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적인 가톨릭 교회가 갈릴레오를 탄압하던 엉터리 재판이 떠오른다”
[연재] 34. 변호사의 충동적 행동에 또 한 번 위기에 처하는 맥 박사

金永男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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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의대의 심의위원회는 1994년 7월부터 총 27회의 회의를 열고 존 맥 박사와 13명의 증인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 중에는 납치 경험자와 납치 경험자의 가족들도 포함됐다. 존 맥 박사가 최면 치료 과정에서 녹음한 테이프 약 30시간 분량을 검토하기도 했다. 맥이 쓴 ‘납치’라는 책과 다른 논문을 검토하고 각종 학회에서 한 발언들을 조사했다. 위원회는 12월 중순 30쪽 분량의 조사 결과 보고서 초안을 작성해 하버드 의대 학장 등에게 보냈고 맥과 그의 변호인들에게도 전달했다.


하버드 대학교 법률 자문을 맡은 앤 테일러는 맥 박사에게 보고서 초안이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했다. 곧바로 어떠한 조치나 권고를 내리지는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테일러는 “맥 박사의 행동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도록 하는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의대 정신과의 종신직 지위에 대한 변경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맥 박사에게 전했다. 그러나 이는 맥 박사의 혐의가 완전히 벗겨진 것을 뜻하지는 않으며 학장들 선에서 제재 조치가 여전히 이뤄질 수는 있다는 점을 뜻했다.


위원회는 맥 박사가 앞서 제안한 납치 경험자와 일반인들에 대한 정신 감정 및 성격 분석 실험을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나 맥 박사가 만났던 납치 경험자들이 환자들인지, 아니면 연구 대상자들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했다. 위원회는 맥 박사가 이들을 대하는 과정에 있어 이들이 실제로 외계인들에게 납치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도록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위원회는 “최면 치료 과정을 녹음한 테이프들을 들어봤는데 그 어디에서도 맥 박사가 이런 현상을 다른 의학적 방식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또한 “맥 박사는 이들이 말하는 이야기들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기억이라고 받아들였고 단순한 정신적 현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들이 겪는 감정적 증세가 납치 경험에 따른 트라우마에 의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위원회의 보고서는 맥 박사가 실체가 있는 증거를 통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했다. UFO가 착륙한 자리가 그을려졌다든지 피부에 어떤 상처가 남았다든지, 임신에 어려움을 겪었다든지 등에 실체적인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했다. 위원회는 맥 박사가 자신의 연구 내용을 동료들에게 보내 평가를 받는 절차를 밟지 않았으며 재정적인 부문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위원회는 “맥 박사의 임상 방식이 정신의학의 기본에 맞지 않는다”며 그가 제시한 증거들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학문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하버드 대학교의 각 학장들은 위원회에 맥 박사의 납치 연구가 하버드의 기준에 충족했느냐고 물었다. 위원회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위원회는 “존 맥 박사는 복잡하고 논란이 있는 현상을 다루는 데 있어 하버드 정신과 교수라면 보여줬어야 할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하버드 의대는 그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했다는 책임이 있다”고 했다.


위원회의 보고서는 처벌 수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맥 박사의 연구에 대한 비판만 계속 이어갔다. 이런 이중성은 맥 박사와 변호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시한 변호사는 맥 박사의 접근 방식을 지지해줄 증인을 찾아 나섰다. 그는 또 다른 변호인인 맥리시 변호사가 끝까지 싸우는 대신 무언가 합의를 이뤄내려 할까 걱정했다. 시한 변호사는 하버드 측과 타협해야 할 사안은 하나도 없으며 지금이야말로 맥 박사가 밝혀낸 UFO 납치의 현실을 증명할 적기(適期)로 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무렵 렐만 위원장은 매사추세츠주 州의사등록위원회에서도 근무하게 됐다. 이 기관은 의사들에 대한 면허 문제를 관리하는 곳이었다. 렐만 위원장이 맥 박사의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檢事)이자 판사 역할까지 맡게 된 것이다.


