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외 노동자 파견 가속, 한 달 내 출국도…생활난에 신청자 급증
외국어 실력이 좋거나 미장, 타일, 용접 등 기술이 있는 인원들을 우선적으로 선발.

강지원·전성준(아시아프레스)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옌지시내 호텔 연회장에서 홀 서빙 직원으로 일하는 북한 여성. 이날은 조선족 커플의 결혼식이었다. 가슴에는 북한 국기가 장식된 배지를 달았다. 2017년 10월 이시마루 지로 촬영

북한이 해외 노동자 파견을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격감됐던 외화 수입원을 빠르게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신청자에 대한 신원조사는 전에 없이 신속하지만, 훨씬 엄격해졌다고 한다.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아시아프레스 내부 협력자가 잇따라 전해왔다. 

◆ 간소화되고 빨라진 선발 절차

양강도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이전에는 통상 3개월 정도 걸리던 심사 과정이 불과 한 달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예전에는 신체검사, 교육, 강습까지 해서 3개월 이상 걸렸는데, 지금은 부차적인 절차들을 간략화했어요. 면담 시작하고 보통 25일에서 30일이면 (해외로) 나가요.”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도 최근 본인 주변에서만 5명 이상이 해외로 나갔다며, 파견지는 주로 중국과 러시아라고 전했다. 특히 외국어 실력이 좋거나 미장, 타일 혹은 용접 등 기술이 있는 인원들을 우선적으로 뽑는다고 한다.

◆ 국경 주민은 배제, 직장 내 집단 파견 사례도

다른 한 가지 특징은, 북중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주민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는 점이다.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는 “함북도, 양강도 등 국경지역 인원들은 특별한 재간(기술)이 있지 않은 이상 잘 뽑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양강도 협력자도 “김책, 길주 등 국경 외 지역에서 기능공들을 많이 파견한다”고 보고했다.

이는 중국이나 한국, 일본 등 해외로 탈출한 가족이 많고, 외부 물정을 어느 정도 아는 국경지역의 주민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외부 소식에 어두운 안쪽 사람들을 선발함으로써, 도주와 내부 정보 유출에 대한 리스크를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집단으로 한 곳에 파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작업반이 통째로 나가기도 하는데, 그 이유가 인원 관리가 쉽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장기는 아니고 1년 정도 단기 형태로 간다고 해요. 이때 작업반장과 당비서가 함께 따라 나간다고 해요.”

단둥시의 북한식당 여종업원. 코로나 이후 손님이 격감해 폐쇄한 식당도 많았지만 국경이 막혀 귀국하지 못하고 있었다. 2021년 7월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신원조사는 더 엄격해져

수속 절차가 빨라진 데 발맞춰 주목할 만한 변화는, 신원조사도 신속, 치밀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신청자의 과거 행적까지 세세히 파악하고 있다고 함경북도의 협력자가 전했다.

“다른 나라에 나가는 사람의 사돈의 팔촌까지 다 본다 하는데(주변 친인척을 광범위하게 조사한다는 뜻), 이번에는 과거 대한민국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한 기록까지 확인하고 조사한다고 해요.”

최근에는 해외로 파견되는 타지 친척의 신원조회를 위해 도당 신원조회과 사람들이 지인의 집을 찾아오는 일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들은 현지 안전국과 보위부를 방문해 추가 조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양강도의 협력자는 가족 중에 탈북자나 행방불명자 있으면 안 되고 직장 동료 3명의 보증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기업소 추천을 통해 청년동맹 혹은 당조직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여기에 인민반장, 담당안전원, 보위지도원의 수표(사인)까지 있어야 된다고 해요.”
이는 함경북도 협력자의 조사와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 외국 가려고 집 파는 주민들... 당국은 호미난방

일단 주민들은 이 같은 상황을 반기는 분위기다. 장마당 장사를 포함해 개인의 경제활동이 강하게 통제되는 가운데 해외 파견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중에는 뇌물을 주고서라도 외국으로 꼭 나가려는 사람들도 다수라고 양강도 협력자는 전했다.

“러시아 나간 사람 중에 살던 아파트 팔아서 뇌물을 줘서 간 사람도 있어요. 뇌물만 1,200달라 줬는데 그 중에서 500달러가 빚이라고 들었어요. 그렇게라도 안 하면 (생계를 유지할)방법이 없으니까, 갈 수만 있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하려고 해요.”

한편, 해외 경험을 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불안한 김정은 정권은 이들을 통해 국내에 퍼지는 외부 정보를 유언비어로 규정하고 조사와 처벌을 하는 등 이들에 대한 입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2월 말 중국 피복공장에 나갔다 온 여자가 중국에서 일할 때 매일 쌀밥에 고기반찬 먹었다고, 어디든 일할 것이 많고, 일하면 돈을 받아 굶어 죽을 일이 없다는 말을 했는데, 그 집 할머니가 동네에 그 얘기를 하고 돌아다니다가 조사까지 받았어요.”

안보리 제재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노동력이 부족한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싸고 숙련도가 높은 북한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높다. 엄격한 정보통제를 통해 정권을 유지하는 북한에게 외국의 문물을 직접 접해본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무시할 수 없는 큰 리스크다. 그렇다고 인력 송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당국의 입장은 그야말로 호미난방(虎尾難放)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 2024-03-29, 17:3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