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사는 문제를 미국에 맡길 수 없다

약해도 침(핵무기)을 가진 고슴도치는 살 수 있다.
이천이십오년 국군의 날 연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자주국방’의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의 미국은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무엇이 확실히 전쟁을 막느냐’였다. 그러면서 우리 군의 능력이 부족하니 전시작전권의 회수를 신중히 할 것을 촉구했다. 한겨레신문 주필을 지낸 후배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북에서 미사일을 인천공항에 한 발만 쏘면 우리 경제는 풍비박산이라고 하더라구요. 세계의 다른 나라는 오히려 그걸 바란다고 그래요. 지금 한국이 전자제품을 팔아서 돈을 벌고 있는데 한국만 세계 경제에서 빠져주면 그들의 숨통이 트인다고 하더라구요. LG에서 파주에 엄청나게 투자했는데 거기도 북에서 미사일을 한 발 쏘면 피해가 클 거라고 하더라구요.”

우리는 폭발을 앞둔 화산의 분화구 근처에 앉아 있는 것일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국제정세에 대해 해박한 선배가 있다. 미국 무기회사의 자문을 해주는 국제변호사다. 시사토론 방송의 사회자이기도 한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북한에서 김정은이가 남침할 능력이 있을까? 나는 없다고 봐. 북한방송이나 신문을 보면 남쪽 정권이 내부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북침을 할지 모르니 주의해야 한다고 그래. 그쪽도 겁을 먹기는 우리하고 똑같아.”

그는 이어서 이런 말도 했다.

“미국의 트럼프가 중국의 관세를 올리겠다고 했어. 갑자기 45%나 올리면 중국은 망하는 거지. 그런데도 국제적인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별 문제가 없으리라는 거야. 미국도 근본은 비즈니스맨이고 중국도 장사꾼이니까 그런 장사꾼끼리는 겉으로는 치고받는 척 해도 뒤로는 얼마든지 협상이 가능하다는 거지.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미국을 살피고 국내적으로는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단순화해서 정책과 법으로 현실화해야 하지 않을까?”

선배의 생각이 현실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현명하게 살아 나갈 방법인지도 모른다.

“미국을 잘 살핀다는 게 뭐죠?”
내가 물었다.

“중국을 개방한 등소평이 죽기 전에 한 말이 있어. 미국과 각을 세우고 대립하지 말라고 했어. 힘이 약할 때는 함부로 까불지 말라는 지침이지. 모택동도 귀중한 유언을 남겼지. 중국은 미국과 국경을 바로 붙이지 말라는 거였어. 그래서 중간에 북한이 존재하고 있는거야. 일본은 이미 미국의 첩같이 놀고 있고 말이야. 우리도 안보에서 미국을 이용하려면 미국의 항공모함이 요코하마가 아니라 평택쯤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은 우리를 지켜주고 경제원조를 해 준 은인의 나라였다. 그런 내 의식을 깨어나게 한 사건들이 있다.

내가 중학교 시절은 전쟁 분위기였다. 북한의 김신조 부대가 서울로 침투해 들어와 시내를 휘젓고 다니면서 박정희 대통령을 죽이러 다녔다. 선생님은 두껍게 얼어붙은 임진강 위로 북한의 탱크가 넘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포가 세상을 얼어붙게 했다.

자유월남을 위해 싸워주던 미군이 어느 날 갑자기 철수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미국은 자기 나라는 자기가 지키라고 발표했다. 미국은 더 이상 한국을 지켜주지 않겠다고 했다. 뒷집은 미국 이민수속을 몰래 밟고 있었다. 그런 집들이 많았다. 군인으로 월남에 갔다가 돌아온 아는 형이 이런 말을 했다.

“미군은 위험한 작전지역에 들어가지 않았어. 한국군보고 가라는 거야. 미군헬기가 우리 소대를 태우고 깜깜한 밤중에 어디론가 날아갔어. 헬기에서 줄을 타고 내리라고 하는데 주저하니까 뒤에서 미군이 워커발로 막 차더라고. 그렇게 땅으로 내려와 칠흙 같은 밤에 혼자 참호 속에서 있으니까 참 무서웠었지. 군에서 제대하고 사는데 항상 몸이 나른하고 아파. 그럴 때 술을 마셔서 고통을 줄이려고 했지. 그게 고엽제 때문인걸 나중에야 알았어. 미군 한국군과 연합공동작전을 수행한다고 했는데 알고 보면 우리는 총알받이였지.”

박정희 대통령은 미군들이 갈 테면 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주국방’의 깃발을 들었다. 스스로를 지키려면 핵개발을 해야 한다고 했다. 고슴도치가 날카로운 침으로 자신을 지키듯 약소국은 그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프랑스, 캐나다와 핵 재처리시설 도입계약을 하려다가 미국의 방해로 실패했다. 미국대통령의 분신인 키신저가 주한미국대사관과 미군사령관에게 보낸 핵심 메시지는 박정희가 핵을 만들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몰래 핵개발을 하다가 죽었다.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자 레이건은 그를 불러 핵개발을 하지 못하게 다짐을 받았다.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는 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비밀이 해제된 6·25전쟁 당시 워싱턴의 자료들을 본 적이 있다. 중공군이 개입해서 평택까지 내려왔다. 미국은 난처한 입장이었다.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의 주제는 ‘미국이 어떻게 망신당하지 않고 한국전쟁에서 빠져나오느냐’였다. 미국은 휴전을 제의하면서 평택 이북의 땅을 북의 점령지로 인정하겠다고 했다. 그런 미국의 제의를 거절한 것은 모택동이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서울을 수복할 수 있었다. 나는 미국의 무책임을 알고는 경악했었다.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다. 좀 못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다. 잘 사는 미국은 우리가 힘들게 벌어놓은 달러도 빼앗으려고 한다. 그런 미국에게 우리의 안보를 의지할 수 있을까.

나는 박정희 대통령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한다. 약해도 침을 가진 고슴도치는 살 수 있다. 그 침이 핵무기다. 그리고 핵보다 더 강한 것은 스스로 지키겠다는 개결한 자존심과 투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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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민족대서사시 2025-10-03 오후 2:46

    백 번 옳으신 말씀.엄 선생님의 글은 언제 읽어도 유익 합니다.이참에 우리도 무장 하자?천조국이 가만 있읃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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