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警(해경) 123艇(정)을 변호한다
선박에 승선한 승객들의 퇴선조치에 관한 일차적 책임은 선장에게 있으며 순찰정장에게는 없다. 해경 123정이 한 시간 동안 선실 외부로 퇴선한 172명 전원을 구조한 것은 구조 실패인가, 아니면 구조 성공인가.

이동욱 (조갑제닷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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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救助(구조) 성공’을 보여주고, 권력은 ‘구조 실패’를 단언할 때, 검찰은 진실 편에 서야 하는가 아니면 권력 편에 서야 하는가.

누가 국민의 눈을 가리는가?

지난 10월 6일, 대검찰청은 세월호 종합수사결과 발표를 했다. <세월호 안전관리 책임> 등 총 5개 영역 중 <사고후 조치과정의 문제점> 영역은 광주지검이 전담했다. 광주지검은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의 조치과정에서 ‘해경의 관제(VTS) 및 현장구조의 문제점’과 ‘해경·언딘 유착 의혹’ 등 두 가지 주제에 대해 수사를 해왔다며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그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관제(VTS) 및 현장구조의 문제점 관련
진도 VTS 센터장 등 13명 전원 기소(이 중 5명은 구속),
해경 P123정 정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및 허위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2) 해경·언딘 유착 의혹 관련
해양경찰청 차장 등 해경 3명을 불구속 기소.

현재 광주지검은 세월호 침몰 직후 구조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설정한 채 구조에 참가한 해경과 민간 구난업체 언딘을 수사대상으로 놓고 조사를 해오면서 해양경찰관만 17명(이중 5명은 구속)을 기소한 상태다.

기자가 지난 5개월 간 취재를 통해 검증해 본 결과, 광주지검은 사건의 진실을 외면한 채 대통령의 ‘구조 실패’라는 단언에 따라 짜맞추기식 수사를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진도 VTS 관제사들의 초기 대응이 늦어져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투의 여론몰이식 수사는 첫 신고를 받은 제주VTS로부터 사고 전파가 제대로 이루어져 목포해경과 123정 등 모든 구조세력에게 사고 전파가 된 점으로 볼 때 법정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P123정의 경우도,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침몰중인 선박의 외부로 탈출한 172명 전원을 구조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함정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선체 내부에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결과를 ‘구조 실패’로 몰고 그 책임을 P 123정 정장에게 지워 과실치사범으로 기소된 상태다. 구난업체 ‘언딘’을 취재하면서 검찰 수사와 비교해 본 결과는, 검찰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어 국민의 눈을 가리는 검찰로 비난받을 가능성도 우려된다(진도VTS는 본인의 별도 기사로 대체). 과연 기자의 눈이 잘못일까, 아니면 검찰의 눈이 잘못일까. 해경 123정부터 하나씩 따져 보자.


해경 123정 艇長(정장)의 업무상 과실치사라는 검찰의 판단에 대해

검찰측 주장 :

<초기 구조현장 지휘관으로서 퇴선 유도 조치 불이행·상급지휘관서의 퇴선 유도 지시 불이행 등 미흡한 선내승객 구호조치로 승객이 사망에 이르도록 방치하고(하략)>

검찰은 123정의 김경일 정장이 退船(퇴선) 유도를 하지 않았음으로 업무상 과실치사라고 판단하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라면 김경일 정장의 행위로 인해 결과적으로 사람이 사망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09시30분에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뒤 세월호 선체가 완전 전복된 10시31분까지 약 1시간 동안 김경일 정장과 그 부하직원 12명은 승객 79명을 구조해 냈다(항공기 35명, 어선 두 척 및 관공선 등 3척이 58명 등 총 172명 구조). 그가 지휘하는 P 정은 100톤 급으로 30명 이상 태울 공간도 없는 조그마한 순찰정이다. 이 작은 배 한 척으로 한 시간 동안 79명을 구조했다는 사실을 두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씌우는 이유는 퇴선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검찰의 판단 때문이다.


