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공수여단장 시절의 일이다. 부대원들이 목욕탕에 갈 때 샴푸, 린스, 바디오일 등을 챙겨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내 눈에는 그 모습이 군인답지 않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우리 부대는 언제든 즉시 작전에 투입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적지에 침투했을 때 몸에서 화장품 냄새가 나면 매복(埋伏) 중인 적에게 즉시 발각된다.”라면서 나는 부대원들에게 향이 거의 없는 비누만 사용하도록 했다.
나 역시 중령으로 대대장을 마칠 때까지 세안(洗顔) 후 화장품을 바르지 않았고, 선크림은 생각지도 못했다. 수색대대, 특공연대, 특전사에서 근무하며 매일 아침 2시간씩 체력단련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야외 훈련장에서 보냈으니 당연히 볕에 검게 그을릴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또래보다 몸은 건강하지만 얼굴은 나이가 훨씬 들어 보인다. 요즘은 아내가 보기 안쓰러운지 얼굴에 팩도 붙여주고 선크림도 꼭 챙겨주곤 한다.
나는 군대가 웰빙(well-being)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다. 군인의 운동 또한 전투력 향상에 직결되어야 한다. 지휘관 시절 단체 운동인 축구나 배구를 권장했던 이유다. 싸이클, 마라톤, 헬스 같은 개인 운동은 단결력과 협동심이 핵심인 전투원에게 적합한 운동이 아니다. 특히 몸을 가꾸기 위한 헬스에 치중(置重)하다 보면, 군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희생정신과 야전성이 약해질 수 있다. 아름다운 몸을 가진 사람이 전투에서 죽고 싶겠는가? 돈 많은 부자가 군인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와 같다.
며칠 전 발표된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모습을 보았다. 거친 야전을 누빈 백전노장(百戰老將)의 모습보다는, 너무나 매끄럽고 앳된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분이 걸어온 군 생활의 궤적(軌跡)이 문득 궁금해지면서, 군의 야전성을 지휘해야 할 자리에 적합한가 하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뽀얀 얼굴의 국방부 장관 후보
- 소월하인(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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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09, 16: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