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浩然의生覺
- 2024.08.01 08:44 (조회 :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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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9월 훈련병으로 입대 한다. T 시의 00 사단 훈련소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입소했다. 훈련소 연병장에 집합해 있었다. “야, 여기 대학 나온 놈 손들어.” 둘러보니 주위에 아무도 없어 손을 반쯤 들었다.
“너 앞에 나와.” 하며 까무잡잡하게 생긴 조교가 향도를 하라고 한다. 1소대 향도다.
임무는 완장을 차고 소대 점호하고 훈련할 때 선두에 서서 구호도 외치고 훈련을 오가며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지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전투와 전투 속에 맺어진 전우야.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목이 터져라 불렀다. 3절까지 있었는데 누가 지었는지 멋진 군가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가사도 잊지 않고 불러보니 힘이 솟는다. 향도는 불침번도 없고 식사 당번도 없다. 그것을 군에서는 특과(特科)라고 한다. 물론 단체 기압도 열외 시켜 줄 때가 많았다.
더블백도, 군화도, 군복도 지급 받았다. 광목 사리마다에다 양말도 흰색 목양말이고 필터 없는 화랑 담배도 매일 지급받았다. 그때의 계급은 이병이었다.
당시 시내에는 필터가 있는 아리랑과 청자 담배가 유행이라 멋쟁이들은 그것을 꼬나 물고 다녔다. 나는 담배를 피지 않아 주로 시골에서 온 훈련병들에 주면 고맙다고 했다. 또 군번이 적힌 인식표도 받았다.
항상 목에 차고 있다가 전쟁에서 전사하면 그것으로 사람을 찾는단다. 알루미늄 인식표를 처음 차고 있으니 목이 차갑고 기분이 이상야릇했다. 59년 전 일인데 군번이 생각난다. 3104**18 이다. 우리와 같이 논산 훈련소에 입대한 친구들의 군번은 11로 시작해 그것을 와리바시(일본말로 젓가락 닮았다고 해서 생긴 듯) 라고 하였다.
훈련소 철망 사이로는 이동 주보라는 아주머니들이 훈련병을 따라 다니며 물건을 팔았다. 아마 조교들에게 사바사바를 한 것 같다. 무거운 M1 소총을 들고 훈련을 하였고, 훈련 마치고 오면 총구를 닦고 바로 정렬해 세우고 각종 소지품도 관물대에 가지런히 세워 점호를 준비한다. 옆 내무반 이곳저곳에서 점호받는 소리가 들린다. 열차 하나둘 긴장감이 흐른다. 그때 선임 하사와 조교가 점호에 들어온다.
나는 경례를 하고 “일동 차렸! 1소대 일석점호 시작합니다.”하고 외친다.
번호 시작 몇 번 가다가 꼭 한 놈이 번호를 잊어버리거나 놓치고 하면 우리는 몇 번씩 반복하고 소대 전체 엎드려 뻗쳐한다. 꼭 그런 넘이 한두 명씩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놈을 고문관 이라 부른다. 처음에는 이놈 때문에 모두 킥킥거리다가 얻어터지기도 하고 수모를 많이 당했다.
어떤 놈은 자다가 오줌 싸는 놈이 없나 언 놈은 집에 가고 싶다고 우는 놈이 없나 어떤 사병은 우리보다 나이가 6살 정도 군대를 늦게 들어와 자식이 2명 있는 사병도 있고 그야말로 인간 시장이었다.
훈련도 그렇다. 앞으로 가 뒤로 돌아 제자리 걸음이 그렇게 어려운지 그 고문관 때문에 또 킥킥 거리다가 기압 받고, 그래도 잠잘 때는 해방이다. 훈련도 몇 주 지나고 요령이 생겨 일요일엔 무단 외출해 부대 옆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오다가 들켜서 기압을 받곤 했다. 그때의 추억이 새삼스럽다.
훈련 마칠 때쯤 부대 배치를 받아야 하는데 중대 본부에서 오라는 전갈을 받았다.