퇴선조치 유무는 확인 불가능

퇴선조치가 없어 승객들이 선체에 머물렀다면 퇴선조치 권한을 가진 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선박에 승선한 승객들의 퇴선조치에 관한 일차적 책임은 선장에게 있으며 순찰정장에게는 없다. 결과적으로도, 구조에 실패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한 시간 동안 선실 외부로 퇴선한 172명 전원을 구조한 것은 구조 실패인가, 아니면 구조 성공인가. 현장에서 구조할 수 있는 인명은 모두 구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형식논리를 동원해 ‘구조 실패’로 몰고 있다.

검찰은 ‘김경일 정장이 퇴선 유도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상부(목포해경서장)의 퇴선 유도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P123정에는 음성과 영상을 기록하는 ENG카메라가 설치돼 있지 않아서 퇴선 유도 조치의 유무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현장에서 구조작업에 몰두하던 13명의 기억에만 의존해야 한다. 기자가 취재해 보니 김경일 정장을 제외한 12명의 직원 가운데 일부는 김 정장이 퇴선 유도 방송하는 장면을 “보거나 듣지 못했다”고 하지만 또다른 일부 직원은 “분명히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서로 기억이 다른 점은 정신없이 구조작업을 하던 상황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 두고 검찰이 ‘퇴선 유도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고 김경일 정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만약 법정이 검찰의 손을 들어 줄 경우, 대한민국의 구조직 공무원 – 해경과 경찰은 물론이고 119 소방대원과 구급요원들 전부가 구조과정에서 불가항력으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구조 공무원들이 과실치사범으로 몰리게 될 판이다.


123정 艇長(정장)의 무선교신 내용

당시 상황을 다시 살펴보자. 09시30분에 사고 해역에 진입해 고속단정으로 船尾(선미)측 승객을 구조하는 동안 123정은 船首(선수)쪽에 배를 접안시켜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123정의 지휘부인 목포 상황실과의 교신은 09시45분부터 계속된다. 현장에 도착해서 무선교신하기까지 15분 동안 김 정장이 과연 넘어져가는 배 안의 승객들에게 퇴선 유도 방송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09시45분03초부터 상황실인 목포 타워와 무선교신중인 정장의 대화를 따라가면 그는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 정장을 중심으로 교신 내용을 정리해 본다.

▶123정 정장(09시45분03초경) : “현재, 현재, 승객이, 승객이, 안에가 있는데, 배가 기울어져 가지고 현재 못 나오고 있답니다. 그래서 일단 이곳 직원을 한 명을 배에 승선시켜 가지고 안전 유도하게끔 유도하겠습니다.”

▶123정 정장(09시48분58초경) : “아, 목포타워. 여기는 123. 현재, 현재, 본국이 좌현 船首(선수)를 접안해 가지고 승객을 태우고 있는데, 경사가 너무 심해가지고 사람이 지금 하강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잠시 후에 침몰할 것 같습니다. 이상.”

▶123정 정장 (09시49분56초경) : “아, 여기는 123. 현재 잠시 후에 곧 침몰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일단 저희들이 사람이 들어가서 승객을 내리고 있습니다. 데려오고 나서 다시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상.”

▶123정 정장 (09시50분 26초경) : “아, 여기는 123. 현재 배가 약 60도. 60도까지 기울어가지고 지금 艦首(함수) 현측이 좌현 현측이 완전히 이제 다 침수가 되고 있습니다. 이상.”

▶123정 정장 (09시51분25초경) : “여기는 123. 현재 구조된 인원은 확인하지 못해가지고 현재 인원파악은 못하고 약 한 50명 정도 본 함에 승선했는데 현재 계속 短艇(단정)을 이용해 가지고 구조중입니다. 이상.”

▶123정 정장 (09시52분 43초경) : “목포 타워. 여기는 123. 현재 승객이 절반 이상이 지금 안에 갇혀서 못 나온답니다. 빨리 122 구조대가 와서 빨리 구조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상.”

