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10명에 관한 대책을 묻는 NK뉴스 기자 질문에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이어 “한국 국민이 잡혀있다는 게 맞느냐” “언제, 어떤 경위냐 한번 얘기해 보시라”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위 실장 역시 “들어가서 못 나오고 있거나 알려지지 않은 다른 경위로 붙들려 있는 경우가 많다” “시점은 파악해 봐야겠다”고 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의 제1책무에 대한 수뇌부의 無知를 세계 앞에서 드러낸 재앙 수준의 실수였다. 만약 일본 총리가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여 이런 말을 한다면 분노한 여론에 밀려 사퇴하게 될지 모른다.
오늘 대통령실은 "현재 우리 국민 6명(탈북민 3면 포함)이 2013년부터 2016년에 걸쳐 간첩죄 등 혐의로 억류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조속한 남북대화 재개 노력을 통하여 해결하겠다"고 했다. 불법억류임에도 북한정권이 주장하는 대로 '간첩죄 등 혐의'라고 한 것도 평소 이 문제에 대하여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국민적 공감대 운운도 웃긴다. 자국민을 구출하는 데 무슨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건가?
현재 북한에는 최소 6명의 우리 국민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중국에서 강제 북송(北送)된 탈북민(한국 국적자)까지 고려하면 더 많다. “북한 당국이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생사(生死)라도 확인해달라”는 억류자 가족과 유엔 등 국제 사회 요구에도 북한은 침묵하고 있다. 확인된 억류자는 2023년 10월 기준 선교사 3명(김정욱·김국기·최춘길)과 탈북민 3명(고현철·김원호·함진우)이다.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단둥에서 탈북민 쉼터, 국수 공장을 운영하며 對北 인도적 지원에 힘써온 김정욱(62) 선교사는 2013년 평양에서 보위부 요원들에게 체포돼 억류된 지 12년이 됐다. 김씨의 친형인 김정삼 기현정밀 대표는 조선일보에 “2019년 건강이 안 좋다는 얘기를 들은 후 전혀 동생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기도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역대 좌파정부는 북한정권과의 대화나 유엔 같은 다자(多者) 무대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2023년 8월 윤석열 정부 시절에는 한·미·일 정상이 합의한 ‘캠프 데이비드’ 성명에 ‘억류자 및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3국 공조’가 명시됐고, 통일부가 장관 직속 전담팀도 꾸린 적이 있다.
일본 미국 이스라엘은 외교의 제1 우선순위를 납치되거나 억류된 자국민 구출에 두고 있다. 빌 클린턴(2009년), 지미 카터(2010년) 전 대통령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데려오기 위하여 ‘특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트럼프 제1기 정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북 최고위급 회담 개최를 한 달 앞둔 2018년 5월 평양에 들어가 한국계 미국인인 김동철·김상덕·김학송씨를 데려왔다. 당시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내린 이들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부부가 직접 맞았다. 북한의 고문을 받고 혼수상태로 풀려났다가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도 조셉 윤 당시 미 對北정책 특별대표의 협상 끝에 2017년 6월 생명이 붙은 채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2014년 11월에는 제임스 클래퍼 당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비밀 협상을 벌여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6·25 전쟁 참전군인 매슈 토드 밀러 등이 미국으로 돌아왔다.
일본 정부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하자 납북자 가족을 만나게 하여 김정은과 회담 때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이스라엘 외교관들은 다른 나라 외교관을 만나면 1986년에 레바논 상공에서 실종된 이스라엘 공군 항법사 론 아라드 중령에 대한 정보가 있느냐를 물어본다. 아라드는 포로가 된 직후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살아 있다는 전제 하에 구출노력을 하고 있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냐”며 “선진국이라면 이런 상황을 최우선 과제로 다룬다. 북한에 억류된 국민을 외면하는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어떤 對北 정책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의 좌파는 이승만과 미국을 미워하는 데 눈이 멀어 김일성과 북한의 만행에 대하여 온정적이거나 관심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어제 세계 언론 앞에서 확인되었다. 보수정권을 포함한 역대 한국 정부가 국군포로 약6만 명을 북녘 땅에 남겨두고 송환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죄 받을 짓이었다. 북한정권은 이인모 등 비전향 장기수들을 전부 북한으로 데려 갔다. 김대중 정부는 일본인 납치실행범 신광수까지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그가 받은 노벨 평화상이 공허해 보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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