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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아'
 '난 괜찮아'
 
 정보부 운전사 유성옥은 제1탄을 맞고 안쪽으로 기어가는 대통령 승용차 운전사 김용태를 향해서 세발을 연속 사격했다. 김용태는 왼쪽 허리와 등에 두발을 맞고 절명했다.
 
 부장 수행비서관 박흥주대령은 제 미니 차에서 뛰어나와 주방을 향하여 달리면서 권총의 안전장치를 푸 느라고 사격개시가 약간 늦었다. 경비원 이기주, 유성옥 두 사람이 먼 저 달려가 벌써 빵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박흥주대령은 주방 벽면 밑으로난 지하실 입구 계단으로 가서 창문을 통해서 주방 안을 들여다보니 아무도 안 보이고 벽만 시야에 들어왔다. 박흥주는 '꼼짝 마, 일어 나면 죽어'하면서 갈겼다. 다섯 발을 쏘았다. 다시 오른쪽으로 가서 출입문에 붙으면서 두 발을 더 쏘았다.
 
 이기주는 차에서 튀어나와서 주방을 향해서 뛰면서 보니 오른쪽 문 으로는 박흥주 유성옥 두 사람이 달려 가고 있었다. 그 문에서 세 사 람이 쏘기에는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방 안을 내려다보게 되 어있는 낮은(높이 70cm) 블록난간 위로 뛰어올라갔다. 방안에 하얀 벽 과 사람이 보였다. 5, 6 명이 가운데에 식탁을 놓고 둥글게 앉아 있었 다. 창문안을 향해서 '꼼짝 마, 손들어'하는데 벌써 총소리가 났다. 창에 쳐져 있는 방충망을 통해서 안으로 두 발을 발사했다.
 
 이기주는 주 방안 경호원들이 자신을 향하여 쏜다고 생각하고 몸을 낮추면서 난간 에서 내려왔다. 그는 오른쪽 문으로 이동하면서 두발을 더 쏘았다. 이 기주는 '총에 실탄이 남아 있으면 남들은 다 쐈는데 꾸지람 들을까 봐 서 두발을 더 쏘았다'는 것이다. 이 순간 전깃불이 꺼졌다. 마루로 통 하는 주방 안쪽 문에서 플래시 불이 주방 천장을 비쳤다.
 
 '불켜라. 나 과장이다.'.
 
 유성옥은 옆에 있는 박흥주와 이기주를 향해서 '과장님이다. 쏘지 마'라고 외쳤다. 플래시 불빛, 고함소리. 다시 전깃불이 들어왔다. 경 호원들에 대한 일제사격에 걸린 시간은 20초를 넘지 못할 것이다. 세 저격수가 쏜 권총탄알은 모두 열다섯 발이었다. 열다섯 발이 집중사격 이었기 때문에 '콩볶듯 했다'느니 '기관총 사격 같았다'느니 하는 과 장된 표현이 생기게 된 것이다.
 
 불의의 기습을 당한 경호원 편에서 상황을 본다. 저녁 7시30분쯤 정보부 궁정동 시설의 대통령 만찬장 나동 식당차 운전사 김용남이 주 방 바깥에서 잡담하고 있던 대통령경호원 박상범에게 다가 왔다.
 
 '주방에 저녁을 준비해놓았으니 식사를 하시지요.'.
 
 박상범 김용섭은 주방 안으로 들어가고 대통령차 운전사 김용태는 식사를 안하겠다고 하여 바깥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주방 가 운데에 있는 조리대에 국과 밥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는 의자에 앉았 다. 두 경호원에게 식사를 차려주고 있던 김용남은 경비원관리 책임자 이기주한테서 걸려온 인터폰을 받았다. 이기주는 '과장님을 바꾸어달 라'고했다가 김용남이 '지금 대기실에 계신다'고 하니까 '그러면 과장 님께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손님이 왔다고만 전해주세요.'(이 말은 준비가 끝났다는 뜻인 듯).
 
 김용남은 경호원 대기실로 갔다. 박선호과장에게 말을 전한 뒤에 주 방으로 돌아와서 식사를 2인분 차려서 대기실로 가져갔다.평소에는 형 제처럼 친한 해병대출신 세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할 터인데 이날은 박 과장만이 문쪽 의자에 멀리 떨어져 앉아 있었다. 김용남이 처장, 부처 장 앞으로 찬을 놓고 있는데 정인형처장이 박선호 과장을 향해서 말했다.
 