1995년 1월 존 맥 박사는 변호인단에게 위원회의 조사에 반박하는 50쪽 분량의 글을 보냈다. 위원회의 보고서 초안보다 두 배 가까이 되는 분량이었다. 맥 박사는 위원회의 실력과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신의 도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맥 박사는 자신이 진행하기로 한 추가 실험에 대해서만 긍정적이지 나머지는 모두 부정적이고 자신을 공격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반복적으로 편향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렐만 위원장이 UFO 목격담에 대해 갖고 있는 경멸적 시각과 이런 현상은 모두 거짓이라는 사람의 책을 증거 자료로 뒷받침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했다.


맥 박사는 치료와 연구 사이에 이해가 충돌되는 것 역시 없다고 했다. 정신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임상적 인터뷰를 통해 치료와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납치 경험자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인 지구에서 말 그대로 사라졌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고 했다. 맥 박사는 몇 명의 환자들의 경우 보험회사에 치료비를 청구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납치 경험자 지원 단체를 위해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변호사로부터 모든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청구하지 않을 계획이면 모두 다 치료비를 청구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조언을 들은 후부터는 치료비를 더 이상 청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환자들이 납치 경험을 인정하도록 하기 위해 지속적인 압박을 가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한 그가 지난 30년 이상 몸담아온 정신의학이라는 학문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도 했다.


맥 박사는 납치 경험자들의 이야기가 실제 일어난 일이라는 주장은 한 적이 없으며 이런 내용들에 대해 쉬운 설명을 내릴 수 없다는 취지의 연구였다고 했다. 맥 박사는 이런 연구를 한 것이 납치 현상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진 것과 관계가 없다고 했다. 전세계적인 관심을 갖기 전부터 이런 현상을 경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맥 박사는 이런 과정을 설명하며 어린 아이들의 증언을 소개했다. 어린 아이들이 당시 유행하는 문화의 영향을 받아 이런 생각을 지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납치 경험자들과 기억을 함께 찾아 나선 것은 맞지만 자신의 의견을 이들에게 주입시킨 적은 없다고 했다. 맥 박사는 이런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수백 시간 이상 듣기 전까지는 어떤 믿음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맥 박사는 납치 현상의 실체적 증거에 대해 집중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고도 했다. 쉽게 말해 ‘스모킹 건’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피부 질환이나 유산(流産) 문제에 있어 전문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런 현상에는 렐만 위원장이나 세계가 요구하는 실체적 증거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위원회가 UFO 목격 사례마저도 모두 신화(神話) 같은 이야기로 치부했는데 이는 이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을 보여준다고 했다.


맥 박사는 외계인이 납치 경험자를 치료해줬다고 하는 사례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증거’라는 단어를 쓴 것은 자신의 실수가 맞다고 했다.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이 이 전체 책에서 가장 약점 잡히기 쉬운 부분이었으며 ‘증거’라는 표현 대신 ‘이런 일이 있었다는 보고가 있다’는 식으로 쓰는 게 맞았다고 했다.


시한 변호사는 맥 박사가 무언가 잘못했다는 인상을 준다며 이런 대응 방식에 반대했다. 시한 변호사는 훗날 “맥 박사는 이상할 정도로 겸손한 사람이었다”며 “(납치 경험자들을 연구하는 데 있어) 어떻게 하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었을까를 항상 고민하던 사람이다”라고 했다. 시한은 그의 성격은 존중하지만 위원회 앞에서 이런 반응을 보이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했다. 시한은 맥 박사에게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말라”며 “위원회는 객관적이지 않고 트럭을 몰고 당신 위를 밟고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맥 박사는 위원회의 지적 사항 중 동료들의 평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1992년 8월 납치 연구 결과를 정리해 노에틱과학리뷰 저널에 게재했었다고 했다. 또한 미국정신건강의학회지에도 관련 논문을 제출했으나 이들이 수정을 요구했다고 했다. 렐만 위원장이 편집장으로 있던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도 글을 보냈으나 게재되지 않았었다고 했다. 맥 박사는 “이에 따라 책을 통해 더 많은 대중에게 이를 알리기로 했다”고 했다.


맥 박사는 위원회가 문제 삼던 재정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해명을 했다. 위원회는 록펠러 가문의 손자인 로렌스 록펠러 같은 인물의 이름을 회계 기록에서 확인했다. 록펠러가 맥 박사가 운영하는 연구 재단에 익명으로 25만 달러를 기부하고 싶다고 한 기록이 있었다. 맥 박사는 “이들이 나에 대한 재정 지원을 문제 삼으며 나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려고 한다”고 했다.

