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을 통한 기억 회복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英 심리학자
‘의도적으로 사기를 친다기보다는 머리 속에 분산된 각종 정보들을 엮어 이를 하나의 사실로 믿는 것’

金永男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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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프렌치 교수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사이 진행된 여러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외계인에 의해 납치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일반인보다 ‘거짓 기억’을 떠올려내는 데 있어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에게서는 판타지에 빠지기 쉬운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했다.


프렌치 교수는 이런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 뒤 납치 경험자들이 특히 최면 치료 과정에서 ‘거짓 기억’을 떠올려내는 심리학적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선 존 맥 박사 등은 최면을 통해 과거 잊고 살았던 기억을 떠올려낸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맥 박사의 주장을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최면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영화나 소설이라고 했다. 영화나 책을 보면 최면을 통해 기억을 떠올려내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사건 현장에 있던 목격자가 당시 일어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가 최면에 빠지면 구체적인 기억을 떠올려낸다는 식의 영화 장면이 많다. 어떤 경우에는 평상시라면 집중하지 않았을 장면에 대한 기억도 생각해낸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 현장에서 도망가는 차량의 번호판에 적힌 알파벳과 숫자가 정확하게 기억나는 식이다.


프렌치 교수는 “최면이라는 것은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려내는 여러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라며 “최면에 빠진 사람이 실제로 일어난 것으로 믿고 싶은 것을 떠올려내도록 하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최면 과정에서 떠올려낸 기억이 법정에서 정식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프렌치 교수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을 최면을 통해 떠올려낸 사례들을 보며 최면의 효과에 신빙성이 있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5세 때의 생일파티 기억이 구체적으로 나지 않지만 최면에 들어가면 이를 떠올려낼 수 있다는 주장들이 있다고 했다. 당시 기억만을 떠올려내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본인으로 빙의(憑依)돼 어릴 때 느낀 감정을 이야기하고 어린이처럼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최면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상황, 즉 당시의 감정에 몰입된 모습을 보면 이를 실제 기억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납치 경험자가 납치 당시 상황을 묘사하며 보여주는 공포심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프렌치 교수는 “하지만 최면에 빠진 사람들이 실제 어린이들이 하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들은 ‘실제 어린이들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라는 점을 성인의 관점에서 생각한 뒤 이와 같이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이 어린이라면 했을 법하다고 생각해 말한 표현이나 단어들이 실제 어린이가 사용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프렌치 교수는 일부 최면 치료사들은 최면 치료를 통해 머리 속에 있는 기억보다 더 정확한 기억을 떠올려낼 수 있으며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도 기억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어머니의 배 속에 있을 때나 전생(前生)의 기억을 떠올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이는 거짓 기억이다”라고 단정했다.


그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냈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들을 소개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했다는 사람들의 개별 사례에 대한 연구와 여러 실험을 통한 방식으로 거짓임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특정 인물이 떠올려낸 전생의 기억을 검토해보면 구체성이 떨어지고 이미 역사적인 사실로 알려진 이야기들에 바탕을 두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물론 전생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낸 사람들이나 외계인에 의한 납치를 경험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또한 “다른 곳에서 접한 정보들이 취합돼 하나의 이야기가 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를 무조건 의도적인 사기극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며 “최면 과정에서는 여러 기억 속에 있는 정보들이 계속 떠오르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최면 과정에서 머리 속 곳곳에 저장돼 있는 각종 정보들을 취합해 하나의 일처럼 만들 수 있는데 실제로 이 기억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잠복(潛伏)기억현상(cryptomnesia)’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누구한테 들은 이야기인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인지를 완전히 잊어버린 상황에서 무언가 새롭고 독창적인 생각이 떠올랐다거나 혹은 자신이 겪은 일처럼 받아들이는 현상을 뜻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그는 과거 발표된 연구 논문들을 인용하며 최면을 당하는 사람들이 이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떠올려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인용한 한 논문은 두 집단을 대상으로 최면을 실시한 결과를 담고 있다. 한 집단은 최면에 들어가기에 앞서 전생의 삶에서는 지금의 삶과는 다른 성별 및 인종으로 살았을 수도 있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극단적인 환경에서 살았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다른 집단에게는 어떤 정보도 사전에 주입하지 않았다. 실험 결과 먼저 언급된 집단일수록 미리 전해들은 이야기를 반영하는 기억을 떠올려내는 경향이 컸다.