 '식사 안해?' '바깥에서 먹었어.'.
 
 김용남은 주방으로 돌아와서 매운 것을 싫어하는 안재송 부처장한 테 줄 국을 따로 끓이고 있었다. 몇 숫갈을 떴을까 박상범은 안방 쪽 에서 희미한 총성을 들었다. 일어서면서 총을뽑아 안방으로 통하는 마 루로 연결되는 문쪽으로 향하면서 보니 왼쪽에 앉아 있던 김용섭이 자신과 같이 일어나 오른쪽 옆으로 돌아서면서 총을 빼드는 것이었다. 그 순간 오른쪽 창문에서 총알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상범은 하체를 쇠막대기로 얻어맞는 것 같은 충격을 받고는 정신을 잃었다.
 
 김용섭 경호원은 이때 다섯 발을 맞았다. 이는 몸집이 큰 그가 일어나 대응자세를 취하니까 주방 바깥에서 보기에는 좋은 표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른쪽 어깨, 오른쪽 가슴, 왼쪽 옆구리, 왼쪽 아랫 가슴, 오 른 쪽아랫 배를 피격당했다. 주로 이기주 경비원이 주방 바깥의 낮은 담처럼 생긴 난간에 올라가서 창에 쳐진 방충망을 통하여 그를 내리쏠 때 맞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용섭의 몸에 난 탄도 검사 결과 총알은 모두 위에서 아래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날 대통령 경호원들은 항상 입게 되어 있었던 방탄조끼도 입고 있지 않았다. 김용섭 경호원의 경우 그 조끼를 입고 있었더라면 치명상을 면하고 반격도 할수 있었을 것이다.
 
 조리대에서 요리를 하고 있던 김일선은 총성이 나자 주방 한 구석 으로 가서 쪼그리고 앉았다. 한바탕 총격이 스쳐간 뒤에 주위를 살펴 보았다. 몇발자국 거리에 요리사 이정오가 누워서 왼쪽 옆구리에서 피 를 흘리고 있었다. 그 바로 옆에는 박상범이 쓰러져 있었고 어느 곳에 서는 '날 살려주어, 날 살려줘'하며 애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정 신을 못차리고 그냥 쪼그리고 있었다. 그는 외부에서 테러분자들이 침 입하여 각하 일행이 기습당했다고 생각했다. 식당차 운전사 김용남은 엎드린 채 있었는데 '아이구, 아이구'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김용섭 경호관이 바닥에 엎어져 지르는 비명이었다.
 
 다시 안방. 박정희가 엉거주춤 일어선 김재규로부터 가슴에 최초 의 한 발을 맞았을 때 대통령의 왼편에 앉아 있던 심수봉은 기타를 치 우려 몸을 약간 빼려고 했다. 그때 대통령의 이마가 식탁에 닿을 정도 로 스르르 상체가 숙여졌다.
 
 심수봉이 기타를 왼쪽 벽에 세우고 돌아와 자신 쪽으로 쓰러진 박 정희의 몸을 부축하여 앉히면서 비명을 질렀다. 신재순은 일어나 심수봉쪽으로 가서 대통령의 등에 손을 댔다. 뜨거운게 물컹 잡혔다. 피였다. 한 차례 총성이 멎자 실내 화장실로 피했던 차지철이 문을 빼꼼히 열고 머리만 내밀고는 '각하, 괜찮습니까'라고 물었다. 신재순이 보니 총맞은 차지철의 오른 손목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난 괜찮아.'.
 
 대통령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심수봉이 앉았던 방석이 대통령의 유혈로 적셔졌다. 신양은 손수건 같은 것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손을 피가 솟고있는 대통령의 등에 꼭 댔다. 신재순의 손가락 사이로 선 혈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박정희의 숨소리는 '크르렁,크르렁'하고 있었다.
 
 '각하, 정말 괜찮습니까?'.
 
 신양이 물었다.
 
 '응, 나는 괜찮아.' (계속)
 
 [조갑제 출판국부국장·이동욱 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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