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가장 많이 팔린 새우깡과 辛라면은 신춘호의 作名

趙甲濟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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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자는 '새우깡'이라고 한다. 1359억원 어치. 가장 많이 팔린 라면은 '辛라면'으로 3836억원어치. 두 종목의 작명을 한 이는 농심의 故辛春浩 회장이었다. 그는 한자한글 혼용주의자였다. 한자와 한글을 섞은 교과서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다. 작명의 천재였다. '辛라면'에 한자를 고집한 이도 그였다. '農心'도 그의 작품이다. 그의 형 故辛格浩 롯데그룹 창업자도 작명의 천재였다(롯데가 그의 작품이다). 이 형제의 作名능력은 두 사람의 문학성과 독서에서 나온 것이다.
   '세계의 라면왕'으로 불렸던 農心(농심)의 辛春浩(신춘호) 회장은 "나는 서민을 위하여 라면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을 한 사람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도 라면을 즐긴다. 라면은 서민만 먹는 게 아니다. 나는 국민을 위하여 라면을 만든다."
  
   辛 회장은 "내가 서민을 위하여 라면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였다면 84개국에 팔리는 맛 좋은 라면을 만들지 못하였을 것이다"고 했다. 서민용이라고 해서 값이 싼 라면을 만들려 하면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오로지 맛있는 라면을 만든다는 일념으로 일하다가 보니 성공하였다는 것이었다.
  
   정치인들은 '서민을 위하여 일하겠다'고 말한다. 서민들이 표가 많다고 계산한다. 그러면서 복지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한다. 재정파탄이 나면 손해를 보는 건 서민이다. "나는 서민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하여 일하겠다"는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 헌법엔 서민도, 특권층도 없다. 오로지 개인과 국민이 있을 뿐이다.
  
   辛春浩 회장은 선친이 한 말을 자주 들려주곤 했다.
  
   "계산쟁이는 밥 굶는다."
  
   愚直(우직)한 게 최고의 계산이란 이야기이였다. 그는 또 "라면은 수프다"고 말하곤 했다. "음식은 간이 맞아야 하듯 라면도 수프가 맛 있어야 한다"는 간단한 원리를 실천해왔다. 이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한다. "한국인들이 맛 있는 건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맛 있다"고 믿는다. 세계인들이 공통으로 맛 있어 하는 그 '보편적 맛'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경영의 핵심이었다.
  
   辛 회장은 漢字(한자)-한글혼용론자이다. 그렇게 표기한 교과서를 따로 만들어 학교에 나눠준 적도 있다. 언어감각이 뛰어난 분이고 위대한 作名家(작명가)였다. '農心', '辛라면', '새우깡', '진짜진짜' 등등이 그의 작품이다.
  
   새마을 교육장에서 들은 '農心은 天心(천심)이다'는 말에 감동, 롯데라면과 롯데공업이란 회사이름을 '農心'으로 바꾸었다. '새우깡'은 <아직 발음이 서툰 어린 딸아이가 '아리랑'을 부른다는 것이, "아리깡 아리깡 아라리요"라고 하는 데서 착상을 얻었다>(회고록)고 한다. '진짜진짜'(라면)는 맛 있는 수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건 진짜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와 상품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卓上(탁상)이 아닌 현장에서 發想(발상)한 이름들이라 생생하다.
  
   그가 직접 만든 社訓(사훈)은 이렇다.
  
   "나는 삶의 哲學(철학)을 가진 人間(인간)이다.
   나는 經濟(경제)를 아는 人間이다.
   나는 幸福(행복)한 人間이다."
  
   그의 회고록 제목은 '哲學을 가진 쟁이는 幸福하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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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왕 辛春浩 선생(農心 회장)의 말과 글에선 철학자 같은 느낌을 받는다. 모습은 전혀 철학적이지 않는데 그분의 言動(언동)은 철학적이다. 철학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말을 쉽게 하기 때문이고, 철학자처럼 느껴지는 것은 행동에 강한 원칙이 있어서이다.
  
