 맥 박사는 이들이 약물이나 알코올에 취해있었을 가능성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들의 과거 병력(病歷)을 확인했고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고 했다.


앨런 브란트 교수는 성폭행 피해자와 납치 경험자들을 다룰 때 차이점, 혹은 공통점이 있는지 물었다. 맥 박사는 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성폭행이나 전쟁을 겪은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훨씬 더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납치 경험자들의 트라우마는 이 정도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렐만 위원장은 핵심적인 질문을 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아무런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그냥 들어준 것인지, 아니면 이들과 동조하며 미스터리를 함께 파헤쳐나간 것인지를 물었다. 맥은 “둘 다인 것 같다”며 “(환자들에게) ‘외계인들이 당신을 납치하고 있다’는 식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지만 ‘이런 경험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정신의학적으로 이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말은 한다”고 했다.

 

렐만은, 책을 읽어보면 맥 박사가 이들 납치 경험자들을 통해 외계인 세상의 이야기를 이해하려 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당신은 어느 시점에서는 이들을 돕고 치료하려 했던 것이 맞지만 동시에 외계인들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건지를 이해해보려 하기도 했다”고 했다. 맥 박사는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는 “조금 많이 나간 것일 수도 있지만 너무 일관된 패턴의 이야기들을 접했고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렐만은 사라진 태아(胎兒) 등에 대한 어떤 증거도 보여주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압박했다. 맥 박사는 “실체가 있는 증거는 없다”고 인정했다. 렐만은 “증거가 하나도 없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맥은 일관적인 경험이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일들은 또 다른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맥 박사는 이 시점에서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감지했다. 맥은 “우리가 사는 현실의 세상에서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반복해서 말하지만 실체가 있는 증거라는 것은 나올 수가 없다”고 했다. 렐만은 또 다시 물었다. “그래서 증거는 어디 있어?”라고.


맥은 흉터 같은 것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이 모호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사지 마비 환자의 손목에 상처가 생겼는데 자해(自害)로 만들 수는 없는 상처였다고 했다. 맥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이런 증거들을 계속 찾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가 이를 찾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렐만은 맥의 말을 끊었다. “현대 과학으로는 평생 증명할 수 없다는 이야기군.”


맥은 과학자들이 UFO의 비행 현상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려고 하지 않느냐고 했다. 렐만은 다시 말을 끊었다. “아니, 존, 미안하지만 이 일은 UFO의 비행과는 다른 일이지 않느냐?” 렐만은 “당신의 환자들은 이들의 몸에 무언가가 집어넣어졌고 나중에 (외계인들이) 아기를 빼냈다고 하는데 이는 물리학이나 천문학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당신의 환자들이 한 이야기들은 검증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인데 당신은 이제 와서 검증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맥 박사는 검증은 중요하다고 했다. 렐만은 “그렇다면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했다. 맥은 자신이 피부과 의사나 산부인과 의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신과 의사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런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나는 이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들이 이를 알아보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렐만은 이 모든 일들이 완전히 정신적 현상일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함축된 표현이라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지만 맥락상 납치 경험자들이 그냥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는 것으로 보인다. 맥은 “그럴 수도 있지만 이들에게 임상적으로 무언가 일어난 것 같다”고 했다. 렐만은 “그럴 가능성(정신 질환)을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건가”라고 물었다. 맥은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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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8-17, 05:5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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