 

맥 박사는 시한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더 많은 증인을 위원회로 부르기로 했다. 증인들을 불러내면 이런 비밀 보고서의 존재가 이들에게도 공개돼야 할 테니 하나의 압박 카드로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버드 대학 법률 자문을 맡은 앤 테일러는 이 보고서가 외부인에게 공개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맥 박사가 재정 관련 문제에 솔직하게 답변하는 것을 거부하더라도 상관없다고 했다. 테일러는 그런 뒤 일종의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정직하고 공개적으로 조사에 응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기관으로부터 추가 조사를 받을 위험을 피하고 싶다면 말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인 맥리시는 이와 관련, “위원회는 맥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맥리시 변호사는 외부 정신과 의사 한 명을 선임하자고 했다. 맥 박사가 환자들에게 한 치료가 이들에게 해를 끼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맥리시는 그가 현재 시급으로 270달러를 받고 있는데 이 사건에 대한 법리 해석이 복잡해 추가 인원을 투입시켜야 한다고 했다. 맥리시는 맥 박사에게 “변호사 비용이 꽤 많이 나올 거다”라고 미리 경고해줬다.


시한 변호사의 경우는 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 계속 불만이 많았다. 그는 이를 엉터리 보고서라고 칭하며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역시도 위원회의 조사를 ‘마녀사냥’에 비유했다. 그는 제대로 변론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위원회에 통보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회가 비밀리에 이런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을 폭로하는 방안을 압박 카드로 사용하자고 했다. 시한은 자신이 일반적인 형사소송 변호사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잘못을 하지 않았으면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되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맥 박사가 “내가 잘못한 것은 인정하지만…”이라는 식의 접근 방식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정신과 의사와 목격자를 불러 이들로 하여금 “외계인과 UFO, 외계인 납치 현상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당신(맥)이 옳았고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라고 말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한은 법적 싸움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이란-콘트라 사건을 다루며 배웠다고 했다. 그는 소크라테스, 갈릴레오, 예수 등도 이런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 이는 사건을 위원회 내부에서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맥 박사의 지지 여론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맥 박사의 사건은 외부로 유출되게 됐다.


시한 변호사는 2월 9일 맥 박사 편에 서서 증언해줄 증인을 찾는 과정에서 맥 박사의 지지자들에게 팩스를 한 통 보냈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는 비밀리에 ‘특별 임직원 위원회’를 열고 외계 지능과 미확인비행물체, 외계인에 납치됐다는 사람들이 겪은 현상을 연구한 존 맥 박사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시한 변호사는 “해당 위원회는 용인되는 모든 법적 기준과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위원회의 보고서 초안에 담긴 내용을 일부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이들에게 맥의 편에 서서 증언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맥 박사는 시한 변호사가 이런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5일 후에 알게 됐다. 그는 충격에 빠졌고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오, 주여’ 뿐이었다.


이 소식은 빠르게 확산됐다. 공동UFO연구센터라는 곳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중 한 명인 데니스 윌리엄 호크도 이런 편지를 받았다. 그는 새크라멘토에서 활동하는 수학자로 UFO 현상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의 조사 방식에 분노했고 이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비밀 위원회가 존 맥 박사를 퇴출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나는 이 문제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학문적 권위가 있는 모든 이들이 여기에 적혀 있는 대니얼 시한 변호사의 주소와 전화번호로 연락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물어봐주기를 바란다. 이런 엉터리 재판(kangaroo court)이 진행 중인데 지금(하버드)처럼 근시안적인 가톨릭 교회가 갈릴레오를 탄압하던 일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침묵하는 사람들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이런 엉터리 조치에 동조(同調)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파급 효과는 대단했다.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사람 등 여러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봤다며 맥 박사 사무실로 연락을 했다. 맥 박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뒤 맥리시 변호사에게 자신은 이런 일이 일어날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맥 박사는 시한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맥 박사는 시한이 답이 없자 팩스를 보냈다. “나를 위해 지난 6개월간 해준 모든 일들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당신을 지금 즉시 변호인단에서 해임해야만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맥 박사는 자신을 조사하는 하버드 위원회에도 불만을 갖고 있었지만 이런 문제는 학교 내부적으로 조용히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 역시 완강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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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8-19, 03:5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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