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경험자는 마조히스트와 같다” vs “이들은 性的 쾌락을 느낀 적이 없다”
[연재] 36. 맥 박사는 1999년 4월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에서 정신과 의사들과 심리학자, 철학자, 그리고 납치 경험자들을 모아 이틀간 세미너를 열었다.

金永男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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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심리학 저널(Psychological Inquiry)에 또 한 차례 맥 박사를 공격하는 글이 실렸다. 심리학자인 레오나르드 뉴먼 美 일리노이대학교 교수와 케이스웨스턴리서브 대학교의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가 쓴 글이었는데 UFO 납치 현상은 외계인과 관련이 없다는 글이었다. 이들은 외계인에게 납치를 당했다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를 현실에서 발생하는 일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왜곡된 기억, 혹은 개인이 갖고 있는 판타지에 의한 현상으로 본다”고 했다. 이들은 납치 경험자들이 겪는 현상이 일종의 마조히즘과 연관돼 있다는 가설(假說)을 내놨다. 마조히즘이란 이성(異性)으로부터 정신적, 혹은 육체적 학대를 받는 데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 변태적 성욕을 뜻한다.


이들은 이런 가설을 뒷받침하는 첫 번째 이유로 납치 경험자들이 떠올려 낸 이야기들 대부분이 혼자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맥 박사와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는 것이다. 이들은 납치 경험자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람들, 이런 일들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는 사람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점도 언급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가깝게 지내다보니 이를 더욱 현실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 심리학자들은 납치를 경험했다는 사람들이 왜 사실이 아닌 끔찍한 이야기를 떠올리려고 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이들은 납치 경험자들은 공통적으로 어딘가에 묶여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고 종종 고통을 받았었다고 했다.


뉴먼과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이런 경험자들과 마조히즘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두 부류 모두 서방세계에 거주하는 백인이 많고 사회 및 경제적으로 상류층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수도꼭지 같은 것에 의해 정자를 채취당했다는 이야기, 금속 물체로 고환을 감쌌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는 마조히즘 성향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했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평상시의 생활에서 갑자기 일탈을 해 고통과 쾌락을 느끼는데 이를 경험한 뒤 다시 평상시로 돌아오게 된다고 했다. 평상시로 돌아와서는 자신이 무언가 엄청난 경험을 했던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맥 박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연구실 동료들과 함께 이에 대한 반박 형태의 글을 썼다. 이 글의 제목은 “UFO 납치 현상에 대한 더욱 인색한 설명”이었다. 맥 박사 등 저자들은 뉴먼과 바우마이스터 교수가 이런 현상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한 것에 감사하다면서도 그들이 납치 경험자들을 실제로 만나보지 않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한 문화적인 편견이 깔린 글이라고 했다. 이들은 납치 경험자의 이야기가 최면을 통해 조작됐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깨어있을 때 발생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면 마비, 혹은 가위 눌림 현상으로 단순히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맥 박사 등은 이런 현상이 서방세계의 문화적 현상이 아니라고도 했다.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뉴먼과 바우마이스터 교수가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납치 경험자들은 일반 사람보다 판타지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들 교수들의 주장처럼 자기만족을 위해 이런 이야기를 떠올려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떠올려내면서 매우 괴로워했다고 했다.


맥 박사 등은 납치 경험자들을 마조히즘과 연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마조히즘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제한된 고통과 수치심을 느끼며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적 쾌락을 의미한다고 했다. 하지만 납치 경험자들이 겪은 것은 이 정도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이들은 겁에 질렸었고 이런 경험을 통해 쾌락을 느끼지도 않았다고 했다. 특히 성적인 쾌락은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맥 박사는 하버드 심의위원회의 조사가 끝난 4년 뒤인 1999년 4월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동료 교수들을 불러 납치 현상을 토론하는 모임을 가졌다. 이틀간 진행된 세미나는 하버드 신학대학원에서 열렸고 여러 정신과 의사들과 심리학자, 철학자, 그리고 납치 경험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납치 현상을 이야기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들이 주제가 됐다. 납치 경험을 할 당시 이들의 몸이 실제 다른 곳으로 옮겨졌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만약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면 이들이 사라지고 돌아오는 과정을 왜 아무도 보지 못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한 실체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을 택해야 하는지, 납치 경험자들이 정신적인 문제가 없는지도 이런 세미나에 등장하는 단골 질문이었다.


