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 안따른 이총장을 해임하겠소
육본 작전국차장 박정희 대령이 기초한 '육군장병에게 고함'(육본 훈령217호)은 이승만대통령에 대한 정면도전이었다. 이종찬육군총장 은 군의 정치적 중립이란 명분을 내세우면서 부산지역에 계엄군을 파 견하라는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한 것이다. 부산지역 계엄사령관 원용 덕소장 휘하의 헌병대 2개 중대 병력에만 의존해야 했던 이승만은 불 안했다. 이승만은 이때 경찰과 특무대를 통해서 '육본내의 흥사단 인 맥(평안도 인맥을 지칭)이 평안도 출신인 장면 전 총리와 결탁하여 반역을 꾀하고 있다'는 정보를 받고 있었다.
육본내의 평안도 인맥이라고 하면 평양출신인 이용문국장이 핵심 이다. 이용문은 장면 전 총리의 비서실장 선우종원과 접촉하여 '함께 혁명을 일으키자'고 부추긴 적이 있으므로 그 정보는 상당히 정확한 것이었다. 육본의 훈령이 예하 부대에 내려간 이튿날(5월27일), 밴 플리트 8군 사령관은 부산에 내려와서 라이트너 대리대사(무초 대사 는 본국에 출장중)와 함께 이승만을 만났다. 라이트너가 미국무부에 보고한 전문에 따르면 이런 요지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밴 플리트: '본관은 계엄령 선포에 대해서 미리 통보를 받지 못 해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군대를 동원해서까지 질서를 유지할 단계는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이종찬 육군 참모총장에게 전투부 대의 이동은 안된다고 지시했습니다.'.
이승만: '나는 부산에서 시위자들이 다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계엄령을 선포하기로 했소. 선포하기 전에 나는 이종찬 총장에게 전 화를 걸어 국방부장관의 이름으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원용덕 장군을 부산지구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겠다고 통보했고 동의를 받았지. 그 런데 불행한 보고를 받고 있어요. 이종찬 총장이 나에 대한 반란을 모의하고 있다는 정보말인데 나는 그를 해임할 생각이오.'.
밴 플리트: '믿기지 않습니다. 그는 각하와 조국에 충성스러운 군 인입니다. 이총장은 군대가 국내정치에 관여되어선 안된다는 생각을 확집처럼 갖고 있는 인물임을 본관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승만: '(육군본부의 훈령을 꺼내면서) 그는 원용덕 장군에게 이 런 지시를 내렸소. 계엄령과 관련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말고 오 직 그자신의 명령만 따르라고 말이오. 이종찬 총장을 내일 아침 부산 으로 내려오라고 명령했소. 그를 해임할 것이오.'.
밴 플리트: '이 총장의 해명을 들으시면 각하도 이해하실 것입니 다. 만약 꼭 그를 해임하시겠다고 결심하셨다면 후임 총장은 최선의 인물을 선택하셨으면 합니다.'.
이승만: '장군의 생각은 어떠하오?'.
밴 플리트: '백선엽 장군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국군3군단은 가장 유능한 지휘관을 놓치게 되겠지만 말씀입니다.'.
이승만: '장군과 대리대사는 일단의 깡패들이 우리의 적에게 매수 되어 국회를 장악한 다음 깡패출신 대통령을 뽑겠다는 음모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들은 반역자들이오. 나는 내가 대통령 이 되기 위해서 이 자들을 체포한다는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 했소. 한국의 장래가 걸려 있소. 국회 의원들이 아니라 내가 한국과 민주주의의 챔피언이란 사실을 기억해 두시오'.
이승만은 '적과 내통한 국회'라고 표현했지만 내심으로는 '미국과 내통한 국회가 장면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려 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라이트너 대리대사는 이승만과의 회담에 대해 국무부에 보고 하면서 '이승만이 광범위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지만 많은 장교, 관료, 그리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면서 '오 늘과 같이 말로써 설득하는 것은 효과가 없고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 하다'고 건의했다. 5월25일의 계엄령 선포 직전에 일부 야당의원들은 곧 국회를 소집, 대통령선거를 전격적으로 실시한다는 밀약을 했었다. 그 간선에서 이승만이 당선될 가능성은 전무했으므로 이승만은 계엄 령 선포로 국회를 무력화시키는 건곤일척의 선제공격을 한 것이었다.
27일 대통령의 호출명령을 받은 이종찬 총장은 이대통령이 원용덕 소장을 시켜 자신을 체포하고 총장을 교체해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 단했다.
이종찬은 자신의 신변안전을 위해 미8군 사령관 밴 플리트 대장에 게 동행을 요청했다. 28일 아침 일찍 이종찬은 김종평정보국장과 심 언봉 육군헌병사령관을 데리고 미8군사령관 전용열차편으로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역에는 미대사관 승용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종찬은 이 승용차를 타고 송도에 있는 미국 대사관의 직원 관사 로 가서 미 해군무관과 만났다. 여기서 식사를 한 뒤 부민동에 있던 임시경무대로 가니 밴 플리트가 와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이승만 대통령을 만나러 들어갔다. 이승만은 이 순간 경찰, 헌병, 특무대, 우익단체, 그리고 자신의 권위와 권력의지에 의지하여 야당이 지배하 는 국회와 그 국회를 지원하는 미대사관, 그리고 미군의 지휘를 받고 있는 육본의 연합세력과 맞서고 있었다. 이승만이 꼭 승리하리란 판 단이 서지 않는 세력판도였다. 이날 아침 이승만의 눈은 충혈되어 있 었다. 안면 근육도 씰룩거렸다. 그는 이종찬에게 쏘아붙였다.
'왜 자네는 나라에 반역하려고 하는가.' '각하, 작전지휘권을 가진 유엔군 사령관의 동의없이는 군대를 이 동할 수 없다는 것, 각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자네가 날 훈계하나.'.
이종찬 총장은 미리 써간 사표를 냈다. 이승만은 다소 누그러졌다. 그는 '아직은 자네만 믿네'라면서 사표를 돌려주고 오후에 다시 오라 고 했다. 오후 회의에는 이승만, 이종찬, 밴 플리트 외에 부산지구계 엄사령관 원용덕장군도 참석했다. 이승만은 '내가 잘못했든 자네가 잘못했든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하고 물었다.
이종찬은 '부산지구의 계엄업무를 저에게 맡겨주십시오'라고 했고 옆에 있던 원용덕은 반발했다. 밴 플리트는 듣고 있다가 '한국 정치엔 관여할 입장이 아니지만 나에게 작전지휘권이 있는 한 전선에서 병력을 빼내 부산으로 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용덕은'병력 없이 계엄업무를 어떻게 수행하느냐'고 했지만 밴 플리트는 딱 잘라서 거절했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계엄군으로 1개 대대도 동원할 수없는 답답한 상황에처하게 되었다. (계속).
(조갑제출판국부국장) (이동욱월간조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