중대장이 “너 이 사람 아니?” “네 저의 누구 누구 됩니다” “짜식 너 부탁 했지?” “아닙니다” “알았어, 너는 여기 남아 있어” 하면서 나는 가까운 같은 시(市)의 제1*****에 부대 배치되었다.
부대라기보다 시내에 있는 평범한 하얀 4층짜리 빌딩이다. 밖에서 보면 군부대라고 알 수 없고 가끔 군용 지프가 들락거리고 군인들과 사복 입은 사람들이 많이 들락거렸다. 소위 말하는 특수 부대다.
내무반 기압은 셌다. 상급들은 아무 일도 아닌 걸 가지고 시비다. 누구 빽으로 왔냐는 등 선임 보기를 우습게 안다는 둥 말마다 걸고 넘어졌다. 며칠 후 부대장이 나를 불러서 갔더니 “이곳 생활이 어때? 힘들지 말해라. 잠시만 참고 있으라.” 고 했다.
며칠 뒤 짐을 싸라고 해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중사를 따라 기차를 타고 함께 간 곳이 A 시에 있는 모 사단이다. 내가 간 곳은 00사단 안에 있는 그 부대의 파견대다. 우리 파견대는 헌병부대와 붙어 있었다.
여기 오니 군대가 아니라 가족적인 분위기다.
준위 한 명에 상사 중사 한 분씩, 이분들은 수사관들이다. 이 사람들은 영외 거주자라 출퇴근 하는 관계로 일과 후면 불침번도 없이 자유로웠다. 사병은 운전병 한 사람과 고참 병장, 상병둘 이렇게 지냈다. 식사는 우리가 스스로 장만 해야 하지만 사단 부대 식당에 빌붙어서 해결했다.
나는 초임이라 고참의 안내를 받아 주로 하는 게 정보 수집이란 것이었는데 시청 공보실이나 경찰서 정보과, 신문사들을 다니며 그날그날 일어난 사건들을 본부에 전송하는 거였다.
당시 FAX도 없었고 군용 수동식 전화기를 사용했다. 주말이면 파견 대장과 하사관들은 각자 이곳을 떠나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껏 자유 시간을 가졌다.
같은 A 시에 살면서 ㅇㅇ부대에 근무하는 대학 친구들이 3명 같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사단 연대에 있었는데 영내 생활을 견디지 못해서 내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부대 연대장은 어차피 영외 생활을 해야 했기에, 그 연대장을 친구 집에 하숙하게 하고 그 친구는 비파 요원이라고 하여 부대를 떠나 자유로운 생활을 하게 된다. 그놈들은 나 때문에 특과 생활을 하였다.
본부 들어갈 때만 군복을 입었지 그냥 사복만 입고 근무했다. 누가 군복을 입던 사복을 입던 간섭하는 사람도 없어서 젊은 기분에 사복을 입고 근무했고, 파견 대장이 퇴근 후나 주말에 자기 집에 가고 나면 물 만난 고기 같이 온 천지를 싸 다녔다. 빨래도 하지 않고 양말은 헌병대 사병들이 빨아 놓은 것을 실례하고 했다. 당시 울진에 공비가 나타났다. 지역 사단의 관할이라 우리 대원도 일부 따라갔는데, 다른 사람들은 복귀하고 나와 내 조수만 남아서 임무를 수행했다.
시간이 많다 보니 바다낚시나 울진 온천, 다방 등을 배회하며 군 말년을 보냈다. 남자들은 군대 생활하면 밤새 재미있게 이야기한다지만 나는 그런 친구들이 상상할 수 없는 생활을 하였기에 그냥 너희들은 떠들어라 나는 클라우드 생활을 하고 왔다고 생각하며 혼자 싱긋이 웃어넘긴다.
제대 말년은 병장의 로망이다
우리 때는 복무 기간이 3년이라 제대 1년 정도 두고 대부분 병장 계급장을 달게 된다. 이때쯤 되면 군기가 빠지기 시작한다. 일단 병장이 되면 군모를 쎄리 삐딱하게 쓰고 첫째 단추도 풀고 담배를 꼬나물고 다닌다.