프렌치 교수가 소개한 또 다른 실험 역시 두 집단을 나눠 최면을 통해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내도록 한 실험이었다. 한 집단에게는 전생에 살던 아이들은 학대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고 다른 집단에게는 어떤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다. 예상대로 이런 이야기를 먼저 접한 집단일수록 전생에 자신이 학대를 당했다고 말하는 비율이 높았다. 프렌치 교수는 “이는 납치 경험자들이 떠올려낸 기억과도 비슷할 것”이라며 “이들이 머리 속에 갖고 있는 기대감이 떠올린 기억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들이 미리 문화적으로 배운 외계인 납치에 대한 내용이나 최면을 건 사람들의 영향에 의해 왜곡된 기억을 현실에서 일어난 일로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프렌치 교수는 전생이 됐든 외계인 납치가 됐든 이런 특이한 기억을 떠올려내는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의 요소가 작용한다고 했다. 우선 하나는 이들이 이런 현상을 이미 사실로 믿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이런 현상이 과학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도록 누군가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프렌치 교수는 납치 경험자들은 이들이 떠올린 기억이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들은 이미 자신들이 외계인에 의한 납치 피해자라는 의심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최면 치료를 받아 이런 기억을 떠올려보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80년대에 활동하던 UFO 학자인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영문학 교수인 앨빈 로슨이 실시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로슨 교수는 UFO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고 외계인에 납치됐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실험 참가자 8명을 모집했다. 그는 이들에게 최면을 걸어 외계인에 의해 납치를 당하면 어떨지 상상해서 말해보도록 했다. 그러고는 실제로 납치를 경험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떠올린 기억과 비교를 해봤다. 비교 결과 ‘가짜 납치 경험자들’ 역시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했으며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슨 교수의 연구에 대해 반박하는 연구도 진행된 적이 있었다. 이들 연구진들은 가짜 경험자 집단과 실제 경험자 집단이 하는 이야기에 비슷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짜 경험자들의 경우 이야기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고로 납치 경험자들이 실제로 일어난 경험을 떠올려내는 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결과였다. 프렌치 교수는 이런 반박 연구의 신뢰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로슨 교수가 모집한 가짜 경험자 집단은 UFO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UFO에 의해 납치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최면에 들어가기에 앞서 납치 현상에 대한 여러 정보를 미리 숙지했을 수 있다고 했다. 최면 이전에 이미 여러 UFO 납치 이야기를 머리 속에 넣어놨기 때문에 더욱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렌치 교수는 이와 같은 여러 연구 결과를 소개한 뒤 또 하나의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여러 연구 결과 납치 경험자들이 최면 과정을 통해 거짓 기억을 떠올려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들이 왜 애초에 납치 피해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는지가 의문이다”라고 했다.

 

프렌치 교수가 지금까지 이어온 논리는 다음과 같이 요약해볼 수 있다. <1. 납치 경험자들은 납치를 당했다고 믿는다. 2. 믿지 않았다면 최면 치료를 통해 기억을 떠올려낼 이유도 없던 사람들이 최면을 받기로 결심하고 이를 통해 납치 경험을 떠올려낸다. 3. 이들이 떠올려낸 기억은 머리 속 여러 곳에 저장돼 있는 각종 정보들이 취합된 것인데 이를 ‘거짓 기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프렌치 교수가 의문으로 남는다고 말하는 것은 선제조건이 돼야 하는 납치를 당했다고 믿는 이유가 불확실하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런 추론을 내놨다. 그는 우선 납치 경험자들이 맨정신에서는 납치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자신들에게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특이한 현상이 외계인 납치 현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설명일 수 있다고 했다. 프렌치 교수는 납치 경험자들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UFO를 몇 차례 목격하고 의문의 상처나 임신 증세와 같은 신체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쉽게 설명하면 UFO를 목격하고 의문의 상처나 임신 증상을 보인 사람의 경우 이에 대한 원인이 납치 현상에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프렌치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납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마지막 가설(假說)로는 수면마비 현상, 즉 가위 눌림 현상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설명과 그의 결론을 계속 소개하도록 하겠다.

[ 2021-09-17, 05:5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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