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고개를 숙일 수 없었던 이유
“목이 부러지지거나 왕관이 떨어질까봐”

李知映(조갑제닷컴)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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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가 진행중이다. 여왕의 관은 찰스 3세 국왕, 윌리엄 왕세자, 해리 왕자를 비롯 고위 왕실 일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버킹엄 궁전에서 나와 현재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되어 있다. 관 위에는 크라운주얼(Crown Jewels, 영국 국왕과 여왕이 수 세기에 걸쳐 수집한 수만 점의 보석 컬렉션)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Imperial State Crown, 영국 제국관)'이 놓였다.


현재의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은 193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부친 조지 6세의 대관식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1953년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식 때 여성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체형을 고려해 왕관의 아치 부분 높이를 낮췄다.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은 빅토리아 여왕 시절의 왕관보다 가볍고 편하게 설계되었는데도 무게가 1.06kg에 달한다고 한다. 

 

영국 국왕의 공식 왕관은 참회왕 에드워드의 이름을 딴 성 에드워드 왕관(St Edward's Crown)이다. 13세기 이래로 영국의 역대 국왕들이 대관식에서 착용했다. 현재의 성 에드워드 왕관은 1661년에 찰스 2세가 왕정을 복고하면서 새로 만든 것으로 1689년부터는 지나치게 무거워(2.4kg) 대관식 때에 착용되지 않았다. 다만 성 에드워드 왕관이 영국 왕권의 절대적인 상징이었으므로 대관식 내내 한쪽의 제단 위에 놓여졌다고 한다. 이후 200여 년간 실질적으로 왕관의 기능을 하지 않고 상징적 장식물로 여겨지다 1911년 조지 5세 대관식 때 왕이 다시 착용하기 위해 무게를 2.2kg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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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6세가 대관식을 마친 후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을 착용하고 버킹엄 궁 발코니에 나와 인사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보다 아치가 높다. 앞줄 왼쪽은 당시의 엘리자베스 공주.

 

조지 6세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대관식 때에만 이 왕관을 썼고 대관식 이후에는 대부분 상대적으로 가벼운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을 썼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대관식 공식 초상화도 임페리얼 스테이크 크라운을 착용하고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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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을 착용한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초상화(1953년 6월2일) ⓒhrp.org.uk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018년 방영된 BBC 다큐멘터리에서 왕실 전문가인 알라스테어 브루스(Alastair Bruce)와 인터뷰 도중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의 무게를 두고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연설문을 읽고 싶어도 아래를 내려다 볼 수가 없어요. 연설문을 위로 들어야 하죠. 안 그러면 목이 부러지거나 왕관이 떨어질지도 몰라요. 왕관들은 단점이 좀 있지만, 그것만 빼면 꽤나 중요한 물건이랍니다."

"You can't look down to read the speech, you have to take the speech up, because if you did your neck would break-it would fall off! There are some disadvantages to crowns, but otherwise they're quite important things."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53년 대관식을 마친 후 이 관을 착용한 이래 재위 기간 동안 매년 의회 개회식에서 이 관을 쓰고 영국 정부의 당해년도 주요 입법안을 읽었다. 여왕은 90대에 접어들어서는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을 착용하지 않았다.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은 다이아몬드 2868개, 진주 273개, 사파이어 17개, 에메랄드 11개, 루비 5개를 비롯해 3000여 개의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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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캐럿의 컬리넌 2가 장식된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 ⓒhrp.org.uk

 

왕관의 앞면 중앙 하단에는 1905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발견된 3106캐럿의 '컬리넌 다이아몬드' 원석을 조각내 66개 면을 가진 쿠션(Cushion,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형태로 연마한 317캐럿의 컬리넌 2(Cullinan II)가 박혀있다. 본래 왕관 앞쪽에는 104캐럿의 '스튜어트 사파이어'가 끼워져 있었는데, 1909년에 그보다 더 가치가 높은 '컬리넌 2'가 정면에 박히면서 뒤쪽으로 옮겨졌다. 왕실 컬렉션에서 가장 오래된 보석도 있는데 '성 에드워드의 사파이어'다. 1163년 참회왕 에드워드가 착용했던 반지에서 빼낸 것으로, 왕관 맨 위의 십자가 중앙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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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아꼈다는 '흑태자의 루비' ⓒhrp.org.uk

 

앞쪽 정중앙에 박힌 거대한 붉은 보석은 흑태자 에드워드가 카스티야의 국왕에게 선물받은 170캐럿 보석으로 통칭 '흑태자의 루비'로 불린다. 붉은 색 때문에 루비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루비가 아닌 스피넬이라고 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 '흑태자의 루비'를 특히 아꼈는데, 이 보석은 백년전쟁 중 영국군이 칼레 남부에서 프랑스군을 물리친 1415년 아쟁쿠르 전투에서 헨리 5세가 착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설에 따르면, 당시 헨리 5세는 루비에 구멍을 뚫고 깃털을 넣었다고 한다. 여왕은 이 일화와 관련 2018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보고 있으면 재밌다"며, "헨리 5세의 깃털 장식이 투구를 장식한 보석에 박혀있었다는 건데, 좀 엉뚱하기는(rash) 하지만 당시 관습이었던 것 같다(Well, the idea that his plume was put into the stone, for his, on his helmet, Rash, but that was the sort of thing they did, I suppose, in those days.)"라고 설명했다. 


왕관 홍예(虹霓) 장식 위에 얹힌 오브(orb, 왕관 위 동그란 구형의 물체)에는 총 4개의 진주가 매달려 있는데 이 진주들은 엘리자베스 1세의 귀걸이었다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전 BBC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그 중 두 개는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 소유였던 것을 여왕의 처형 이후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사들인 것이라고 한다.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과 크라운주얼의 가치에 가격을 매기기는 불가능하다. 크라운주얼은 한 번도 보험에 가입된 적이 없으므로 평가를 받은 적도 없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30억~50억 파운드의 가치가 있다고 추정했으며 317캐럿 컬리넌 2(왕관 중앙에 있는 다이아몬드)만 4억 파운드로 추산된다.

 

찰스 3세 국왕은 전통에 따르자면 대관식에서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착용하고, 대관식이 끝나면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을 쓰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만 73세의 고령이라 무거운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착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 2022-09-16, 18:0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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