나는 쫄짜가 지나고 내근보다는 외근으로 많이 다녔다. 그때는 탈영병이 많았다. 각자 사연이 있지만 주로 여자관계가 많았고, 딱한 사연을 가진 병사들도 있었다. 특히 시골에 계시는 노모를 두고 할 수 없이 미귀하여 탈영 처벌을 받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럴 땐 지휘관들의 선처가 있었다.
우리 부대는 사단 정문 헌병대 위병소 옆에 면회실이 있다. 휴일이면 전국에서 아가씨들이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 가지고 애인을 면회 온다.
우리는 거기에 빌붙어 김밥 통닭 등에 숟가락을 얹었다. 다 같은 군인이라 인심들이 좋았다. 부대원 중 유 상병이라고 있는데, 이 녀석은 휴일만 되면 면회소와 PX에 붙어 면회 온 아가씨들 대신 전화해 주고 하더니 기어코 그 아가씨를 요꼬도리하여 제대 후 곧바로 결혼한다.
유 상병과 그 아가씨 모두 대전이라 결혼식에 참석했다. 아들 하나 있는 것까지는 아는데 이후 소식은 모르겠다. 대전 중앙시장에서 미싱 가게를 했는데 혹시 연락 되면 보고 싶구나.당시 부대 면회 오던 아가씨들은 고무신 거꾸로 신은 사람이 많았다.
제대를 얼마 앞두고 큰 사건이 났다
1968년 5월에 있었던 A 시 문화극장의 육군하사의 수류탄 투척 사건으로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우리 관할이라 사건 조사 하느라고 밤잠도 자지 못하고 지났다. 그 당시 울진 영덕 공비 사건도 있었지만, 그곳 몇몇 장병들의 극단적인 사고로 인하여 많은 애로를 겪었다. 방법도 총기를 선택했기 때문에 참혹했다. 그것을 부검하기 위해 T 시의 제0육군 병원에 이송하여 사체 검시를 하고 부검을 해야 한다.
대부분 조사 마치고 밤에 사체를 싣고 출발하다 보니, 기사는 울먹이며 나 제발 이 부대 근무 안 해도 좋으니 이것 만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사실 나도 무섭다. 그때 쓰리코터 뒤에 싣고 가기 때문에 뒤에서 목을 당기는 것 같다.
말년의 임무는 피의자 송치를 하여야 한다. 2인 1조로 본부로 가는데 권총 혁대를 차고 권총 빈 지갑을 차면 야전 점프 밑으로 권총 케이스 수실이 나와 꼭 권총 차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또
부대원 중 이재만 병장은 손재주가 많다. 우리 사병은 그냥 육군 병장이지 무슨 신분증도 없고 특별한 표식도 없다. 그런데 이 병장은 명함만한 크기에 신분증을 만들었다. 사선으로 일단 붉은 줄을 두 줄 친다. 그리고 타자를 친다.
육군 제 0 ** 대 대장 *** 밑에 무우로 만든 네모난 관인 찍었다. 우리가 그것을 가지고 다니면 열차 버스 그냥 패스다. 이런 것들이 뭔지 공연히 젊은 기분에 유세도 부려 보았다.
울진서 돌아올 땐 사단장 모셔주고 빈 채로 돌아오는 L19 비행기를 태워줘 탔는데, 조종사가 일부러 나를 놀려주려고 오르락내리락해서 팬티를 흥건하게 적신 추억도 있고, 남들이 경험하기 힘든 짜릿한 경험들도 많았다.
제대를 열흘 앞두고 가까운 Y 시에 출장을 간다. 운전을 배우기 시작하던 때라 얼마나 운전을 하고 싶던지, 목적지 도착 얼마 전에 “야 전 병장 내가 운전할게.”
“안 됩니다.”
안된다는 것을 억지로 운전대를 잡고 가다 자동차 옆으로 툭 하는 소리가 들려 내려보니 버드나무를 받았던 일 등등. 아무리 군대 생활이라고 하지만 그때 그 시간들. 나를 그렇게 좋아하시던 파견 대장님, 선임 하사님, 강상사님. 지금은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많이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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