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는 이렇게 붙들었고, 이렇게 데려왔다!
秘話/32년 만에 공개된 외교문서로 재구성해본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막후의 긴박한 순간들(1)

趙甲濟/金永男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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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大選에 이용하기 위해 대선 직전에 데려왔다’는 주장은 억지
⊙ 韓日 정보 협력이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
⊙ 일본은 사건 직후 마유미 관할권을 포기
⊙ 안기부 현지 요원과 駐UAE 한국대사관·駐바레인 일본대사관의 빛나는 초기 대응
⊙ 바레인공항에서 일본 외교관이 출국을 저지하지 않았으면 영구미제사건 되었을 것
⊙ 인도 교섭 책임자 박수길 특사, 바레인에 “그만 돌아가겠다”고 압박

  
  

  한국 외교부가 지난 3월 31일 공개한 1987~88년 외교문서에는, 1987년 11월 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115명 사망, 대부분 귀국행의 중동 근로자)과 관련된 내용이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폭파사건 관련 문서 분량은 총 51권, 약 1만 쪽에 달한다. KAL기 폭파범 김현희(金賢姬)씨에 대한 신병 인도 교섭 과정은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사고조사 및 원인 규명〉이란 제목으로 분류된 6권의 문서철에 들어 있다.
 
  이 문서철을 읽어보면 당시 한국 정부가 기민하게 국제협력 체제를 가동시켰음을 알 수 있다. 일본과 미국은 물론, 김현희씨가 체포된 바레인과 KAL 858기 수색을 도운 태국과 버마(현 미얀마) 정부 측과도 긴밀하게 협력했다.
 
  특히 사건 직후 김현희씨를 바레인공항에서 체포한 결정적 요인은 한국과 일본의 빠른 정보 공유였다. 두 용의자의 신원이 일본인으로 되어 있어 일본 정부의 역할이 중요했다. 위조여권에서 김현희는 하치야 마유미, 주범인 김승일은 하치야 신이치였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부 문서와 2007년 국정원 과거사조사위원회의 자료 등을 종합해, 사건이 발생한 1987년 11월 29일부터 김현희씨가 한국으로 압송된 12월 15일까지 과정을 재구성해보았다.

 
  ‘我國 항공기 공격企圖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

  아랍에미리트(UAE) 주재 한국대사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1월 30일 오후 5시10분 최광수(崔侊洙) 외무장관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1. 대상자 : MR. SHINICHI(70세가량), MISS MAYUMI(25세가량)
 
  2. 유의사항
  - 동인들은 11.19. 비엔나 소재 GULF AIR 사무실을 통해 바그다드-아부다비 간 항공편 예약한 후
  - 11.28. 14:30 유고 벨그라드발, 동일 20:30 바그다드 도착 후 동일 23:30 KAL기로 갈아탄 후 11.29. 02:50 아부다비 도착
  - 동인들이 아부다비 도착 후 동일 09:00 GF-003편으로 바레인 향발하였음. (바그다드, 아부다비는 입국 수속하지 않았음.)

  3. 당관 조치사항
  당지 KAL, GULF AIR 등에 동인의 LAST NAME 및 소재지를 파악하도록 조치하였으나 바레인 향발 사실 외에는 확인 불능
  - 주바레인대사관에 상기 사실 알리고 바레인 당국에 동인들의 소재 등 파악 요청 
  - 당지 일본대사관 MATSUDA 참사관에 상기 사실 알리고 동인들의 인적사항이 일본 측 BLACK LIST에 등재 여부 및 소재지를 파악하여 주도록 요청한바 동공관 LIST에는 여사한 인명이 없으며 LAST NAME을 알려주기를 희망, 동 참사관은 상기 사실을 일본 외무성에도 알린바 일본 외무성 역시 확인을 위하여는 더욱 상세한 인적 사항을 보고토록 지시하였다 함.
  - 동인들은 비엔나에서부터 FIRST NAME만으로 예약하였으며 아부다비-바레인 간은 당초 비엔나에서 예약되지 않았다 함.

  4. 상기 일본인들이 오지리(오스트리아) 및 공산국인 유고를 여행하였으며 바그다드, 아부다비 등 두 곳을 별다른 이유 없이 경유함은 아국 항공기 공격기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사료되오니 동건 관련 공관으로 하여금 상기 두 일본인의 신원 및 소재를 파악하도록 조치하여 주실 것을 건의함. (하략)>
  
 
  아직 비행기 사고 원인도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대사는 현지의 일본대사관과 정보를 공유하고 테러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UAE 주재 한국대사대리는 약 4시간 뒤인 오후 9시30분, 최 장관에게 또 보고 전문(電文)을 보냈다.

