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에 의한 납치 현상은 착각이다’
영국 심리학자의 연구…초(超)자연적(paranormal) 현상이란 무엇인가?

金永男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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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영국의 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프렌치 골드스미스 런던대학교 교수가 2005년에 실시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일반인 19명과 납치 경험자 19명을 대상으로 여러 정신 및 심리 검사를 진행해본 결과 납치 경험자들이 정신적으로 더 이상하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심리적인 차이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의 논문이다. 프렌치 교수는 납치 경험자들의 초(超)자연적 경험에 대한 믿음, 환각(幻覺)에 대한 취약성 등이 일반인보다 높다고 했다. 그는 이에 따라 외계인에 의해 납치를 당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프렌치 교수는 UFO 납치 현상의 회의론자로 분류할 수 있다. 그의 주장을 이해해보기 위해 그가 영국 이스트 런던대학교에서 심리학 강사로 활동하는 애나 스톤 씨와 2013년에 공저(共著)한 책 ‘이상(異常) 심리학(Anomalistic Psychology)’을 읽어봤다. 이 책의 부제(副題)는 초자연적 믿음과 경험에 대한 탐구(Exploring Paranormal Belief & Experience)’이다. 이 책은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분류되는 여러 현상에 대한 저자들의 분석을 담은 형식으로 구성됐다. 다만,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엮인 책이 아니라 각 주제별 논문 형식이기 때문에 한 번 읽는 것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듯 여러 차례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야 비로소 저자의 결론을 파악할 수 있었다.


외계인에 의한 납치 현상에 대한 프렌치 교수의 분석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 책에서 사용되는 용어에 대한 개념을 우선 짚어보려 한다. 그는 우선 다른 학자들을 인용해 심리학(心理學)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定義)를 내렸다. 심리학이란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내부적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 내면에 있는 증거와 행동적 증거를 사용하는 과학”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사람마다 다른 특성, 즉 연령, 성별, 문화적 배경, 성격 등을 갖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분석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상(異常) 심리학이란 무엇일까? 프렌치 교수는 “초자연적인 경험과 믿음을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도록 하는 학문”이라고 규정했다. 다른 과학적 방식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해 설명하겠다는 취지다. 프렌치 교수는 이상 심리학에 해당되는 사례 하나를 그의 책에서 소개했다. 프렌치 교수가 말하는 이상 심리학 현상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를 일부 발췌, 요약한다.


<다음날 오전 시험을 봐야 하는 당신은 저녁부터 잠에 들기 위해 누웠으나 잠이 들지 않고 있다. 창문을 통해 길거리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고 자려고 할 때마다 이 때문에 깨어난다. 시험은 오전 10시에 시작되는데 잘 수 있는 시간이 몇 시간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 속에 든다. 시험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해 시험 전에 복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계속 든다. 시험을 제대로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 낮에 커피를 마신 것에 대해 후회가 들고 있다.


몇 시간을 뒤척거리다 마침내 잠에 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발밑 쪽에 있는 그림자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몸 속에 두려움이 쌓이며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들리는 소리에 집중해보자 집 밖 찻길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숨을 쉬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떠보려고 안간힘을 쓰자 심장이 크게 요동치는 것 같다.


누군가가 그림자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은 명백하게 느껴진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악마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자를 쳐다보자 무섭게 생긴 늙은 할머니와 같은 형상이 보인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여성이 빨간 눈을 밝히며 당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여성이 당신이 누워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도망가고 싶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괴물 같은 생명체가 침대 위로 올라와 당신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녀의 온기가 느껴지고 악취가 나는 입냄새마저도 맡을 수 있다. 그녀의 옷깃이 당신의 살에 닿는 느낌, 기름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때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녀는 차가운 손으로 당신의 목을 감싸더니 조르기 시작한다. 무거운 몸이 당신의 몸을 짓누르고 있고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그녀로부터 도망칠 수 없으며 결국 죽게 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마지막 발버둥이라고 생각하며 팔을 움직여보려고 한다. 움직일 수 없었을 것 같은 팔이 몇 cm 정도 조금 움직였다. 그러다 갑자기 이런 주술(呪術)에서 풀려나게 됐다. 이 할머니는 사라졌고 당신은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몸은 떨리고 있고 땀으로 흠뻑 젖었다. 침대 옆 전등의 불을 켜고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켜놓는다. 다시 잠에 들기가 너무 무섭다. 다음 날 시험에서는 최상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프렌치 교수는 이와 같은 몇 가지 가상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를 외계인 납치 현상 및 이상 심리학 현상과 연관을 지었다. 이런 사례를 경험하고 나서 초자연적인 현상이 실제로 발생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그는 실제로 수면 상태에서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이를 외계인에 의한 납치, 혹은 임사체험(臨死體驗)을 한 것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프렌치 교수는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초자연적(paranormal)’이라는 용어의 정의(定義)도 정확히 내려야 한다고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표현을 ‘해괴하거나 엄청난’ 상황을 겪었을 때 사용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 역시도 틀린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정의로는 ‘특정 현상에서 일어난 한 가지 혹은 한 가지 이상의 일이 현존하는 과학적 관점에 따라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그는 외계인에 의한 납치 사례의 경우는 이런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외계인 납치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면 외계인은 도대체 어떤 기술로 지구에 오는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 납치를 하느냐는 질문이 생길 수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의 기술보다 더 고등(高等)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있다고 한다면 이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그럼에도 언론을 비롯한 대중들이 과학적으로 논란이 있는 모든 현상을 ‘초자연적’이라고 잘못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프렌치 교수는 이 ‘초자연적’이라는 표현은 전통적인 종교적 관점과도 충돌하게 된다고 했다. 초자연적이라는 현상을 과학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이라고 정의를 한다면 종교 개념 중에도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여러 종교가 있는데 죽은 사람이 환생하는 내용을 믿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를 우선 예로 들으며 예수가 물을 와인으로 바꾸는 기적,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기적 등은 인간의 과학적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프렌치 교수는 이와 같이 ‘초자연적’ 현상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한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점을 설명하며 초자연적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가 더욱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시사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는 “이상 심리학자들은 언론과 마찬가지로 덜 깐깐한 잣대로 초자연적 현상을 규정한다”고 했다. ‘해괴하거나 엄청난’ 일이 있으면 이를 초자연적이라고 부르는 언론과 비슷한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이라는 학문은 특정 용어에 대한 정의가 매우 중요한데 이상 심리학은 조금 다르다고 했다. 단순한 문제인 것 같지만 여러 차원에서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한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불리는 사건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저마다 다른 설명 방식이 필요할 때가 많고 서로 다른 이유로 발생하는 경향이 크다고 했다. 어떨 때는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이상 심리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프렌치 교수의 설명을 일부 소개했다. 그의 설명을 읽어보니 특정 현상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어느 정도는 다 설명할 수 있다는 일종의 학문적 자부심이 깔려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회의론자들처럼 “외계인에 의한 납치 사례는 사기극이다”라는 식의 단순한 부정(否定)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앞서 언급했듯 책 자체가 논문 형식과 흡사한데 전세계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자신의 가설(假說)을 입증해나가려고 했다. 그의 가설에는 여러 복합적인 내용이 포함되지만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외계인에 의한 납치 현상은 착각이다’로 정리할 수 있다. 외계인 납치 현상에 대한 그의 분석을 계속 소개하도록 하겠다.


(계속)

[ 2021-09-15, 05:4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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