   한 인간의 수준과 思考(사고)의 깊이를 보여주는 건 언어를 다루는 기술이다. 특히 作名力(작명력)이다. 정확한 용어를 쓰는 사람은 생각이 정리되어 있고, 행동도 頭序(두서)가 있다. 필자는 한국어를 사용하여 먹고 사는 記者(기자)를 50여년째 하다가 보니 언어감각이 예민한 편이다. 辛春浩 회장처럼 作名力이 뛰어난 한국인을 본 적이 없다. 언어는 생각을 지배하고, 생각은 행동을 지배한다고 한다. 언어기술 중 가장 어려운 게 작명, 즉 이름을 짓는 일이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정책이든, 상품이든 작명이 잘못 되면 고생한다. 이름엔 영혼과 가치관과 理想(이상)과 이념이 들어간다. 이름은 정체성의 표현이다. 이름을 잘 지었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이름을 잘못 지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게 나의 관철결과이다.
  
   辛春浩 회장의 회고록 ‘哲學을 가진 쟁이는 幸福하다’를 읽었다. 유교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현대 자본주의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 수 있었다. 흔히 改新敎(개신교), 즉 프로테스탄트의 윤리가 자본주의의 논리가 되어 개신교가 확산된 나라에서 경제발전이 성공한다는 학설이 정설로 되어 있다. 한국의 경제발전도 지난 100여 년에 걸친 기독교 확산과 연관시켜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 그리고 신춘호 선생은 개신교도가 아니다. 유교적 전통 속에서 성장한 분들이고, 기업경영에서도 유교적 가치관을 실천한 분들이다. 그렇다면 儒敎(유교) 안에 현대 자본주의에서 통용될 수 있는 규범과 가치관이 숨어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유교도 여러 가지인데, 조선조를 지배한 것은 가장 관념적인 주자학이었다. 주자학이 조선의 쇠망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는 주장은 일견 옳다고 본다. 하지만 공자 맹자의 실용적 유교나 양명학에까지 그런 누명 씌울 순 없을 것이다.
  
   유교가 강조하는 至誠(지성), 근검, 절약, 겸손, 질서, 仁義(인의)는 자본주의의 윤리로 손색이 없다. 조선조의 통치이데올로기가 된 주자학은 淸貧(청빈)과 士農工商(사농공상)을 너무 강조하다가 보니 경제, 과학, 군대 부분이 약해졌다. 유교의 가치관을 실천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가 무너지니 그 좋은 명분도 위선의 껍데기로 전락하였다.
  
   대한민국은 건국 직후부터 공산주의와 대결, 체제를 지키는 생존투쟁을 벌이다가 보니 군대, 경제,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기업은 우리의 安保(안보)수단, 생존수단이 되었다. 富國(부국)하지 않으면 强兵(강병)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기업인이 역사의 무대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런 조건 변화 속에서 유교의 실용적인 면이 필요해지고, 그것이 자본주의와 윤리와 별로 어긋나지 않고 오히려 補强(보강)하는 힘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종교개혁으로 기독교가 새로워졌듯이 유교도 자본주의와 만나면서 생동하는 새로운 사상으로 개혁할 수 있었다. 마르틴 루터가 舊敎(구교)를 공격하였듯이 辛春浩 회장도 선비의식에 매우 비판적이다.
  
   <아무리 淸貧한 삶 속에 자족하여 산다고 해도 비가 새는 데 지붕 고칠 생각은 않고, 갓 쓰고 방안에 들어앉아 책이나 읽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이런 지나친 선비정신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더디게 만든 큰 요인이다. 이 선비의식을 벗어버리지 않으면 개인이고 나라고 다 망한다. 농심은 라면쟁이, 스낵쟁이라는 쟁이정신으로 시작하고 쟁이정신으로 끝을 봐야 한다. 서비스면 서비스, 기술이면 기술, 광고면 광고, 영업이면 영업, 각 방면마다 고객이 요구하는 자세가 있고, 수준이 있다. 우리는 기꺼이 그 요구에 따라서 맞춰야 한다. 그러자면 체면이니, 위신이니 하는 선비의식부터 씻어내야 한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생존의 문제이다. 요즘은 그 요구를 누가 더 철저하게 잘 듣느냐에 따라 살아남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다들 맡은 분야에서 프로가 되고 꾼이 되고 쟁이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 2024-02-11, 16:4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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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학산     2024-02-13 오후 10:56
우리 젊을 때
친구랑 둘이서 나란히 걸으며
새우깡 봉지를 들고 걸으면서 먹는 게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지
막 피어나던 꽃다운 청춘이었지. 그때가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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