맥 박사는 우선 납치 경험자들에게 정신적 문제는 없다고 했다. 200명 이상을 만나본 결과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정도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세 명에 불과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정신병을 앓은 사람들의 경우에도 납치 경험이 영향을 끼쳤을 수는 있지만 질병의 원인은 아니라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했던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전문분야에 맞춰 추가 연구를 진행해보겠다고 했다. 감정 불안 증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 정신과 의사는 납치 경험자들이 이런 기억을 떠올리며 보이는 몸의 반응을 조사해보겠다고 했다. 한 물리학자는 인간의 몸이 벽을 관통할 수 있는지, 빛에 몸을 맡긴 채 이동할 수 있는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버드 신학대학원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은 납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납치 현상을 논의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해답보다 질문이 더 많아진 회의였다. 맥 박사는 이번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들의 녹취록을 정리해 렐만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렐만 위원장은 녹취록을 받은 6개월 뒤 답장을 했다. 그는 회의에 제한적인 분야의 사람들만 참석한 것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납치 경험자들을 세미나에 참석하게 해 논의를 우습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그는 맥 박사가 납치 현상에 대한 논쟁의 핵심을 자꾸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렐만 위원장이 말하는 핵심이란 “납치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뇌 속에서 발생한 단순한 정신적 현상인지 여부”였다. 렐만은 맥 박사의 연구 방식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며 1999년 양자역학 관련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헤라르트 엇호프트가 쓴 글 하나를 동봉했다. 엇호프트는 ‘물리학과 초자연적 현상’이라는 글에서 외계인에 의한 납치는 물리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아니며 정신적인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맥 박사는 이 편지를 받은 7개월 뒤에 답장을 보냈다. 그는 신학대학원에서 열린 세미나는 우선 납치 현상의 실체를 보여줄 과학적 증거를 찾아내기 위한 목적에서 열린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증거라는 것은 이미 존재하지만 이를 통해 해당 현상을 완전하게 입증하지는 못할 뿐이라고 했다. 맥 박사는 세미나의 목적은 이런 현상을 검토하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연구를 해나가야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맥 박사와 렐만 위원장의 가장 큰 시각 차이는 ‘현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있었다. 렐만은 물질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는 현상은 그냥 단순한 심리적 현상일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제프 레디거 정신과 의사 겸 신학자는 납치 현상이라는 것은 렐만의 주장처럼 이분법으로 판단할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하버드 의대 소속인 매사추세츠주 미들보로에 위치한 맥클린 성인 정신과 병원의 과장을 지내게 되는 인물이다. 그는 렐만이 지나치게 단순화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봤다. 레디거는 객관적 현실이라고 하는 것이 꼭 만질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맥 박사가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했던 툴레인 대학교 마이클 지머맨 심리학자는 우주가 여러 차원으로 구성됐다는 개념으로 들여다보면 모든 초자연적인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하버드 천체물리학자 루돌프 실드는 한 납치 경험자가 외계인이 사는 행성 주위를 비행했었다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다. 이 경험자는 쌍성(雙星), 즉 두 개 이상의 별들이 서로의 인력에 의해 일정한 주기로 공전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주장했다. 실드는 이런 현상은 일반인이 연구하거나 추측, 혹은 만들어낼 수 없는 수준의 이야기이며 극소수의 과학자들만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맥은 이후 일반적인 납치 현상이 아닌 보다 철학적인 질문에 빠지게 됐다. 그는 1994년 출간된 ‘납치’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로 가는 여권(旅券): 인간의 변화와 외계인과의 조우(遭遇)’라는 책을 1999년에 냈다. 맥 박사는 이 책에서 “나는 납치 현상이라는 것이 실제 몸에서 물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다고만은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외계인 납치 현상에 있어 더 이상 물질적인 현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그는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현상이 납치 경험자들과 인류에 끼치게 될 영향이라고 했다.


맥 박사는 이 책에서 외계인 납치 현상이라는 것은 인간의 의식에 정면으로 맞서는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이를 죽음 직전까지 갔던 상황, 유체이탈(遺體離脫), 곡물 밭에 나타나는 원인 불명의 원형 무늬(注: Crop Circles, 일부는 이를 외계인이 만든 것이라 주장한다) 등과 같은 미스터리라고 했다.


그는 이 책에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활동하던 영국인 물리학자 윌리엄 크룩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음극선(陰極線)이라는 것의 원리를 발견한 과학자이다. 크룩스는 당시 유럽에서 영매(靈媒)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대니얼 던글라스 홈이라는 인물의 주장은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를 찾아가게 됐다. 크룩스는 홈이 공중부양을 하고 아코디언을 만지지 않고 연주하는 것을 보게 됐다. 크룩스는 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을 밝히려 그를 찾았다가 그를 믿는 사람이 됐다. 사람들은 크룩스에게 그가 본 것은 사실일 수가 없다고 했다. 크룩스는 이런 말이 떠오른다며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한 번도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없다. 내가 말한 것은 이것이 사실이었다는 점이다.”


맥은 UFO 납치 관련 두 번째 책에서는 빛을 통한 이동, 그리고 외계인과 인간의 혼종(混種), 지구 종말론이라는 문제를 더욱 깊이 다뤘다. 맥 박사는 이 책의 결말에서도 첫 번째 책인 ‘납치’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일까? 하지만 그는 이것이 이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아니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납치 경험자들이 겪은 현상이, 다른 차원의 현실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지 여부”라고 했다.


맥 박사는 그의 납치 관련 두 번째 책에 대해서도 엄청난 반발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한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언론은 지난번처럼 나를 공격하지는 않는데 침묵의 벽을 세워놓은 것 같다.” 맥 박사의 연구는 점점 더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흘러가게 됐는데 이에 따라 주류 언론과 학계의 관심으로부터 점차 멀어지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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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8-21, 04:5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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