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부>재정위기에 지폐 인쇄 중단
임시 금권 '돈표' 발행으로 대체 시도도 불신 확산…"중국에서 종이와 잉크가 들어오지 않아 국산 제품으로 인쇄"

강지원·이시마루 지로(아시아프레스)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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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북도 삭주군의 폐허가 된 화학공장 건물. 2021년 10월 중국 측에서 촬영.

 

북한의 재정난이 심각해져 국가기관과 국영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 물자 구입 대금이나 급여 지급이 마비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지폐의 인쇄도 할 수 없게 되자 정부는 '돈표'라는 금권을 발행해 대체하려고 하지만 곧 기피 현상이 일어나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최신 내부 동향을 보고한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궁여지책으로 임시 금권 '돈표' 발행

"드디어 나라에 현금이 없어진 것 같다"

북한 각지에서 이 같은 소식이 자주 전해지게 된 건 8월 말. 행정 및 당 기관, 국영기업, 공장의 자금 융통이 악화하고 지급이 막혀, 은행에서도 현금 지급이나 송금을 받지 않게 됐다고 한다.

김정은 정권은 자금난에 대응해서 임시로 조선중앙은행금권(돈표)을 발행했다. 액면가는 5000원. 9월 초순 한국 언론이 '돈표'의 사진을 입수해 보도하면서 밝혀졌다.
※ 5000원은 10월 21일 현재 실세 환율로 약 1030원

갑작스러운 '돈표'의 발행에 대해 한국의 여러 전문가들은, 시중에서 외화를 흡수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에 외화 교환 전용 금권이 발행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빈곤층 생활 지원을 위해 '돈표'를 발행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 국내에서 조사를 진행하면서 실상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국가기관과 국영기업, 공장, 은행의 구제라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부 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 A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평양과 주변에서 '돈표'가 나도는 것 같다는 소문은 9월 중순부터 퍼지기 시작했는데 내가 실물을 본 건 10월 초순이 되어서다. 기업과 공장이 결제나 대금 지급을 '돈표'로 하게 됐고 그게 시장에도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경계해서 되도록 받지 않으려 한다. 정부는 '정규 돈과 같다'라고 말하지만 누가 믿겠는가? 지금까지 실컷 속아왔다. 차라리 물물 교환이 낫다."

다른 도시에 사는 취재협력자 B 씨도 이렇게 말한다.

"손에 쥔 외화를 '돈표'로 바꾸라는 지시도 안 나왔고, 손해 볼지도 모르는데 바꿀 사람은 없다. '절량세대(식량과 돈이 떨어진 빈곤한 가구)'에 준다는 말도 없다."

이밖에 두 명의 협력자에게 조사를 부탁했는데, 이번 '돈표'에는 외화와 바꾸는 기능은 없고 빈곤층에 지급된 사실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은 왜 통화 공급을 하지 않고 임시 '돈표'를 발행했을까? 전술한 협력자 A 씨는 "중국에서 종이와 잉크가 들어오지 않아 일시적으로 국산 제품으로 인쇄하고 있다고 간부로부터 설명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다른 협력자 C 씨는 "지폐용 종이와 잉크도 수입할 수 없다니, 대체 나라에 얼마나 돈이 없다는 건가. '돈표'는 100% 국산이라고 당국은 설명하는데, 질이 나빠서 일반 종이 같다"라고 말한다. 외화난으로 중국에서 수입이 어려워져, 지폐 인쇄용 종이와 잉크가 고갈된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발행된 임시 금권인 '돈표'. 사진을 입수한 탈북자로부터 제공받았다.

◆ 기업은 극도로 부진

국영기업이 부진한 주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으로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해 무역이 크게 침체한 데 있다. 중국에 원재료를 의존해온 기업은 가동이 저하되거나 중단됐다. 위탁가공 생산품과 광물이 중심이었던 대중국 수출도 거의 멈춘 상태다.

또한 과도한 코로나 대책으로 국내의 사람과 물건의 이동 및 유통을 강하게 제한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현금 수입이 줄어들어 구매력이 떨어졌다. 물건을 만들지 못하고 팔리지 않으니 시장의 기능이 대폭 축소됐다. 기업 간 물자 유통이 저조해 결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협력자들은 현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멈춰 기업 간 거래 대부분이 사라져버렸다. 겨우 가동하는 공장은 생산물을 시장 상인에게 판매하는 곳 정도다. 생산에 필요한 건 시장에서 현금으로 사야 한다. 하지만 기업도 나라도 돈이 없다. 그래서 '돈표'를 찍은 거라고 생각한다" (A 씨)

"강철 공장 등 몇몇 기업의 경리 담당에게 물어봤는데, 회계상 결제 처리는 은행을 통해 해왔지만 기업들이 은행이 넣을 돈이 없어서 송금도 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C 씨)

"기존의 원 지폐는 개인 사이에서는 돌고 있다. 인민은 국영 금융기관을 믿지 않아서 '돈주(신흥 졸부)'에게만 돈이 모이니 은행이 기능하지 않는다" (B 씨)

◆ 벌써 '돈표' 불신 확산

시중에서는 벌써 '돈표'를 열등한 금권으로 간주해 기피가 확산하고 있다. B 씨는 이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돈표'를 두고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5000원권을 현금 4000원, 3800원 정도로 깎아서 매입하는 환전상이 나오고 있다. 그들은 아직 현금을 가진 기업과 기관에 들고 가서 연줄을 이용해 현금과 바꿔서 차익을 얻는다. '돈표'가 나와서 나라에 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무조건 중국 위안이나 미국 달러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당황한 당국은 처벌 의사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A 씨에 따르면, 인민반회의에 온 관리는 이렇게 고지했다.

"'돈표'는 현재의 난관 때문에 임시로 발행하고 있지만, 현금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나라가 보증한다. 코로나가 끝나고 국경이 열려 화폐 생산이 정상화되면 '돈표'는 회수한다. 이걸 질이 나쁘다든가 앞으로 휴지가 된다든가 하는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자, 돈표를 매매하는 자는 적발해 처벌한다"

통화의 발행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김정은 정권의 재정난이 악화한 것은 틀림없다. 과도한 코로나 대책의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프레스는 노동당이 10월 들어 발행한, '돈표'에 관한 '절대 비밀' 지정 문서를 입수했다. 10월 중 그 상세한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 2021-10-23, 05:5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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