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경에 허허벌판에 외로이 나가 통곡하는 우리 아버지! 공산주의가 최고의 진리로 믿고 생사를 각오하고 부모 처자를 두고 월북한 아버지이다. 하지만 은퇴를 앞두고 일생을 잘못 선택한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 한 마디 결론이 <정치는 최대의 협잡이야!>. 그 정치란 공산주의를 의미한다.
고을에서 면장감은 누구라고 할 정도로 똑똑하고 연설을 잘했다는 아버지! 감수성 예민한 1946년 18세인 아버지를 점찍고 공산주의를 전수한 것이 북한 중앙당 파견원 김복동이란 사람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팔로군 출신으로 백전노장이자 오랜 공산혁명가이다. 그가 전라도의 공산조직을 만든 주모자이다. 권총 세 자루를 아버지에게 주며 <라호대>란 무장조직도 만들었다. <라호대>란 전라도 라(羅) 자(字)와 호랑이 호(虎)자를 딴 빨치산 부대란 뜻이다. 이 과정 리리(이리) 감옥과 군산 감옥에 갇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셨다.
아버지와 달리 큰 형은 고을의 부자였다. 공산당인 동생을 보고 <너는 불 속에 뛰어드는 불나비>라며 극구 말렸다. 함라면의 이웃인 함열에서 이쁜 처녀를 부쳐주며 결혼을 시켰다. 처녀는 이름 자체도 김미녀이다. 청춘 남녀가 만나니 딸도 생겨났다. 가족이 생기게 되면 위험천만한 공산당을 포기할 줄 알았는데 여전했다. 호남벌에는 산이 없으니 공동묘지에 아지트를 파고 활동했다 한다.
얼마나 포섭력과 수완이 좋은지 아들인 내가 탈북하여 아버지의 남한 부인인 김미녀 어머니에게 물으니 이포구(우리 아버지 이름)가 눈치 하나만 주면 마을이 착착 움직이는 정도였다고 한다. 남한 부인 김미녀는 탈북하여 온 저를 처음 만날 때 <넌 왜 그렇게 못생겼냐?!>라고 해 기분이 나빴다. 남편이 탈북하여 온 아들놈보다 잘 생겼다고 한다. 나도 미남소리 들었는데 얼마나 잘 생겼으면 참! 나는 36살이고 남편인 이포구는 김미녀 부인과 헤어질 때 23살 때이니 나보다 젊었으니 잘 생겼어 보였을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억울하지만 할 수 없는 아버지의 남한 부인 김미녀의 기억인 것이다.
6·25 전쟁이 터지고 인민군 6사(師)가 전라도를 석권하자 하루 아침 아버지는 큰 간부로 지하에서 나온다. 익산군당 선전 비서로 총 차고 지프차를 타고 다니는 남로당 간부가 된 것이다.
지방 빨갱이들이 학살 만행을 가장 많이 했다고 한다. 같이 살며 감정이 얽힌 것이 많고 서로가 잘 알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김미녀 어머니에게 걱정되어 물었다. 고을에 빨갱이 두목 남편을 두고도 어떻게 모녀가 살아남았나요? 참 신기하게도 모자가 살아 남은 것은 마을 사람들의 보호였다고 한다. 빨갱이 두목이지만 특이한 것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머슴을 비롯한 가난뱅이들이 부자들을 때려 죽이겠다고 나서자 오히려 가로막고 땅을 공짜로 나누어주겠으니 그런 일은 당 간부인 나에게 맡겨라! 그리고 동네사람인 부자들을 죽이는 것은 너희 가족을 죽이는 것과 같다. 부자 타도의 공산당 방침과 반대되는 행동이지만 그래서 이 지역에는 학살이 없었다고 한다.
기타 전라 지역 특히 영광군에서는 6·25 전쟁 때 가장 학살이 많았다고 한다. 남편의 이런 행보로 인하여 살아남은 부자들이 인천상륙작전으로 유엔군의 북진 때 당신을 보증하겠으니 월북하지 말라고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공산주의 진리를 확고히 믿은 아버지는 후퇴하는 인민군 6사와 함께 태백산맥을 타고 온갖 사선과 고생을 하며 월북했다.
남한 부인 김미녀와 세 살 난 딸(이정례)은 마을사람들이 보호하여 북한에서 탈북한 이복 아들인 내가 올 동안 무사히 살아 계셨던 것이다. 아버지 고향에 오니 어떤 할머니는 이포구 아들이 탈북하여 왔느냐? 내가 돕고 싶다 했다. 사연은 6·25 때 아버지 때문에 살아남은 부자였던 것이다. 요때다 하고 찰싹 달라붙어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경제 개념이 전무한 바보 같은 탈북자인 나는 덤덤하였다. 그분은 스스로 돕고 싶을 만큼 여유가 있는 분이고 감사 표시를 하고 싶어하는데 이런 감사를 모르고 쓸 데 없는 북한에서 굳어진 주체사상 똥고집 습성이 남아있어 도움의 감사 손도 잡을 줄 몰랐던 것이다.
-------------------------------------------------------------------
*공산주의를 최고 진리로 믿고 월북한 우리 아버지와 중국공산당 등소평과 동지였던 아버지를 둔 장룽 작가와 지상낙원으로 믿고 일본에서 북송한 재일교포 탈북1호 법무사 임윤미 아버지에 관한 글을 연재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산당원 아버지들의 통곡(1)
- 이민복(대북풍선단장)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26-07-13, 03: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