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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비호?
 쿠데타 비호?
 
 장도영 육군참모총장에게 '박정희 소장 중심으로 쿠데타 모의가 진행 중이다'는 귀띔을 한 것은 총리, 미8군 사령관, 그리고 현석호 국방장관 이었다. 현 장관은 5·16거사 열흘 전 국방부 조사대장 김재현 장군으로부터 '박정희 소장이 쿠데타 모의를 하고 있는데 장도영 총장도 알고 있 다는 정보가 들어왔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한다. 장관은 총장을 불러서 물었다. 물론 '장 총장이 비호한다는 말이 있다'는 부분은 묻어두었 다. 그런데 장도영 총장이 먼저 이렇게 말하더란 것이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박 장군에 대한 모략입니다. 심지어는 저도 가 담했다고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문제까지 드러내 놓고 부인하니 더 추궁할 수도 없었다.
 
 '알았소. 5만의 미군이 있는데 누가 어리석게 자살행위를 하겠소. 하 지만 경계심을 가지고 한번 잘 조사해보시오.'.
 
 박정희 소장은 장도영 일파의 반혁명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서 증언하는 가운데 이런 말을 했다.
 
 <'증인(박정희)을 중심으로 쿠데타를 일으키려 계획중이고 본인(장도 영)도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말이 미8군의 귀에 들어간 모양인데, 이 말 이 장 국무총리 귀에도 들어간 것 같아서 본인(장도영)이 그것은 모략이 라고 말하였다' 운운>.
 
 장도영 총장이 장면 총리로부터 '박정희 소장을 중심으로 한 쿠데타 설이 있는데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고 박정희에게 그 사실까지 털어놓았 다는 뜻이다. 김종필은 5·16이 성공한 뒤 장도영 중장이 최고회의 의장 으로 있을 때 기자들에게 혁명비화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요지가 '혁명경과 보고'라는 문건으로 남아 있는데 이런 대목이 적혀 있다.
 
 <거사 계획간에 별반 누구에게서나 의심은 받지 않았으나 정보가 여 러 번 누설되었다. 참모총장에게 보고되는 우리들의 계획은 그때마다 묵 살되어 위기일발로 모면되곤 하였고 8군 사령부에도 보고되었으나 참모 총장께서 부인해버렸다. 만일 장도영 장군이 아니었던들 우리들의 계획 은 실패로 돌아가고 나라 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쿠데타 모의를 탐지하는 임무를 갖고 있던 육군방첩부대는, 부대장 이철희 준장과 서울지구 506부대장 이희영 대령부터가 박정희 소장의 쿠 데타 모의를 총장이 비호하고 있다는 정보에 영향을 받아 과감하게 수사 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의 기무사처럼 방첩대가 국방장관 휘하였으 면 장관과 총리에게 직보가 가능했을 것이지만, 육군총장아래에 있는 방 첩대로선 직속상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비공개자료집인 '5·16혁명실기'에 따르면 이철희 준장은 1961년 4월, 모의 장교 중 한 사람인 육본 이종태 대령의 발설을 토대로 장도영에게 보고했다고 한 다.장도영은 '나와 박정희 소장에 대한 무서운 모략이다'고 극구 부인했다.이준장은 이로써 '장 총장이 쿠데타 계획을 알고 있구나'하는 심증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건을 더 확대하지 말도록 부하들에 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진행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4월 하순, 육군본부 통근버스 안에서 이종태 대령이 옆자리의 장세현 중령(인사참모부 기획과)에게 과격한 말을 했다. 장 중령이 들어보니 장 면정부에 대한 막연한 불평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출근하자 506방첩 대이희영 대장에게 전화로 통근버스에서 있었던 일을 알렸다. 이희영 대 령은 이종태를 불렀다. 그는 머리를 썼다.
 
 '이 대령, 쿠데타는 장도영 총장과 박정희 소장이 손을 잡고 준비하 고 있는 걸 다 알고 있는데 안심하고 털어놔봐요.'.
 
 이렇게 하니 이종태 대령은 별다른 경계심 없이 자랑하듯 모의 장교 들의 이름과 역할을 설명했고 이희영 대령은 이를 토대로 조직도까지 작 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철희와 이희영은 박정희계의 조직도와 함께 족청계의 거사설에 대한 정보까지 정리하여 장도영 총장을 찾아가서 보 고를 하니 총장이 가로막았다고 한다.
 
 '이미 내용은 잘 알고 있어. 설명할 것도 없어.'.
 
 도표를 접어 들고 사무실을 나오려 할 때 장도영이 이희영 대령을 부르더니 '쿠데타 문제에 대해선 이 대령만 알고 있어. 누구한테도 발 설해선 안돼'라고 말하더란 것이다.
 
 장면 총리에게 쿠데타 모의 정보를 제공한 요인 중에는 조폐공사사 장 선우종원도 끼여 있었다. 1952년 부산정치파동 때 장면 총리의 비서 실장으로 있다가 이승만 정권의 탄압을 피해서 일본으로 망명했던 그는 4·19뒤 귀국했었다. 4월 어느 날, 그의 방으로 3대 국회의원 송우범이 찾아와 이성가 장군에게 들었다면서 쿠데타 조직을 망라한 한 장의 도 표를 내놓았다. 명단 중에는 박정희와 김종필의 이름도 들어 있었다.한 때 반공검사로 유명했던 선우종원은 '이 장군을 직접 만나보자'고 했다.
 
 그리하여 선우, 송, 이성가 세 사람이 '남강'이란 일식점에서 회동 했다. 이성가 장군으로부터 정보를 확인한 선우종원은 반도호텔의 총 리실로 가서 이를 보고했다. 이튿날 장도영 총장이 선우종원에게 전화 를 걸어왔다. 장도영은 총리한테 쿠데타 음모에 대해서 알아보라는 말 을 들은 과정을 설명한 뒤 '왜 나에게 직접 이야기해주지 않고 총리한 테 보고하느냐'고 항의했다. 선우종원은 '아니, 그런 중대사를 총리한 테 보고하지 않을 수 있소'하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으나 왜 장면 총리 가 자신의 이름을 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장도영의 되풀이되는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가 박정희의 쿠데타 모의 를 알고도 방치했다는 증언은 너무나 많다. 한 5·16주체 인사는 이렇 게 말했다.
 
 '장도영 총장은 박정희 소장의 쿠데타 계획을 알고는 있었지만 지지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박정희를 잡아 넣을 배짱도 없었다. 당시 군 내의 분위기에선 장도영의 지지기반이 튼튼하지 않았다. 그는 이기붕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 젊은 장교들의 눈에는 정군대상으로 비쳐졌다.그도 이런 시선을 의식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젊은 장교들로부터 절대적 인 지지를 받고 있던 박정희를 잡아넣을 수는 없었다. 그는 박정희와의 기, 세싸움에서 이미 밀린 것이다'.
 
 장도영을 잘 아는 송원영은 이런 표현을 했다.
 
 '장도영의 군인답지 못한 태도가 박정희의 군인정신에 휩쓸렸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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