 
  호텔에 투숙한 김승일·김현희를 찾아내다
 
  〈1. 대한항공기에 탑승했던 일본인 관련, 김영호 駐바레인 대한항공 소장이 동인을 전화로 접촉한바 동인들은 부녀(父女)지간으로 12.01.(화) 알리아 항공기편으로 요르단 경유 로마로 향발 예정이라 함.
  - 체류호텔 : Regency Hotel 611호, 바레인
  - 항공일정 : 12.01.(화) 바레인-암만 RJ-607(08:30) 12.01(화) 암만-로마 RJ-101 (10:45)
  姓名
  MR. HACHIYA SHINICHI (여권번호 MG 5741632)
  MISS. HACHIYA MAYUMI (여권번호 MG 5021208)

  2. 駐바레인 대사관으로 하여금 상기인들을 직접 접촉, 탑승 당시의 기내(機內) 이상 여부 및 특이사항 등을 파악하도록 요청했음. 끝.>
  
 
  대한항공 직원의 첫 범인 소재 파악은 김승일·김현희의 체포를 가능하게 한 한일(韓日) 정보 공유의 계기를 만든 점에서 결정적 의미를 지닌다. 이 보고를 접한 최 장관은 문서 하단 부분에 ‘要, 주일대사에게 통보’라고 적었다. 일본 측에 알려주라는 뜻이다.
 
  주바레인 일본대사관 스나카와 쇼준(砂天昌順) 사무관도 독자적으로 신이치와 마유미가 투숙한 호텔을 찾기 위하여 여러 호텔로 무작정 전화를 걸다가, 우연히 리젠시호텔 전화 교환수가 신이치와 연결시켜 주어 통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본 외무성이 바레인 주재 일본대사관에 마유미의 여권이 위조된 것이라고 통보한 것은 12월 1일 새벽 4시50분이었다. 외무성이 위조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은 전날 한국 측으로부터 받은 인적 정보의 확인을 통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마유미와 신이치의 신원과 소재는 한국 측이 먼저 알았지만, 위조라는 사실을 먼저 안 것은 일본으로, 그래서 바레인 주재 일본대사관 직원이 공항으로 달려가 두 사람의 출국을 저지한 것이다. 스나카와 사무관은 새벽에 리젠시호텔 로비에 가 있다가 신이치와 마유미가 호텔을 나서는 것을 미행, 바레인공항에 도착한 스나카와는 바레인공항의 출입국 심사관실로 뛰어들어 여권 위조를 이유로 두 사람의 출국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UAE 주재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두 사람의 수상한 일본인이 투숙한 호텔 정보를 받은 바레인 한국대사관의 김정기 서기관은 11월 30일 밤 리젠시호텔로 가 신이치와 마유미를 만났다. 다음 날인 12월 1일, UAE 주재 한국대사대리는 김 서기관의 전날 방문 결과를 외무부에 보고한다.
 
  “KAL기 내 이상 여부 및 여행 일정 등을 문의한바 하치야 신이치는 동 기내(機內) 이상 여부는 감지치 못했으며, 노후에 딸을 데리고 여행 중으로 12월 2일 로마로 향발 예정이라 했다”는 요지였다. 보고서는 한자(漢字) 이름도 알린다. 남자는 蜂谷眞一, 여자는 蜂谷眞由美. 
  
UAE 주재 한국대사관이 1987년 11월 30일 마유미와 신이치의 신원을 파악, 최광수 외무장관에게 보고하는 문서.


UAE 주재 한국대사관이 1987년 11월 30일 마유미와 신이치가 머물고 있는 호텔을 파악, 최광수 외무장관에게 보고하는 문서.
 
  日, 출국 저지하고 飮毒 상황 한국 측에 알려
 
  이 보고가 올라간 시점은 오전 10시35분인데, 이때는 이미 신이치와 마유미가 바레인공항에서 체포된 뒤이다. 이 보고서는 아래에 이렇게 덧붙였다.
 
  〈금일 오전 이 사람들의 바레인 체류 여부를 확인한바 이들은 김 서기관과의 면담 시 언급과는 달리 12월 1일 아침 로마 향발 비행기에 탑승했으며 탑승 후 돌연히 기내에서 하선, 모처로 잠적했다 함. KAL 측의 추측으로는 주바레인 일본대사관 요인이 동인들을 하선시킨 듯하다 함.〉
 
  이어서 〈상기인들의 여행 일정상 의문점 및 로마 향발 비행기 탑승 후 돌연 하선한 점 등 감안 동건 일본 정부 측의 해명 및 협조를 요청함이 좋을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건의하였다. 범인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UAE 및 바레인 주재 한국대사관의 행동은, 바레인공항으로 달려가 경찰과 함께 김승일, 김현희의 출국을 막은 일본대사관 직원들의 활동과 비교된다.
 
