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번역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이코노미스트] 성경 번역으로 보는 번역의 어려움

金永男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번역 관련 일을 가끔 하는 나는 요즘 인터넷 번역 기술을 보며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약 10년 전 번역 관련 일을 처음 했을 당시, 회사 선배들은 절대 구글 번역기를 돌리지 말라고 가르치고 혼냈다.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번역기로 번역된 것을 참고해 다시 번역을 하게 되면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 선입견이란, 복잡하거나 모호한 표현이 있을 경우엔 사람이 이를 오랫동안 고민을 해야 하는데, 구글 번역기가 처음에 보여준 결과가 머릿속에 맴돌아 그것이 맞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기계 번역기의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진보했다. 일반 텍스트만을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이미지도 번역할 수 있고 음성 인식 번역도 가능하다. 원문의 언어와 번역 대상 언어가 무엇인지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60% 이상은 의미 전달이 가능해지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번역일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기계 번역을 먼저 한 뒤 이를 감수하는 역할만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현재의 기계 번역은 복잡한 문장을 번역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원문의 글을 간단하게 다듬어 다시 번역기에 돌리는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이는 전세계적인 트렌드라고 한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신간을 소개하며 ‘성경을 번역하는 것은 성가신 일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를 소개하기에 앞서 이코노미스트가 11월에 쓴 기사를 먼저 소개하려 한다. 이 잡지는 인공지능(AI) 등 기계가 번역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미래가 올 것인지를 내다보는 기사를 실었는데, 결론은 ‘안 된다’였다. 인간과 기계가 결합해 번역을 하는 미래가 다가올 것이지, 인간이 혼자서, 기계가 혼자서 번역일을 모두 진행하는 미래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기사였다. 


이코노미스트는 몇 가지 예를 들었다. 영어로 쓰인 글을 기계를 통해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번역된 프랑스어를 다시 영어로 번역해봤다고 했다. 미미한 차이이겠지만, ‘may(~일 수도 있다)’가 ‘can(~할 수 있다)’로 바뀌고, 동사의 시제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5년 사이 기계 번역 기술이 빠르게 진보했다고 했다. 이른바 ‘딥 러닝’ 기술을 적용해 기계로 하여금 반복적으로 학습하게 한 결과라고 했다. 특정 회사들은 이들이 전문으로 하는 일에 대해서만 기계가 학습할 수 있도록 해 더 나은 결과를 내려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법조계 관련 회사가 관리하는 기계는 법률 관련 내용만을 학습해 더욱 전문적인 언어로 번역을 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럼에도 기계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이유는 특정 문화권에 대한 이해도가 인간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나의 예로 특정 국가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를 전혀 다른 의도로 번역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법률 관련 용어는 단어 하나하나마다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를 기계가 정확하게 번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번역가들이 기계 번역을 감수하는 일만 하게 되는 세상이 오는 것을 우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오히려 기계와 인간이 서로 ‘윈윈’하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했다. 방대한 양의 원문을 기계는 단숨에 번역할 수 있지만 인간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방대한 양을 기계가 번역하고 인간이 이를 감수하면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번역의 미래는 인간과 기계의 결합인 ‘사이보그’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1월 셋째 주 발행된 호에서는 옥스퍼드대학 학자 출신이자 성직자인 존 바튼이 쓴 ‘말씀(The Word)’라는 신간을 소개하며 번역이 왜 어려운 일인지를 또 한 차례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느 지금의 기계 번역기를 사용해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가끔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여행자들이나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종교 서적과 같은 신성한 문서를 번역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했다. 무슬림들은 아랍어 원문으로 된 코란을 읽도록 교육받고 있고 유대인들도 히브리어로 읽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두 종교의 사촌격인 기독교는 여러 차례 번역이 된 것이라고 했다. 유대어로 된 구약도 있고 그리스어로 된 신약도 있다고 했다. 예수와 제자들은 히브리어의 자매격인 아람어를 썼는데, 성경에 적힌 인용문은 사실상 거의 다 번역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성경 번역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구절인 구약 이사야서 7장 14절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어로, “그러므로 주께서 친히 징조로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라고 번역돼 있다. 여기서 문제는 ‘처녀’라는 표현인데 원문은 ‘알마(almah)’라고 한다. 초창기 번역에서 ‘처녀’로 번역이 됐는데 현재 대다수의 신학자들은 이 표현의 뜻은 그냥 ‘어린 소녀’ 정도일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의미 전달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탄생이 이런 예언이 실현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책의 저자 존 바튼은 수천 년이 된 문서를 현대식 영어로 번역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고 했다. 일반 사람들은 두 개의 언어만 잘 알고 있으면 번역하는 것이 쉬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계속 고민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번역가가 원문을 기계적으로 직역하는 것이 중요한지, 아니면 글에 담긴 의미를 전달할 수 있게 의역하는 것이 중요한지가 어려운 선택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시간은 계속 흐르기 때문에, ‘현대식 영어’라는 표현이 무의미할 수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번역가들은 젊은 독자들과 교육을 덜 받은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성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어려움은 특정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서술해야 하는가라고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할 때, 번역가는 이를 전설, 소설, 목격담, 역사, 신문 기사 중 어떤 방식으로 서술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각 방법마다 쓰이는 단어와 표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바튼은 성경 번역이 여러 이유에서 어렵다고 강조하며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하면 글이 너무 어려워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반면 원문을 다듬으면 신의 말씀에 손을 댄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문득 성경을 번역한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23-01-24, 00:3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