▶123정 정장 (09시53분18초경) : “타워. 여기는 123. 현재 여객선 상태, 상태, 좌현 완전히 침수했습니다. 완전히 침수해 가지고 현재 좌현쪽에서는 더는 구조할 수 없고 현재 상태를 봐서 항공헬기 이용한 구조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123정 정장 (09시54분40초경) : (반복 송신)

▶123정 정장 (09시 55분40초경) : “현재 경사가 너무 심해가지고 아, 올라갈 길이 없는데요. 일단 지금 현재 항공 3대가 계속 구조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능한 저희 직원들을 승선시키려고 하는데 너무 경사가 심해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123정 정장 (09시57분08초경) : “아, 현재까지 구조인원은, 현재는, 인원파악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인원은 진도 707 행정선이, 행정선이 본국 옆쪽에 계류해가지고 그 쪽으로 구조인원을 인계하고 나서 다시 구조하겠습니다. 이상.”

09시57분 무렵에 배는 이미 70도 이상 기울어지고 있었다. 목포 상황실과 첫 교신하던 09시45분부터 약 12분 동안 123정 정장은 무선전화기를 통해 총 10회에 걸친 상황보고를 했었다. 거의 분당 1회꼴로 쉼 없이 보고중이었던 것이다.

이 때 김경일 정장은 ▶배가 너무 기울어져 승객이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직원을 승선시켜 안전 유도(탈출) 시도 ▶경사가 너무 심해 (승객들이 물로) 하강(퇴선)하지 못함 ▶좌현 완전 침수 ▶승객 절반 이상이 갇혀 못나오는 상태 ▶122 구조대가 빨리 와야 하는 상황 ▶경사가 너무 심해 직원이 선체 진입을 못하는 상황 등을 12분 동안 순서대로 언급하고 있었다.

해경은 선체 진입 시도를 했으나 불가항력이었고, 선체 내부에 절반 이상의 승객들이 갇혀 있음을 알았으며, 계속 기울어지면서 경사가 심해 물로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을 전하고 있어 당시 123정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구조작업 중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상황을 알고 나면 과연 123정의 퇴선 유도 방송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고개를 든다. 헬기가 오가고 선실 내부에서는 학생들의 비명소리와 ‘가만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계속되는 가운데, 외부와 차단된 선실 내부로 123정의 퇴선 유도 방송은 얼마나 제대로 전달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다. 더구나 너무 기울어져 외부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데도 검찰은 이 방송을 안했다며 과실치사 혐의를 씌우는 중이다.

여기서 김경일 정장이 퇴선 유도 방송을 하려면 무전기로부터 해방되어 마이크를 잡고 세월호 선체를 향해 몰두해야 하는데 그 시간은 현장에 도착한 뒤 무전통화를 하던 09시45분까지 약 15분 동안에만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영상기록장치가 없어 증거가 없는 것이다.


지휘관 지시 불이행에 대하여

검찰이 문제 삼은 ‘상급지휘관서의 퇴선 유도 지시 불이행’이 해당하는 것은 09시57분45초경부터 시작된다. 이때부터 목포해경서장과 무선교신이 기록되어 있다. 전문을 싣는다.

▶목포해경서장 : “기울었으면 근처에 어선들도 많이 있고 하니까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고함을 치거나 마이크로 뛰어내리라고 하면 안되나? 반대 방향으로?”

▶123정 정장 : “123. 여기는 123. 현재 좌현이 완전 침수되어 가지고 좌현쪽으로 뛰어내릴 수가 없습니다. 완전히 눕힌 상태라서 항공에 의한 구조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상.”

▶목포해경서장 : “그러니까 항공구조는 당연히 하는데-. 정장이 판단해 가지고 우현쪽으로 좀 그 난간잡고 올라가서 뛰어내리게 해서 바다에서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검토해. 그렇게 해야지 만약에 침몰 직전에 위험이 더 크니까 뛰어내리게 조치하라구.”

