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른바 지식인들은 흔히 한반도 주변정세를 이야기할 때 '주변 4强'이라는 말을 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4强으로 분류하면서 한국은 약소국이나 중간 정도의 국가로 놓는다. 따지고 들어가면 이런 헛소리가 따로 없다. 4强이라고 해놓으면 네 나라가 다 강대국으로서 비슷한 실력을 가진 것 같은 착각을 준다.
미국의 군사력은 중국, 러시아, 일본을 합친 것보다도 더 강력하다. 더구나 일본은 핵무장국가도 아니다. 미국도 强이고 일본도 强이라고 한다. 중국은 핵무장국가이고 장거리 미사일도 있으나 해군력과 공군력이 약하여 러시아나 미국의 적수가 못된다. 경제력도 중국인의 1인당 GDP는 미국의 20분의 1 정도이다. 러시아는 국내총생산 규모에서 한국보다도 뒤진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맞먹는 시절이 온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기 2400년 이전에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세계제국이었던 적이 한번도 없다. 동서양을 포괄하고 보편적 문화를 수출할 수 있는 군사력과 경제(특히 무역과 금융업) 및 과학기술을 가졌던 세계제국은 알렉산더 대왕의 제국, 로마제국, 몽골제국, 사라센 제국, 오토만 투르크, 스페인, 영국, 미국 정도였다.
중국의 왕조들은 중국과 그 주변국들을 복속시키는 데 만족했지 대양을 건너거나 초원을 넘나들면서 다른 문명권을 점령하고 중국문명을 확산시키는 일들은 하지 않았다. 기마전술이 뛰어나든지 배를 잘 몰든지 하여 기동력을 확보한 나라만이 진정한 세계제국이 될 수 있었다. 농경성이 강한 중국문명은 그런 기동성을 배척했다.
해군과 공군력이 약하면 세계적 규모의 전략을 펼 수 없다. 중국의 생활수준은 100년이 지나야 지금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금세기중에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 덩치만 있으면 세계적 강국이 되고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가. 어림도 없다.
해공군력, 우주항공력, 금융업, 과학,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100년 안에는 어림도 없다. 그렇다면 한반도 주변은 4强 체제가 아니고 1極과 엄청난 격차를 두고 3强이 정렬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 한국도 어떤 면에서는 强에 들어갈 정도의 국력을 갖추었다.
4强이라고 개념화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오늘날 상황을 영국, 일본, 러시아, 청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각축하던 19세기 말의 국제정세에 대입하려고 한다. 머리 나쁜 사람들은 도식적인 것을 좋아한다. 19세기와 21세기의 차이를 무시하고 19세기의 도식을 그대로 받아 21세기에 적용하려 든다. 19세기의 조선과 21세기의 한국은 전혀 다른 나라인데도 말이다.
4强論은 균형자론으로 이어진다. 4强의 이해관계를 한국이 나서서 점잖게 조정한다는 망상이다. 1極인 미국에 중국, 러시아, 일본이 도전할 마음도 먹고 있지 않는데 한국이 누구와 누구 사이를 균형잡고 조정한다는 말인가. 헤비급 선수와 밴텀급 선수가 싸우는데 라이트급 선수가 등장하여 어떤 조정을 할 수 있을까. 실력이 비슷한 사이의 나라들이 맞서야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데 1極 체제하의 세계질서속에서 망해가는 북한과 손잡고 그 1極과 맞서 균형을 잡겠다는 게 좌파정권의 소위 '민족공조론'이라면 이런 과대망상은 공상소설감이다. 작년 그 많은 소위 어용지식인들이 나팔을 불어대던 균형자론은 어디로 갔는가.
지금 미국이 군사력보다도 더 무서운 금융무기로써 김정일을 소리 없이 목조르고 있는데도 盧정권과 소위 민족공조파들은 왜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는가. 盧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외교적 전쟁론은 또 어디로 갔는가. 4强, 균형자론 같은 저널리스틱한 현학적 말들이 많이 알고 있다는 과시용으로 쓰이면 몰라도 국제관계에서 실천하려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런 개념들이 모두 관념속의 유희이기 때문이다. 말장난이기 때문이다. 외교의 현장은 國力이 발언하는 무대이지 말장난은 통하지 않는다. 4强은 없다.
한국의 헛소리: 한반도 주변 4强論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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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4-01, 2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