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지나치면 병(病)이 된다

반려동물이 제아무리 좋더라도 인격화(人格化)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죄악이다.
어제(9.6)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었다.《반려동물 와도 50대 남성은 못 와…한국 사회의 문전박대》

이런 기사 제목도 있었다.《"너구리 가족 지켜" 구청에 전화 폭탄…인권 위 동물권 있나?》

그리고 어떤 유명인이 기르던 개가 죽자 장례(葬禮)를 지낸다는 기사도 있었다.

몇 해 전 겨울에 길을 가는데 마주 오는 여자가 자기 코트 안, 가슴 부위에 강아지를 머리만 나오게 넣어 놓고서 걸어왔다 소리 내어 웃었더니 개가 짖어서 깜짝 놀랐다. 엉겁결에 “이 강새이가 사람을 놀라게 하노.”라 했더니 자기 개에게 소리친다고 하여 여자가 성을 내는 꼴을 겪었다. 개놈우새끼한테는 자기 가슴도 내어주면서 사람에겐 적개심으로 이빨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시속(時俗)과 폐습을 신문이나 방송으로 접하면 기이함과 함께 토악질도 느끼게 된다. 반려동물이 제아무리 좋더라도 인격화(人格化)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죄악이다. 그리고 장례는 사람에게만 해당해야. 유명인이 저러면 무명인도 따라 한다. 악습을 전파하는 것이다. 죄악에 죄악을 보태는 짓이 아니라 하겠나.

세상 만물은 모두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뚜디리 패거나 잡아먹을 일은 아니지만 조화옹은 동,식물 등 유,무형의 모든 것들에 대한 사용권을 사람에게 주었으므로 선용(善用)하며 잘 간수했다가 나중에 온전한 형태로 돌려드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동물을 잘못 사용한다.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이 그것이다. 사랑하는 건 잘하는 일이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쳐 동물을 인간과 대등하게 하거나 인간보다 위에 놓아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노골화된 반면, 동물에 대한 사랑은 절대가치 ‘부모애’를 넘어섰다. 죄악관영(罪惡貫盈.죄악으로 가득차 있다)하다.

잘못된 습성이 또 하나 있다. 남자가 남자에게는 아무렇게 대하면서 여자에게는 사족을 못 쓴다는 점이다. 상인들의 말을 들으면, 손님이 들어올 때 남자 주인이 “어서 오십시오.” 하면 쳐다도 안 보면서 여자 주인이 같은 인사를 하면 손님이 상냥하게 “예” 하며 웃음부터 짓는다는 말을 입을 모아서 한다. 신문 댓글도 그렇다. 남자가 쓴 칼럼엔 댓글이 드물지만 여자가 쓴 칼럼엔 주렁주렁 달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이도 있다.

나는 한 20여 년 전에 홈페이지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땐 ‘스위시’가 유행했다. 스위시란 것은 고정된 사물을 움직이게 하는 편집 도구이다. 사진 속의 사람을 걷게 하거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게 하거나, 시냇물이 출렁이며 흐르게 하고, 책장이 넘어가게 하고, 글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게 하는 그런 툴인데 요사이는 그게 없어지고 그 자리에 동영상 편집이 들어섰다. 스위시는 동영상 편집에 비하면 그야말로 세빠지는 노가다였다. 취미 삼아서 그런 작품에 시를 덧붙여 만들어 올리는 홈페이지를 운영했는데 구경 오는 사람이 얼마 없어서 내자더러 하라고 주면서 운영자를 내자 이름으로 바꾸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려와서 댓글을 달았다.

요컨대, 동물을 애호하라 권했더니 그것을 인격화해버리고, 여자를 괴롭히지 말라고 했더니 남자를 천대하는 사회가 되었고 자식을 사랑으로 기르라 했더니 부모보다 더 받드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사람보다 동물을 더 사랑하고, 남자는 천하고 여자는 귀하게 여기는 현상 그리고 부모보다 자식을 위하는 악습이 병적으로 심하기가 이러하다. 이는 사랑의 본뜻을 오인한 데다가 만족할 줄 모르고 멈출 줄 몰라서 생긴 병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병이 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 조선(祖先)들은 특히 중용을 강조했을 터이다. 그런 사회에서도 부모가 편찮으면 부모의 대변을 먹어서 병세를 짐작했고 위독할 땐 손가락을 칼로 베어서 흐르는 피를 부모의 입에 넣곤 했다. 이게 다 지나친 사랑이다. 사랑도 욕망과 마찬가지로 그칠 줄을 알아야.

“그침의 완성(知止)과 만족의 완성(知足)은 같은 것이다. 만족감이란 자신이 소유한 것에 의해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충족되지 않은 소망의 부재에 의해 측정된다.” -노자도덕경주(老子道德經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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