▶123정 정장 : “수신완료. 참고로, 현재 여기저기 사람들이 다 있는데 못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그 지시한 대로 좌현쪽으로 한 번 해보고 하라고 계도하겠습니다. 이상.”

▶목포해경 서장 : “차분하게, 차분하게 마이크를 이용해서 활용하고, 그 다음에, 우리가 당황하지 말고 우리 직원도 올라가서 하고, 그래 안하면, 마이크를 이용해서 최대한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목포해경 서장(10시05분 52초) : “정장. 그러면 다시 한 번 침착하게 방송해가지고 반대방향쪽으로 뛰어내리게끔 유도해봐. 지금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이 웅숭웅숭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일 먼저 한 사람만 밖으로 빠져나오면 다 줄줄이 밖으로 따라 나오니까 방송해가지고 방송내용이 안에까지 전파될 수 있도록 한 번 해 보세요.”


잠수해서 선체를 보니 뛰어내리면 부러져 죽을 판이었다

기자가 현장을 가보기 전에 이 교신내용을 청취했을 때는 서장의 지시가 무척 현실적으로 들렸고 艇長(정장)의 태도가 답답했었다. 지난 8월19일 밤 10시26분, 기자가 세월호 선체로 잠수해 들어가 보기 전까지만 해도 목포서장의 지시가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수중에서 세월호 선체 벽면에 다가선 순간, ‘이 배가 기울어지면 반대편으로는 빠져나올 수도, 뛰어내릴 수도 없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4월16일 오전10시05분 무렵에는 배가 80도 가까이 서 버렸다. 이때에는 선체 내부에서 반대(우현) 방향으로 사람들이 이동할 수도 없거니와 ‘제일 먼저 한 사람만 밖으로 빠져 나오면 다 줄줄이 밖으로 따라 나온다’는 목포서장의 발상 자체가 非(비)현실적이었던 것이다.

좌현이 침수중일 때 우현은 가파른 벼랑으로, 물과 船體(선체)는 비스듬하게 눕혀지는 상태가 된다. 배가 물과 수직으로 선 상태라면 사람들이 뛰어내려도 곧바로 물로 들어가게 되지만 기울어진 배에서 배 밖으로 뛰어내리면 물에 닿지도 못하고 20~30m의 철판 비탈을 구르게 될 뿐이다. 길이라도 짧으면 한두 번 구른 뒤 물에 빠질 수 있지만, 배가 기울수록 우현쪽의 면적은 점점 더 넓어지고 길이도 길어져 최고 8층 높이가 된다. 미끄럽고 단단한 40m의 낭떠러지란 이야기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장에서 실제상황을 目睹(목도)하던 김경일 정장과 그 직원들 중 누가 함부로 8층 높이의 70도 경사판에서 뛰어내리라고 할 수 있을까? 뛰면 그 즉시 바닥을 치면서 굴러떨어질 게 뻔한데 말이다. 기자가 취재 중에 만난 세월호의 한 생존자는 수영선수 출신이었지만 가파르게 변하는 선체 벽면을 보고 물로 뛰어내리기를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다리가 부러져 수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것이 現場(현장)이었다.

목포 서장은 현장에 있지 못하고 당시 목포 3009함에 승선해서 중국어선 단속을 나섰다가 선상에서 사고의 지휘를 하게 된다. 123정에 영상장비가 없던 관계로 무선통화로만 상황을 파악하고 작전지시를 하던 중이라 그는 실제 현장을 모른 채 지휘한 셈이었다(목포 3009함이 사고 해역에 도착한 시각은 11시40분이었다).

이 무선통화 직후인 10시06분43초경부터 핸드폰에 잡힌 영상은 123정이 세월호에 접안한 채 선실 유리창을 깨고 있었으며, 10시07분35초경에는 123정 대원들이 세월호 선실 유리창을 깨고 승객들에게 붙잡고 나올 밧줄을 넣어주고 있었다. 과연 이때에도 “밖으로 나오라”는 말도 없이 묵묵히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었을까?

