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교(敎)'를 따르던 노인의 고백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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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년 전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왔던 칠십대 중반쯤의 백발의 노인이 있었다. 지금쯤은 아마도 이 세상보다는 하늘나라에 있을 가능성이 더 많다. 나의 일기에 그 분이 와서 했던 이런 내용이 메모 되어 있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진리에 목말라 있었다. 그러던 중에 부안에 하늘의 진리를 깨달은 도인(道人)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도인은 일주일에 엿새는 산에서 기도를 하고 성경을 읽다가 하루는 내려와 사람들에게 진리를 전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부안으로 내려가 그 도인이 진리를 전하는 장소에 가서 얘기를 들었다. 처음 들어보는 그의 말은 한 줄기 빛이 되어 그의 어두운 가슴 속을 환하게 비치는 것 같았다.
  
  그는 깨달은 사람이 틀림없었다.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그 도인은 기독교의 어떤 교파에도, 어떤 교단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았다. 인간을 얽어매는 건물로 된 교회도 인정하지 않았다. 하나님은 인간의 마음 속에 계시다고 했다. 인간이 성전(聖殿)이라고 했다. 노동을 하는 것이 예배고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이 제물을 바치는 것이라고 했다. 세례나 성찬식 같은 의식이 필요 없다고 했다. 파격적인 주장들이었다. 그가 일주일에 한번 하는 강연장에는 그가 말하는 강단까지 사람들이 들어차 열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건이 벌어졌다. 대중 속에서 한 여자가 일어나 옷을 벗고 나체가 되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갑자기 강연장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도인이 대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이 여인을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그 부끄러움을 가려주거나 아니면 우리가 같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그게 진정한 예수를 따라가는 일일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도인은 자신의 옷을 벗었다가 다시 입었다. 그 사건이 알려지자 기존 교단의 목사들이 와서 지적을 하고 따졌다. 교단에서 그 도인의 모임을 가리켜 ‘빡빡교’라고도 하고 ‘나체교’라고 빈정댔다. 그 도인이 항상 머리를 빡빡 깎았기 때문이다. 그 도인은 기성교단의 목사들을 바리새 같은 위선자라고 하며 질타했다. 급기야 주먹 다툼까지 나고 그 도인은 구속이 되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 도인의 제자가 됐던 고교 교사는 성경 속의 예수와 그 제자들을 떠올렸다. 예수는 몸을 낮추어 제자들의 먼지 묻은 발을 직접 씻어주면서 너희들도 이렇게 하라고 했었다. 예수는 자신을 ‘사람의 아들’이라고 했다. 그는 평민이고 가난한 목수 출신이기 때문에 예수가 더 좋았다. 사도가 된 베드로가 로마군 장교에게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었다. 로마군 장교가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베드로는 “일어서십시오. 저는 단지 사람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성령을 받고 이적을 일으킨 베드로는 신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순간 인간으로 내려온 것이다. 사도바울이 그가 전하는 말을 듣던 앉은뱅이를 고쳐주자 사람들은 그를 신으로 생각하고 꽃을 바치려고 했었다. 그 순간 바울은 사람들 사이로 내려와 자신이 인간임을 선언했다.
  
  도인의 제자가 된 교사 출신인 그는 도인이 옷을 벗은 행위를 자신을 낮추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 행동 자체가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설교라고 생각했다. 도인을 중심으로 모였던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감옥에 있는 도인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더욱 단단하게 뭉쳤다. 도인이 감옥에서 전해주는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고 기도와 노동의 삶을 추구했다.
  
  그 집단은 생활을 위해 여러 사업을 하면서 점점 번성했다. 신도들의 헌신적인 노동으로 하는 사업은 자본주의 사업들보다 경쟁력이 앞섰다. 그 집단으로 돈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돈을 배경으로 도인의 수제자였던 여성이 교주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신(神)이 되어 있었다. 그 집단 아니면 생활의 터전이 없게 된 사람들은 그녀의 노예가 되었다. 신이 된 그녀는 죄를 사해주는 사면권까지 행사했다. 진리에 갈급하던 교사 출신의 그 노인은 더 이상 그 단체에 있을 수가 없어 떠났다고 변호사인 내게 털어놓았었다.
  
  “처음의 그 순수하던 도인을 다시 찾아가지 그랬어요?”
  내가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다시 그 분께 돌아갔어요. 감옥에서 나와서 다시 사람들 앞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더라구요. 그런데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낙담한 얼굴로 말했다.
  
  “왜요?”
  내가 되물었다.
  
  “거기 가서 그 분이 만든 건물을 봤는데요 십자가 대신에 그 자리에 자신이 신(神)이 되는 뜻을 나타낸 간판이 걸려 있어어요.”
  
  사람들은 우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리고 숭배를 받으면 어느새 신의 자리에 앉고 마는 것 같았다. 죄인 아닌 인간이 없고 걸려 넘어지지 않는 인간이 없다. 빡빡교의 그 도인교주가 십자가를 지고 한 인간으로 남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 2021-05-07, 03:2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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