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다시 뜬다
-황영웅 콘서트를 보고-

정정숙(수필가)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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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다시 뜬다

(어네스트 헤밍웨이 The Sun Rises Again 1926년작)


2023년 12월 16일 토요일

그가 8개월 만에 일산 고양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 콘서트로 복귀한다.

밤사이 내린 눈에 온 천지가 하얗게 눈꽃 핀 날, 소중히 받은 콘서트 티켓 한 장 손에 쥐고 마음 먼저 일산 고양 콘서트 장으로 달려가 있는데 “어머니 모셔다 드리께요”라는 아들 형제와 반려견 라멜도 함께 집을 나섰다.

강변로의 강바람에 줄지어, 잎 떨군 가로수들이 작은 파도처럼 너울너울 거린다. 그 풍광을 보느라니 오늘 그의 콘서트 홍보용 배너(Banner)를 연상시킨다. 순간 무대에 선 그의 모습이 잠시 오버랩(overlap)된다.

어느새 하늘은 시간을 접어가며 맑고 청명하게 눈부신 햇살을 사방으로 보낸다. 아마 밤새도록 눈꽃놀이 하던 아기천사들이 그에게 보내는 예쁜 선물인가 보다. 참 고마운 아가들이다.

공연 시작 한 시간의 여유를 갖고 콘서트장에 도착했다.

콘서트장 로비(Lobby)에는 수많은 그의 팬들로 시끌벅적 잔치 분위기다.


그가 무대에 섰다.

얼마나 떨리고 그리웠던 무대일까. 그를 마주한 팬들의 환호성에 넓은 홀은 터질 듯하다. 과연 MC를 누가 할까, 궁금했었는데 그가 혼자서 차분하고 침착하게 공연 중 팬들이 지켜야 할 주의 사항과 진행 과정을 능숙하게 진행한다.

그의 첫 곡은 불타는 트롯맨에서 경연곡으로 불렀던 ‘미운 사랑’이다.

일년 전 그 무대를 빛냈던 노래, 한 소절이 끝나자 옆에 앉은 부인이 눈물을 훔친다. 그의 노래는 계속되고 여기저기 소리죽여 눈물을 닦는 손이 눈에 들어온다. 나도 잠깐 안경을 벗었다.

눈물엔 이유가 없다. 굳이 따지자면 누가 저 청년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의 물음이다. 야박(野薄)하게 떠도는 옳지 않은 소문의 상처가 지워지지 않아 흉터로 남을 마음 다스리며 악조건 속에서도 버리지 못한 노래를 오늘 만큼은 행복의 무대로 꾸며간다.


마음을 정화 시켜주는 노래 한 곡 한 곡은 한 폭 한 폭의 수채화처럼 곱고 아름답다. 깊은 매력의 중저음 보이스, 때론 감성적으로, 복고풍으로, 발라드 트로트, 미디엄 템포로, 자유 자재로 소화해내는 노래는 깊은 계곡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물소리가 되어 흘러간다.

 

그의 팬들이 그의 무대에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일 때 귀를 솔깃하게 하는 한마디가 무대에서 내려왔다. 모두들 일어나서 흥겨운 노래를 해보자는 그의 달콤한 소리에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 가뭄에 한줄기 단비 맞은 분위기다.


모두가 즐기며 부를 노래는 설운도가 부른 ‘사랑의 트위스트’, 흔들흔들 한마당 축제장이다. 


오늘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그가 백댄서들과 ‘황금빛 인생’을 부를 때다. 명품 L사의 과점퍼가 그의 춤 솜씨를 한층 더 돋보여 줬다.

‘파라다이스’의 공식 색상인 민트바탕, 빨강색의 애교무늬들은 동장군 추위를 이겨내며 빨갛게 고개 내민 동백꽃, … 그가 그렇다.


수줍은 듯 어색한 듯 한 그의 춤, “이리 오너라 영차, “어기야 디야 영차<…> “내게 오너라 영차<…> 백댄서(Backup Dancer)들과 앞으로 꽁냥꽁냥 뒤로 실룩실룩… 흥에 흥을 보태주는 춤에 팬들을 들썩이게 했다.

생각건대 그가 가수의 길로 들어서고 처음 열정적으로 춰보는 춤이 아닐까, 특히 백댄서들과의 춤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오늘 긴 시간의 공연은 훌륭했다고 칭찬과 박수도 아끼지 않겠다.


팬들은 보석과 같았던 그의 아름다운 노래들을 스무 폭의 병풍으로 꾸며 가슴에 안고 12월 중순의 찬거리로 발길을 내딛는다.

각 지방에서 올라와 줄지어 기다렸던 황영웅 랩핑버스(Wrapping Bus)도 신나는 노래 싣고 밤 졸음을 견디며 고향으로 갈 것이다. 언제까지나 그의 건강과 가수의 길이 쉬지 않고 빛나는 별같이 되기를 바란다.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뜬다’

가수 황영웅을 지칭(指稱)하는 구절이 아닐까?


2023. 12. 31 수요일

鄭貞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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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후반의 할머니 작가(시인, 수필가) 정정숙 씨가 황영웅에게 보내는 글이다. 


그대여!

가을이 색으로 익어가고 있습니다. 

노란 들국화 살랑이는 고운 길로, 걸어오고 있는 그대의 발자국 소리는 유쾌한 노래가 되어 들려 옵니다. 그 모진 천둥번개 비바람에도 곡식은 영글고 열매는 풍부한 자양분을 품었습니다. 


그대가 그렇습니다. 

수많은 밤과 낮, 아픈 가슴 쓸어내리면서 팬들을 위해 천상의 목소리로 보내준 '여자의 일생'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비상' '당신 꽃'... 아파하는 많은 팬들을 위로하는 그대의 품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대 안부의 글도 보냈습니다. 팬분들이 받은 그대 노래는 눈물로 보답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대가 꽁꽁 닫았던 대문의 빗장을 푸십시오. 

그리고 밝은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오십시오. 

우리 다함께 풍악을 울리며 한마당 축제의 날을 만듭시다. 

그날까지 그대 건강하소서.

팬분들도 건강하소서. 


2023년 9월26일, 火

靑林



*수필가, 아동문학가

*경상북도 포항 출생

*2016년 현대수필 수필 신인상으로 등단

*2021년 아동문학세상 동시 신인상으로 등단

*수필집: '삶이 꽃이 되고 글이 되고'

*소설: '오전의 청춘'외 다수

*동시집: '엄마는 사계절'

 

*e-mail: chungsonge@naver.com

[ 2024-02-15, 15:1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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