정황상 퇴선 유도 방송과 지시는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정작 근거가 없을 때 문제가 된다. 지금처럼 검찰은 ‘퇴선 유도 방송을 안했다’고 몰고, 정장은 ‘했다’고 주장할 경우, 정장이 이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허위 공문서 위조에 관해

기자는 지난 7월초, P123정을 찾아 김경일 정장을 인터뷰했을 때 그는 너무 지쳐 있었다. 한동안 기자와 눈을 맞추지도 못했다. 심한 심리불안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인권을 무시한 검찰의 처사가 내심 괘씸했다. 거의 한 시간여 동안 잡담을 이어가던 끝에 겨우 마음을 연 김 정장으로부터 사건의 진상을 들을 수 있었다. “왜 일지를 뜯어내고 다시 고쳐 썼냐”는 질문에 그는 힘없는 미소를 지은 채 이런 말을 해 주었다.

“구조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날이라서 일지를 제대로 기록하지 못했어요. 생각나는 대로 몇 시에 사고 전파를 받고 몇 시에 도착하고 뭐 이런 것만 적어 두었던 거지요. 그러다가 退船(퇴선) 방송을 했다는 사실을 빼 먹은 것인데, 그게 그때는 중요한지도 몰랐고. 그런데 사고 후에 입항해 보니까 자체 감사 내려와, 감사원에서도 내려오고, 검찰도 자꾸 이걸 캐묻는 거예요. 사람을 살려도 그러데…참…나중에 일지를 가만 보니까 그게 빠져 있길래, 원래 이럴 때는 빨간 줄을 긋고 내용을 새로 기입하고 무슨 사유로 일지를 수정했는지 뭐 그런 우리의 규칙이 있어요. 그런데 검찰 조사를 받는 마당에 규칙대로 고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봤지. 더 의심받을 게 뻔하고…그래서…그래서는 안 되는 건데…뭐…어쩌겠어요…허헛…참…”

그는 8월13일 법정에서 더 이상 자기변호를 포기하듯 검찰측 주장을 대부분 시인하며 “퇴선 명령은 깜빡 잊고 안했다”고 말해버렸다. 이로써 향후 열리게 될 법정에서 변호인이 정장에게 “깜빡 잊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기억해냈는가”로 逆(역)질문을 해야 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언론들은 <‘퇴선방송 객실진입 시도 없었다’고 시인> 이란 제목으로 보도하며 그간 해경이 거짓말로 실책을 감추어 왔다는 식의 기사를 실었다. 사건 전말을 취재해 오던 기자로서는 참 가슴 먹먹한 뉴스였다.

검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스스로의 수사과정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해상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녹초가 된 직원들을 수시로 불러들여 반복 진술을 강요하면서 해경 직원들을 이간시킨 적은 없었는가. 게다가 이전의 진술내용과 다르다며 몇 번이고 진술을 번복시키고, 심지어 50도 이상 기울어진 선체 내부로 들어가다 떨어지면 죽을 수 있는 상황을 두고 “그때 당신들 중 한 명쯤은 그렇게 죽었어야 이런 조사를 안 받는데, 안 죽었으니까 그 책임을 져라. 세상이 그렇다. 어쩔 수 없다”면서 진술을 강요한 적은 없었는가. 이런 의심이 전부 없다손 치더라도, 검찰은 다음 질문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진실은 ‘救助(구조) 성공’을 보여주고, 권력은 ‘구조 실패’를 단언할 때, 검찰은 진실 편에 서야 하는가 아니면 권력 편에 서야 하는가.

평생 바다를 지키며 살아 온 57세의 김경일 정장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것은 바다의 험난한 파도가 아니라 육지의 험악한 논리가 아니었을까. 기자가 알기로 수사기관의 수사 방법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 외에도 자백 강요, 邪術(사술), 誘導(유도), 고문 등의 사전예방을 위하여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 검찰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이 통하지 않는 검찰 조사를 받는 惡夢(악몽)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 2014-10-14, 11:1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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