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가 깨어난 사람들 (1)
육체가 죽어도 인간의 의식은 살아남는가?...마리아는 테니스화를 어떻게 봤을까?

金永男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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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큰 궁금증 중 하나는 ‘죽음’이 과연 무엇인가일 것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인간은 모두 죽고,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누구도 죽음을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없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레슬리 킨이라는 여성기자가 있다. 그는 오랫동안 미확인비행물체(UFO)를 취재해왔다. UFO를 취재하다 ‘우주에 우리밖에 없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고 ‘인간의 의식(意識)’이란 무엇인가에 궁금증이 생겼다고 했다. 이런 궁금증을 갖고 취재에 나선 그는 2017년 ‘죽음으로부터 살아남다(Surviving Death)’라는 책을 썼다. 죽었다 살아났다는 사람들의 주장을 의미하는 임사체험(臨死體驗·Near-death experience)과 사후세계(死後世界)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레슬리 킨은 기자(記者)와의 인터뷰에서 임사체험을 했다는 사람들을 취재한 뒤 이들의 주장을 어느 정도 믿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의식이라는 것이 인간의 뇌와는 따로 기능한다는 이야기”라며 “인류가 풀지 못한 질문 중 하나는 의식이 인간의 몸이나 뇌가 죽은 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책의 서문(序文)에서 이 책은 특정 종교 혹은 믿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사용한 ‘살아남다(surviving)’라는 표현은 임상적으로 사망한 상태 후에도 특정 기억과 감정을 갖게 된 상황을 뜻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사체험이라는 표현을 세상에 알린 사람은 레이먼드 무디라는 미국의 정신과 의사다. 그는 1975년 ‘삶 후의 삶(Life after life)’이라는 책을 통해 임사체험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임사체험을 다음 열한 가지 항목으로 정리했다.


<1. 체험내용의 표현이 불가능하다. 2. 죽음의 선고를 듣는다. 3. 마음이 평안하고 고요하다. 4. 이상한 소리가 난다. 5. 어두운 터널을 지난다. 6. 체외이탈(體外離脫·Out-of body experience)을 경험한다. 7. 누군가와 만난다. 8. 빛과 만난다. 9. 지난 삶을 돌아본다. 10.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만난다. 11. 살아서 돌아온다.>


이런 과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 ‘의식(consciousness)’이다. 의식의 사전적 정의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하여 인식하는 작용”이다. 간단한 뜻 같지만 ‘의식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면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미국의 권위 있는 과학 전문 주간지 ‘사이언스(Science)’는 2005년 7월 1일 창간 125주년을 맞아 발행된 특집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125개의 질문들’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과학자들과 사이언스誌 편집위원 등을 토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과학자들이 지금까지는 해답을 내리지 못했으나 25년 이내에는 답에 가까워질 것으로 생각하는 질문 125개를 선정했다. 1위로 선정된 질문은 ‘우주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이었다. 그리고 2위가 ‘의식을 구성하는 생물학적 요소는 무엇일까’였다. 레슬리 킨 기자의 책에 담긴 임사체험 사례들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한다.


“의식이 빠져나와 천장에”

킴벌리 클라크 샤프는 의료사회복지사다. 그는 미국 서북부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하버뷰메디컬센터에서 약 10년간 근무했다. 1985년에는 시애틀의 프레드허치슨 암연구센터에서 사회복지과를 만들기도 했다. 이 연구센터는 골수이식을 세계 최초로 시행한 곳이다.


1977년 4월 마리아라는 중년 여성이 이 병원으로 이송돼 왔다. 멕시코 출신 이민자인 그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시애틀을 방문했다가 심장마비로 응급실에 실려 왔다. 의식을 찾은 이후 마리아는 샤프와 주기적으로 만나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화를 나눴다. 마리아는 영어가, 샤프는 스페인어가 서툴렀지만 두 언어를 섞어가며 나름의 소통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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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벌리 클라크 샤프 (유튜브 캡쳐)

 


입원해 있던 마리아에게 얼마 후 또 한 차례 심장마비가 왔다. 샤프를 비롯한 의료진들은 그녀가 있는 방으로 달려가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공기가 폐로 통할 수 있도록 하는 큰 튜브가 그녀 목 부위에 설치됐다. 마리아의 옆에는 심전도 측정기가 설치돼 심장 박동 움직임을 측정했다. 그러다 얼마 후 이 측정기 모니터 그래프가 일자(一字)로 바뀌었다. 심장이 더 이상 뛰지 않는 것이었다. 이는 임상적으로 사망한 상태를 의미했다.


의료진은 마리아의 몸에 부착된 제세동기(除細動器·심장 부위에 전기 충격을 가하는 기기)를 작동했고 다행히 맥박이 돌아왔다. 마리아는 몇 시간 후부터는 혼자서 호흡을 할 수 있게 됐다.


