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서 만난 ‘노무현이 꿈꾼 나라’
그가 얻은 결론은 한 나라의 발전은 그 국민의 의식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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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가로수길 끝의 친구가 하는 카페에 들렸다가 돌아올 때면 그 골목에 있는 중고책방에서 책 한 권을 사서 돌아오곤 한다. 책방을 돌아오다가 우연히 ‘노무현이 꿈꾼 나라’라는 제목의 두툼한 책을 발견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젊은 학자들과 토론을 하면서 함께 내려던 책인 것 같았다. 책의 장 절까지 함께 만들고 대통령의 단독명의로 낼 것인지 아니면 학자들과 공저로 할 것인지 의논하는 단계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죽은 것 같다.
  
  헌책방의 구석에서 팔리지 않던 그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 정독을 하기 시작했다. 진보라고 불리던 그는 어떤 나라를 꿈꾸었을까. 그와 대통령선거의 경쟁자였던 이회창 회고록도 읽고 많은 것을 배웠다. 대쪽 법관 출신 이회창이 꿈꾸던 따뜻한 보수의 나라가 그 책 속에 있었다. 따뜻하다는 표현은 사회적 약자를 잘 보살펴야 한다는 마음인 것 같았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다. 매스컴을 통한 단편적인 몇 장면의 기억이 있을 뿐이었다. 5공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그가 혀를 낼름 내놓는 장면을 처음 보았었다. 조금은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대통령 경선에서 전국을 돌면서 판을 뒤집고 떠오를 무렵이었다. ‘남부군’이라는 영화를 만든 정지영 감독이 내게 그가 노무현을 만나 받은 인상을 이렇게 말해 주었다.
  
  “한 번은 술집에서 노무현 변호사가 노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 혁대를 풀어 섹스폰 모양으로 잡고서는 소파 위에서 정말 어린 아이 같이 노는 게 순수해 보였어.”
  
  영화계의 많은 감독들이 노무현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했다. 대통령으로 노무현이 당선되는 순간이 텔레비전 화면에 짧게 떠오를 때였다. 노랑풍선을 든 사람들의 바다 한가운데 노무현 부부가 서 있었다.
  
  “정말 좋습니다.”
  미소를 짓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짧은 한 마디였다. 솔직하고 담백한 사람 같았다.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는 없지만 학력 없는 누구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길을 열어놓았다. 동시에 졸업장이 없어도 성공하는 사회를 상징했다.
  
  기존 보수 엘리트층과 국회에서 강한 역풍이 불고 있었다. 주변에서 선후배들의 모임에 가보면 대통령을 깔아뭉개고 무시하는 욕이 가득했다. 세상이 뒤집어지고 엉망진창이 됐다고 통탄을 했다. 기존의 서열사회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조사하는 특별검사법이 통과됐다. 내게 대통령을 조사하는 직책을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었다.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기존 보수의 엘리트층은 견딜 수 없어 하는 것 같았다.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것은 기존 엘리트층의 상한 자존심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그는 다른 대통령들 같이 의도적인 침묵과 모호함으로 자신을 베일 속에 감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젊은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이제 막 가자는 거죠” 하고 발끈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보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안보 수석을 했던 고교 몇 년 선배가 있었다. 함께 평택항에서 LNG선을 얻어타고 동지나해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유엔에서의 연설에서 소신대로 말하는 바람에 가슴이 섬찟했던 경험들을 내게 말해주기도 했다. 기존 대통령이 하던 틀을 벗어나고 자기 뜻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에 한 기자로부터 청와대에서 민정수석 제의를 받았느냐고 확인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그런 적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이 나고 검찰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만감이 교차하는 그의 표정을 뉴스 화면을 통해 봤었다. 개결한 자존심을 가진 그가 돈 문제가 불거지자 더 이상 자신을 지킬 수 없었던 것 같다. 자살을 하기 위해 새벽 일찍 집을 나서는 녹화화면의 그의 마지막 뒷모습은 마치 동네 마실 가는 사람같이 가벼운 걸음걸이였다고 한다. 가다가 담벼락에 난 풀을 뜯기도 했다. 그의 유서는 간결하고 초연했다. 그가 쓰려고 의논하던 책을 함께 했던 학자들이 완성했다.
  
  책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이 편하게 골고루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희망했다. 그리고 그가 얻은 결론은 한 나라의 발전은 그 국민의 의식 수준이라고 하고 있었다. 그가 죽은 몇 년 후 나는 우연히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죽어가는 가난한 시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복지정책을 잘했어요. 이렇게 하루종일 방에 누워있어도 사람들이 밥과 반찬을 가져다 주죠. 와서 목욕도 시켜주죠. 이런 방에서 누워 있을 수 있죠. 노무현 대통령에게 고마운 거죠.”
  
  그걸 말한 강태기 시인은 지금 천국에서 대통령을 했던 노무현을 만나 즐겁게 얘기하고 있을 것이다. 문득 성경 속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은 예수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그분 아주 훌륭한 분이에요.”
  대중 속에서 어떤 사람이 말했다.
  “아니에요. 그 자는 대중을 속이고 있을 뿐이에요.”
  “그 사람은 배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지식을 쌓았을까?”
  
  기적을 일으킨 나자렛 촌의 목수에 대해 하는 말이었다. 기득권층의 눈에는 예수의 겉모습과 자격증만 보인 것 같다. 성경 속의 예수는 오늘도 살아서 우리들에게 어떤 게 진정한 판단 기준인지 알아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 2021-02-25, 11:2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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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白丁     2021-02-25 오후 7:49
노무현의 최대 공적은 진흙 속의 보석, 문재인 발탁이다. 문재인은 노무현보다 복지 정책을 훨씬 더 잘하고 있다. 시시 때때로, 나라 빚을 내서라도 전 국민에 용돈을 준다. 무지하게 고맙다. 한 나라의 수준은 대통령을 뽑은 그 국민의 의식 수준이다. 나사렛의 가난한 목수같은 노무현, 그의 충실한 사도 시몬 베드로같은 문재인을 알아본 대한민국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놀랍다. 의석도 넉넉한데, 더불당은 문재인에 한해 중임할 수 있게 법 하나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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