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자체가 여성에게 부담이 되는 사회구조
왜 북한의 여성들은 아이를 낳지 않게 됐나(2) "남자들이 능력이 없어 (여자가) 먹여 살려야 하니. 웬만한 여자들은 아무것도 없는 남자한테는 안 가려 해요.”

전성준·강지원(아시아프레스)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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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진) 젖먹이를 품에 안은 채 골목에서 장사하는 여성. 화장한 얼굴에 삶의 고단함이 묻어있다. 2007년 7월 사리원시, 아시아프레스 촬영
결혼은 유예하고 출산은 회피하는 북한 여성들. 문제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결혼과 출산이 여성에게 주는 불이익이 북한의 최근 상황과 맞물려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북부 지역에 살고 있는 3명의 협력자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 생활과 자기 방어를 위해 결혼하지 않게 된 여성들
  북한 여성들은 왜 결혼하지 않으려고 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결혼이 여성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식량배급제도가 거의 붕괴되면서 여성들이 장사를 통해 가정의 생계를 도맡는 기형적인 경제구조가 자리잡게 되었다. 이는 여성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부담을 가중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원래부터 맡고 있던 집안일과 육아 외에, 돈을 벌어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진 것이다. 게다가 국가에 매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성들이 처지도 모른 채 집안에 앉아 큰소리만 치는 꼴을 보기 싫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결혼 안 하는 이유는) 대부분 생활 걱정 때문이고, 보통 남자들이 능력이 없으니 (여자가)먹여 살려야 하니까. 이쁘고 웬만한 여자들은 다 갖춘 남자한테는 가지만 아무것도 없는 남자한테는 안 가려고 해요” (협력자 A)
  
  한 번 결혼하면 이혼이 쉽지 않은 북한의 법제도 또한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라고 협력자들은 말한다. 결혼식은 돈 있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결혼식 비용이 부담스러운 일반 노동자는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만 하고 간단하게 살림을 차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결혼식을 한다 해도 아는 사람이나 친척들 모이는 정도인데, 얼마나 조용하게 했으면 작년(2023년) 12월에 결혼해서 함께 살고 있는데, (부부가 아닌데 동거한다는 의심을 받아) 주민조사에 걸려서 단련대에 갈 뻔한 일도 있었어요.”
  
  ※ ‘노동단련대’란,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경미한 죄를 범한 자를 사법 절차 없이 수용해 1년 이하의 강제노동에 처할 수 있는 ‘단기강제 노동캠프’를 의미한다. 안전국(경찰)이 관리한다.
  
  ◆ 출산으로 인한 부담 증가는 생활에 심각한 타격
  결혼을 했다고 해도 출산을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협력자 A는 “남자가 가족을 먹여 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니, 여자가 (돈을)벌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여성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출산은 가계 형편에 심각한 타격이 된다고 말했다. 즉, 북한 여성의 출산은 가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출산의 기회비용으로는 너무 큰 것이다.
  
  양육 비용의 증가도 출산을 회피하는 경향을 부추긴다. 협력자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고 해도 인민군대와 건설장 지원사업이라며 장갑부터 내의, 털목도리 등 각종 부담 때문에 학부모들이 학교에 못 보내겠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전했다.
  
  “요즘 돈이 없으면 (학교에)보내기 힘든 상황이에요. 1월에도 학교 땔감으로 학생 1인당 3만 원씩 걷었어요. 돈이 아니고 장작을 가져오라는 건데 그게 돈이나 같아요. 학교에 내는 돈이 보통 월 2~5만 원은 기본이에요.”(협력자 B)
  
  ※ 2024년 3월 말 기준, 백미 1kg은 북한 돈으로 6500원 정도다. 북한 돈 1000원은 한화 약 153원이다.
  
  ◆ ‘서끼’ 없는 남자들은 그래도 아이 원해, 남편 몰래 피임하는 여성들
  북한의 남성들은 아직 이런 변화에 뒤처진 모습이다. 피임이나 낙태에 대해서도 전혀 각성이 없고 집 안에서 큰소리를 치는 등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여전하다고 협력자들은 입을 모았다. 양강도의 협력자는 피임이나 낙태, 그리고 양육 등에 관해 남성이 느끼는 책임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아직 여기 남자들은 그런 거 몰라요.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가 소파수술을 하든 문제가 되든 관심도 없어요. 여자를 돌봐준다는 것도 없고, (남자가 벌어서) 밥술이나 제대로 뜨는 집은 남자가 호랑이보다 무서울 정도예요.” (협력자 B)
  
  다른 협력자는, 아직 남자들은 피임이나 낙태에 대한 책임의식이 전혀 없고 그것을 여성의 책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생각 없이 아들 본다고 하는 ‘서끼’ 없는 남자들이 있지만, 여자들이 임신을 피하려고 남편 몰래 (피임용) 고리를 해 넣어요.” (협력자 A)
  
  ※고리:피임을 위한 자궁 내 장치(IUD)를 말한다. 북한 여성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피임 방법이다.
  
  여성이 느끼는 출산이나 양육의 부담에 대해 국가와 사회, 그리고 남성이 공감하지 못하는 북한의 가부장적 현실은 북한 저출산 현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심각한 저출산 현상에 대해 당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다음 회에 이어서 알아본다.
  
  ※서끼 없다:상황 파악을 잘 못하고, 나서기 좋아하며 예의가 없다는 뜻의 함경도 방언.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 2024-04-06, 04:5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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