한 번 심장마비를 겪은 환자는 이런 현상이 반복될 것을 걱정해 정신적으로 불안하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 샤프는 마리아가 안정을 되찾자마자 그의 병실로 향했다. 걱정이 가득할 것 같던 마리아는 샤프를 보고서는 오히려 손을 흔들며 가까이 오라고 했다. 중요한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마리아는 천장을 가리키며 자신이 “몸에서 빠져나와 저 위에 올라갔었다”고 했다. 위에서 자신의 호흡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지켜봤다고 했다. 마리아는 샤프에게 당시 병실에 누가 있었는지, 누가 어디에 어떻게 서 있었는지,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를 말하기 시작했다. 마리아는 어떤 기기들이 본인 주변에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마리아는 제세동기에서 넓은 하얀색 종이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며 한 의료진이 이를 치우기 위해 발로 자신의 침대 밑을 향해 차버렸다고 했다.


샤프는 마리아가 떠올린 기억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고 했다. 우선 마리아가 묘사한 병실 안의 모습이 실제 상황과 일치했다고 했다. 샤프는 ‘청력(聽力)’이 죽기 전 가장 오래 지속되는 감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리아가 당시 대화 내용을 기억해냈을 수는 있다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제세동기에서 나온 종이가 걸리적거려 침대 밑으로 차버린 행동을 떠올려낸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우선 마리아 같은 일반인은 제세동기에서 이런 종이가 나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TV에서도 잘 소개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했다. 또한 마리아는 침대 위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침대 밑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도 없다고 했다.
 
테니스화

마리아는 샤프에게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놨다. 자신이 몸에서 빠져나왔을 때 병원 밖으로 이동했는데 3층에서 4층 높이에서 병실 창문 밖에 설치된 난간에 테니스화 한 짝이 올려져 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 짙은 청색의 남성용 테니스화였고 새끼발가락 쪽에 벗겨진 자국이 있다고 했다. 하얀색 신발끈은 발뒤꿈치 쪽에 넣어져 있었다고 했다. 마리아는 누군가가 이 신발을 꼭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샤프는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마음으로 신발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이 큰 병원 건물에서 언제 신발을 찾나’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마리아의 기분을 상하게 해 건강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우려했다. 샤프는 건물 밖으로 나가 건물을 올려다보며 한 바퀴 걸어봤지만 건물 바로 밑에서 걸어서인지 신발은 보이지 않았다. 길을 건너서 한 바퀴를 더 걸어볼까도 생각했지만 찻길이라 위험하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샤프는 건물 안으로 들어온 뒤 3층으로 향했다. 건물 동쪽 편에 있는 병실들부터 무작위로 하나씩 들어가 봤다. 동쪽 편에서 북쪽 편을 바라보는 병실들을 하나씩 다 들어가 본 뒤 서쪽 편의 병실들로 갔다. 그러다 서쪽 편에 있는 한 병실 창문 외부 난간에 테니스화가 있는 것이 보였다. 샤프는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신발은 마리아가 묘사한 그대로였다.


샤프는 이를 이해하기 위해 네 가지 추론을 떠올려봤다. 우선 병원 건물 건너편에서 망원경 등을 통해 난간에 있는 신발을 봤을 가능성이었다. 그러나 마리아가 시애틀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도착하자마자 심장마비로 병원에 이송됐기 때문에 이는 성립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마리아가 병원에서 홀로 돌아다녔을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심장마비 증세로 입원했던 환자가 병실에 있는 정맥 주사기와 몸에 부착된 각종 검사기기를 뽑고 돌아다녔다면 바로 의료진에 발각됐을 것이었다.


세 번째는 누군가 미리 신발을 갖다 놓고 마리아와 입을 맞춰 사기극을 폈을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마리아가 의식을 잃었다가 되살아난 뒤 샤프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때까지 그를 방문한 사람은 없었다. 샤프는 마리아를 접촉한 의사나 간호사가 있기는 한데 바쁜 사람들이, 직업윤리를 위반해가며 그런 사기극을 벌였을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샤프가 떠올린 마지막 가능성은 심장박동이 멈추고 눈을 감고 있었으며 주변에 의료진으로 가득했으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리아의 의식이 몸 밖으로 나와 먼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고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샤프는 신발을 등 뒤에 숨기고 마리아의 병실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마리아가 만약 병원 밖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로 신발을 봤다면 신발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어야 했다. 신발의 옆면을 바라봤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반면 샤프는 병실 창문에서 아래쪽으로 내려다보는 방향에 설치된 난간에 있는 신발을 봤기 때문에 신발 안을 볼 수 있었다. 샤프는 신발 안이 어떤 모양이냐고 물었다. 마리아는 “신발 안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은 병원 관계자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마리아의 심폐소생 과정에 참여했던 의료진들은 이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임상적으로 사망했었다는 것을 이들은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마리아는 2주 후 퇴원하면서 샤프에게 테니스화를 선물했다. 샤프는 이를 간직해왔으나 이사를 하다 잃어버렸다고 한다. 샤프는 “우리가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우리의 인지능력, 자각(自覺), 다른 사람과의 관계의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의 의식은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시공간(時空間) 밖에서도 존재할지 모른다”고 했다. (계속)


[ 2021-12-20, 04:3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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