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윤석열은 역사의 무게를 느꼈나?
청와대 이전이 역사부정임을 깨달았을까?

趙甲濟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짧은 영국 방문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에 대하여 느낀 점이 많았을 것이다. 특히 웨스트민스터에 묻힌 영국 왕들과 위인들의 생애에서 역사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 오래 된 것은 낡은 것이 아니란 점, 모든 역사는 영욕이란 점을 알아챘을 것이다. 그가 74년 역사의 청와대를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라고 매도하면서 한국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건물을 버리고 역사성도 미학도 없는, 이 정권도 고백하듯이 국격에도 맞지 않는 국방부 건물로 들어간 것이 역사파괴에 해당한다는 점도 깨달았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청와대 복귀가 정답인데 이는 아마도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쟁점이 될 것이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즉위 70주년 기념행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초, 나는 런던에 있었다. 러시아 영공 통과 금지로 대한항공 여객기(보잉 777-300)는 인천을 이륙, 중국 북부를 가로질러 중앙아시아로 들어갔다가 터키, 흑해, 헝가리, 독일, 프랑스, 도버 해협을 지나 14시간 만에 런던 교외 히드로 공항에 착륙했다.
 
  다음 날 시내로 나가 서점에 들렀다. 역사책이 많은 데 놀랐다. 세계를 경영했던 나라답게 책의 주제도 범(汎)세계적이었다. 영국인의 역사관(歷史觀)은 ‘악당으로부터도 배울 게 있다’는 식이다. 영국 왕의 대관식(戴冠式)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유명인사들의 공동묘지이기도 하다. 16세기 유럽의 패권(覇權)국가 스페인의 무적(無敵)함대를 무찔러 잉글랜드의 독립을 지켜낸 엘리자베스 1세의 석관(石棺) 앞 바닥에는 이런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메리와 엘리자베스의 무덤 옆에서 기억하라. 종교개혁 시대에 신앙의 다름에 의하여 갈라졌던 그들은 모두 그리스도와 양심을 위하여 목숨을 바쳤다는 사실을.〉
 
  스코틀랜드 여왕이었던 메리(천주교)는 엘리자베스 1세(성공회)에 의하여 처형되었지만 무덤은 붙어 있다.
 
 
  죽어서 마주 보고 있는 찰스 1세와 크롬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있는 엘리자베스 1세의 석관. 사진=퍼블릭 도메인
  웨스트민스터의 가장 좋은 자리엔 찰스 1세를 처형하고 왕정(王政)을 폐지, 공화정(共和政)을 열었던 올리버 크롬웰의 무덤이 있었다. 현재는 표시만 남아 있는데, 찰스 1세의 아들 찰스 2세는 복귀하자 아버지를 처형하는 데 관계하였던 이들의 명단(이를 블랙리스트라 했다)을 만들어 잡아 죽이는 한편 크롬웰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屍身)을 꺼내 부관참시(剖棺斬屍)했다. 해골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떠돌다가 1960년에야 모교(母校)인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 마당에 묻혔다.
 
  웨스트민스터 맞은편 국회의사당 경내엔 크롬웰의 동상이 서 있다. 길 건너편 건물 외벽에는 찰스 1세의 얼굴 조각상이 붙어 있다.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怨讐)끼리 노려보는 형국이다. 1215년 마그나카르타 이후 지속된 왕권(王權)과 의회 권력의 피비린내 나는 오랜 대결이 1688년의 이른바 명예혁명에 의하여 마무리된 뒤에도 영국 여성들이 남성과 같은 투표권을 갖게 된 것은 1928년이었다. 한국은, 영국에서 발전시킨 의회민주주의를 대통령 중심제로 변용(變容)한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승만(李承晩)을 매개로 하여 수입한 셈이 된다.
 
 
  ‘하나님 앞에선 아무도 잊히지 않는다’
 
  한국과 영국의 인연은 김일성 남침 때도 계속된다.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남아공 등 영연방(英聯邦) 국가는 약 6만 명을 파병, 1078명이 전사, 4909명이 부상당했다.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성바울 성당 지하엔 넬슨 제독과 웰링턴 공(公)의 무덤이 있다. 나폴레옹에게 이긴 두 장수의 무덤 사이 벽에는 한국전 전사자들을 위한 추모의 글판이 있었다.
 
  “유엔의 이름 아래 싸운 첫 전쟁에서 죽은 영국 병사들을 기억하면서, 그들의 용기와 인내에 대하여 하나님께 감사하고, 세계의 국가들과 사람들 사이의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기도한다. 한국 1950~1953. 하나님 앞에선 아무도 잊히지 않는다.”
  (REMEMBER THE BRITISH SERVICEMEN WHO DIED IN THE FIRST WAR FOUGHT IN THE NAME OF THE UNITED NATIONS. THANK GOD FOR THEIR COURAGE AND ENDURANCE AND PRAY FOR PEACE AND RECONCILIATION AMONG THE PEOPLES AND NATIONS OF THE WORLD. KOREA 1950-1953. Not one of them is forgotten before God.)
 
  “하나님 앞에선 아무도 잊히지 않는다”는 한때 한국전을 ‘잊힌 전쟁’으로 불렀던 세론에 던진 메시지로 읽혔다.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은 “과거를 지배하는 사람이 미래를 지배한다. 그런데 오늘을 지배하는 사람이 과거를 지배한다”고 했다. 역사의 해석권을 장악한 사람이 권력투쟁의 최종 승자(勝者)가 된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하여는 확신이 있는 듯한데 그의 말에선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없다.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이 날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74주년, 즉 건국 기념일임을 애써 언급하지 않았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확인했던 대한민국 생일을 무시한 이는 문재인과 윤석열뿐이다. 

 남북한 대결의 본질은 '민족사의 정통성과 삶의 양식을 놓고 다투는 타협이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인데 삶의 양식 대결에선 압승하였지만 정통성 싸움에선 문재인 윤석열의 예를 보듯이 북한노동당 정권에 지고 있다. 역사전쟁에서 이겨야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것이다. 


[ 2022-09-20, 11:1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