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은 사람의 마음. 글씨는 사람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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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에 불편한 말을 한 마디 하겠다. 역시 우리네에게는 들쥐 근성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우리를 바로 보지 못할 때도 남은 우리를 바로 본다. 우리에게 들쥐 근성이 있다는 것을 남의 입을 통해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충격이란…밥술이나 뜨게 되었다고 잠시 우쭐했으나 역시 우리는 변두리 민족이었던 것이다.
  
  오늘 조선일보에 학생들의 악필(惡筆)에 대한 기사가 있다. 학생이 시험지에 써낸 글자가 무슨 글자인지 몰라서 교사들이 서로 돌려보며 의논했다는 기사이다. 학생들이 너나없이 악필이 된 이유를 기자는 이렇게 풀이했다.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의 ‘키보드’에 익숙해지면서 손 글씨에 서툰 학생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렇기도 하겠지만 사실이다면 우리에게 들쥐 근성이 있음을 증명한 말이 될 것이다. 학생들이 악필인 것은 학생들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병이 되고 만 것이다.
  
  서양인은 여전히 글씨가 좋은데 그들에게는 ‘키보드’가 없더란 말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어떤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고 있다. 곧 이렇게 말했다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글씨는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중요한 소통 방법이다.” 그렇다. 개성을 버리고 들쥐 근성에 충일하니까 요사이 세대가 너나없이 악필이 된 것이다. 글자를 아무렇게 써도 부모와 교사와 학교와 사회와 국가가 별일도 아니라는 듯 그냥 넘어가니까 글자를 잘 쓰던 학생도 숨어 있던 들쥐 근성이 밖으로 나와 따라서 악필이 된 것이다.
  
  기자는 “‘키보드’에 익숙해지면서 손 글씨에 서툴러졌다”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요즘 학생들은 컴퓨터 타자도 잘못한다고 한다. 스마트폰 자판을 두들기느라고 컴퓨터 키보드와 멀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악필보다도 더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단 학생만 그런 것도 아니다. 약국에서 약을 타면 약사가 약 봉투에 적어주는 글이 간혹 있는데 약사의 글씨를 보고 속으로 혀를 끌끌 찰 때가 많다. 키보드 때문에 악필이 되었다는 것은 한가한 변명이고 사실은 저 교장 선생님의 말씀처럼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탓이다. 들쥐 근성이 없다면 왜 기본을 내버리겠나.
  
  잠시 다른 말을 하겠다. 옛날 타자기의 자판과 지금의 컴퓨터의 자판에서 글자 배열은 똑같다. 그런데 영어 배열은 타자를 빨리 못하게끔 불규칙적으로 늘어놓았고 한글은 빨리 타자하도록 규칙성 있게 배열해 놓았다. 이전에 타자기는 글자 하나를 치고선 그 글자가 되돌아온 후에 다른 글자를 쳐야 되는데 타자수들의 타자 속도가 빠르니까 먼저 친 글자가 되돌아오지도 않았는데 나중 글자가 나가니 글자막대가 서로 엉켜서 그걸 풀어내느라고 애를 먹었고 타자 시간은 시간대로 늦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빨리 못 치도록 어렵게 배열한 것이 타자기의 알파벳 배열이고 그걸 그대로 옮긴 것이 컴퓨터 자판의 영어 배열이다. 우리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덕분으로 지금도 ‘아래한글 A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 때 익힌 타자가 그 자격증을 준 것이다.
  
  우스개 하나. 오래 전에 컴퓨터 워드 자격시험을 치러 갔을 때,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온 아주머니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저기 봐. 할아버지도 시험 치러 왔다. 나도 자격증을 따야겠는데 그게 잘 안 돼…” 저런 실천력 부족의 아주머니들이 자기 자식의 악필을 바로 잡아 주지 않은 탓이 제일 클 것이다. 요즘 학생들이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는 걸 보면 너무 빨라서 신기함을 넘어 경외감까지 든다. 그러나 스마트폰 타자 실력은 약간 늦더라도 글씨 잘 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문장은 그 사람의 마음이고 글씨는 그 사람의 얼굴이다.
[ 2023-05-22, 22:0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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