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와 냥냥이는 자유롭고 싶습니다. (上)

나는 자고 싶을 때 자고, 놀고 싶을 때 놀고,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습니다. 아파트에 나만 홀로 남겨 두고 떠나면 외로워 환장합니다. 밥도 패스트푸드만 먹여서 살만 찌고 지겨워 죽겠어요.

흙길에 걷고 싶은데 거실 장판이 미끄러워 걷기도 어려운데 발톱까지 잘라내니 균형 잡기가 어려워요. 우린 자손 대대로 털로 무장되어 춥지 않은데 그놈의 옷 때문에 가려워 죽겠어요. 볼 일도 좀 시원한 밖에서 보고 싶은데 잘못하여 방에 실수라도 하면 막 야단쳐요. 밖에서 소리가 나서 딱 한 번 짖었다고 바로 성대 수술 당했어요.

나도 자식 보고 손주 보고 싶은데 정관수술 하시면 어떡합니까?

이건 견권(犬權) 침해 아닌가요?

우리는 동물 가족부(動物 家族部)가 없어 호소할 때도 없어요. 우리끼리 모여서 데모라도 하려고 해도 카톡방도 못 만들게 해서 연락할 방법도 없고 비례대표 라도 한 석 배정해 주면 좋겠는데 그것도 지들끼리 다 해 먹고 속이 너무 상합니다.

민노총에 가입하려고 해도 금속노조 교원노조 금융노조는 있는데 우리 같은 견공(犬公 ) 노조는 없답니다. 지들 부모 아프면 “어머니 왜 그러고 계세요? 빨리 병원 가보세요.”라고 말로 하지만, 우리가 아프면 즉시 자가용 태워서 치료비 얼마라도 상관하지 않으니 우리는 의료보험 없어도 걱정 없어요.

견민청원(犬民請願) 하려고 해도 컴퓨터 하는 넘 한 넘 없습니다. “SBS 세상에 이런 일에” 연락해도 한국말도 안되고 영어도 안 되서 알아들을 수가 없답니다. KBS의 “인간극장”에 나가려니 PD가 인간극장(人間劇場)은 있어도 견간극장(犬間劇場)은 프로를 만들 수 없답니다. 잘못 했다가 방송 심의 위원회에 들어가면 짤릴 수 있답니다.

MBC 의 “PD 수첩“에 나가고 싶은데 PD 수첩 방영 시간은 늦은 밤이라 지네들은 방에 들어가고, 거실에 있는 우리는 TV 를 켤 수 없어 볼 수가 없습니다. 제발 모가지 사슬이나 풀어주요. 내가 조선시대 형틀 끼고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가 우리 집 인간들은 우리에게 모자 씌우고 매니큐어 바르고 미장원 가서 스타일 낸다고 몸에 있는 털 다 깎고 미치겠어요.

요즈음 인간들 지 애비 애미 죽을 때는 안 울면서 우리 친구 죽을 땐 목 놓아 울고, 지 자식들은 3일씩 밥도 안 먹고 정말 웃겨요. 온 식구 화장장까지 따라와서 장례한다고 야단이고, 어떤 넘들은 우리를 추모 한다고 분향소도 차려주고 화장한 뼛가루 주워 와서 사진 넣고 목걸이하고 다녀요.

그래도

운동 시킨다고 밖이라도 나가서 걷고 하면 숨통이 트이는데 왜 그렇게 끌어안고 다니는지. 어떤 가시나 들은 우리를 가방이나 빽 자루에 넣고 다니면 숨이 막혀 죽겠어요.

우리를 반려견 이라고 하는 당신은 동물 애호가 입니까, 동물 학대자 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