  일본 주재 한국대사는 12월 1일 오후 5시24분 최광수 외무장관에게 다음과 같은 전보를 보냈다. 외교문서상으론 한국 정부가 김현희의 생존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일본 정부의 통보에 의해서이다.
 
  〈1. 우메모토 북동아과장 대리가 금 12.1. 16:40 당관 문봉주 정무과장에게 연락해온 바에 의하면(주바레인 일본대사관으로부터 16:00경 전화로 보고받은 사항), 문제의 일본인 2명이 바레인 당국에 의해 취조받던 중 음독자살을 시도, 중태에 빠졌으며, 바레인 당국은 동 2명을 사루마니아 국립병원에 긴급 입원시켰다 함.
 
  2. 자살시도 경위
  가. 日외무성이 동 2명의 여권을 조회한 결과 남자 쪽은 위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여자인 마유미 하치야의 여권은 여권번호가 원래 남자에게 발행한 번호로서 조사결과 위조임이 판명되어, 日 정부가 긴급 바레인 당국에 동 2명의 출국정지 및 조사를 의뢰, 이에 따라 바레인 공안당국은 동 2명을 일단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 구금 후 조사를 받던 중 양인(兩人)이 갑자기 달걀 모양의 음식물에 넣은 캡슐을 먹고 중태에 빠져 국립병원으로 긴급 수송했다 함.
  나. 현지 대사관 보고에 의하면 여자는 회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남자는 절망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함.
 
  3. 특이사항
  가. 신이치 하치야(남)는 駐바레인 한국대사의 명함을 소지하고 있었다 하며, 이로 미루어 동인이 駐바레인대사를 예방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함.
  나. 마유미 하치야(여)는 여권 조회 결과 가명임이 밝혀졌으며, 동인이 소지한 위조여권의 원래 주인인 남자에 대해 日 공안당국이 비밀리에 수사를 진행 중이라 함. (동 남자의 체포 여부는 미상이라 함.)
  다. 상기 마유미(여)라고 지칭한 여자는 신장 157센치의 여성으로 현지 일본대사관 직원 보고에 의하면 얼굴 형태가 在日한국인 또는 조총련계 여자인 듯한 인상을 받았다 함. (하략)〉

  
  한국 외교관을 속인 김승일
 
  
하치야 신이치(왼쪽)와 하치야 마유미(오른쪽) 이름으로 된 김승일과 김현희의 가짜 여권.
 
  외무장관은 일본의 통보를 받은 직후인 12월 1일 오후 7시에 주바레인 대사 앞으로 ‘초긴급’ 전문을 보낸다.
 
  〈駐UAE대사관으로부터 귀관이 특이사항 파악을 요청한 귀지 체류 2명의 일본인은 바레인 경찰에게 조사를 받던 중 음독자살을 기도, Shinichi는 위독한 상태이며, Mayumi는 불편한 상태이고, 금 12.1. 일본 정부가 아측에 알려옴. 귀지 일본대사관 측 및 귀지 관련 기관과 협조, 상기 2인에 대한 현재의 상황을 초긴급 타전 바람.〉
 
  주바레인 한국대사관은 위로부터 내려온 정보에 당황했을 것 같다. 바레인대사대리는 비로소 상황을 파악, 본부에 보고한다.
  
  〈하치야 신이치는 사망, 마유미는 안정된 상태이고, 독극물의 종류는 밝혀지지 않았다〉는 요지였다. 이 보고서는 전날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였다.
 
  〈김 서기관이 11월 30일 21시30경 호텔을 찾아 면담 시 신이치는 마유미가 딸이라고 말하면서 딸과 함께 마지막 해외여행을 하는 중이며 여행일정에 대해 구라파(유럽)는 너무 추워 중동으로 왔으며 12월 2일쯤 이태리(이탈리아), 그리스로 갈 예정이라고 말함. 이들이 탑승했던 KE-858이 추락한 것 같다고 알려주자 약간 놀라는 것 같으면서 유감을 표시했으나 특이한 점을 발견치 못함. (영어를 거의 못함으로 한자 필담을 이용함.) 12월 2일 출국 예정이라고 말했으나 사실은 12월 1일 아침 암만 발 요르단에어 편으로 Ticketing(예매)돼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출국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임. 당지 일본대사관 측과의 접촉에 의하면, 동인들이 구라파 등 장기간 여행을 하면서도 LUGGAGE(짐)가 없는 점에 대해 의혹을 나타내면서 동인들이 적군파 등과 관련되어 있는지의 여부를 본부에 문의해보겠다고 함.〉
 
  
 
  (계속)
[ 2019-04-19, 19:0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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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과오답     2019-04-20 오전 8:56
북과 친해 좋은거 없고
일본과는 친해서 손해 본것 없는대
왜 우리는 북과는 친하려 하고
일본과는 적이 되고자 하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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