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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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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근교에 주둔한 30사단은 1개 연대병력도 되지 않는 예비사단이었지만 수도권에 위치한 때문에 중요했다. 5월15일 작전참모 이백일 중령은 출근하자마자 '오늘 밤에 비상출동 훈련이 있으니 준비하라'는 지시를 연대로 내렸다. 6관구 작전참모 박원빈 중령이 기안하여 4월말에 육본-6관구사령부를 거쳐 수도권 부대에 내려보낸 폭동진압훈련 계획(비 둘기 작전계획)에 의거한 지시였으므로 의심을 받을 리가 없었다.
 
 참모 장 이갑영 대령, 90연대장 박상훈 대령은 이백일에 의해 20여일 전에 포 섭된 혁명동지였다. 오후 한 시쯤 이갑영은 박상훈을 데리고 사단 내 야산으로 올라가서 이백일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았다. 오늘 비상출동대기 명령이 시달된 것을 보니 혁명을 위해 출동하는 것은 분명한데 자신들에 게는 아무런 상의나 통보도 해주지 않는 이백일의 행동이 못마땅하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박상훈 대령은 출동부대의 지휘관은 자신이 되는데 한 마디 의논도 없었던 이백일이 괘씸하기까지 했다. 박 대령은 이백일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오늘 출동한다는데 사실인가. 나에겐 어째서 한 마디 말도 없이 그 러는가. 나는 못하겠다.'.
 
 대강 이런 요지의 불평을 했다. 이백일도 신경질을 냈다.
 
 '못하겠으면 그만두십시오. 어린아이 장난도 아니고 말이죠. 밤 10 시에 육본에서 사람이 올 텐데 그때 모든 것이 알려질 것입니다. 전투단 장(출동부대의 편제)으로서 행동하기 싫으면 오후 5시까지 확답을 해주 십시오'.
 
 박상훈이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이갑영 참 모장이 들어왔다.
 
 '사단장 각하께 이 사실을 보고하시오.' 박상훈은 사실상의 밀고권유인 이 말을 듣고는 '밤 10시까지 기다려 보자'고 했다. 이갑영은 이상국 사단장실로 갔다.
 
 '각하, 박상훈 연대장이 사적인 일로 만나뵙고자 원합니다.' '약속이 있어 퇴근해야 하는데 빨리 오라고 하시오.'.
 
 부름을 받고 연병장을 가로질러 오는 박상훈 대령을 마중나간 이갑 영 참모장은 '사단장 각하께 모든 것을 보고하라'고 재촉했다.
 
 박상훈 연대장과 이갑영 참모장이 사단장실로 들어왔다.
 
 '박대령, 사적으로 할 말이 있다는데 뭐야?' '사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공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각하 우리 부 대가 오늘 밤 작명에 의하여 출동하는 것 알고 계십니까. 오늘 이백일 작전참모한테 들었는데 제가 전투단장이 되어 있습니다.'.
 
 '아니 내가 모르는 출동명령이 어디 있나?'.
 
 이상국 사단장이 화를 내면서 캐묻자 박상훈은 실토했다.
 
 '이번 출동은 훈련이 아니고 군사혁명의 성격을 띤 부대동원입니다.
 
 그동안 B형 전투단이란 이름을 붙이고 훈련을 해온 것도 혁명에 대비한 것이었습니다.'.
 
 이상국 준장이 더욱 화를 내자 이갑영 참모장은 '사단장님, 밖에 나 가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말씀하시죠'라고 달랬다. 이상국은 자신이 운전 하는 지프에 박상훈을 태우고 서울로 향했다. 이갑영 참모장은 뒤차로 따라오고 있었다. 차중에서 이상국이 말했다.
 
 '연대장, 천명도 안되는 우리 예비사단으로 무슨 혁명을 한다고? 만 고 역적될 소릴랑은 하지도 말고 지금부터 내 명령만 들어!'.
 
 이상국 사단장의 지프가 녹번동의 삼거리에 이르렀다. 뒤따라오는 참모장 차를 기다리기 위해서 차를 세우고 사단장과 연대장은 내렸다.여 기서 연대장 박상훈은 자신이 알고 있는 혁명계획을 사단장에게 구체적 으로 털어놓았다. 뒤따라온 이갑영도 다가오더니 이런 말을 하는 게 아 닌가.
 
 '오늘밤 혁명군이 사단장님과 6관구 사령관님의 자택을 포위하고 두 분을 감금할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이상국 사단장 일행은 밤 8시30분쯤 서울 중구 무교동에 있는 삼희 정이란 음식점에 도착했다. 이상국은 수행한 본부사령 지동식 대위에게 자신의 가족을 피신시켜 놓으라는 지시를 해서 내보냈다. 식사를 하고 나오는 육본 정보국 김판길 대령과 마주친 이상국 장군이 말했다.
 
 '여보김 대령, 오늘 저녁에 쿠데타가 일어난다는데 알고 있소?' '저도 비슷한 정보를 듣고 있습니다만 오늘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입니다.'.
 
 김 대령은 육군방첩부대로 전화를 걸었다. 곽 모 소령에게 '빨리 이 철희 부대장을 찾아 이상국 사단장을 대면시켜주라'고 했다. 이날 이철 희, 부대장 백운상 대령, 서울관할 506대장 이희영 대령은 소공동에 있 는 한국회관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이곳으로 조석일 중령이 뛰어왔다.
 
 '각하, 이상국 준장이 부대 소요 관계로 각하를 찾고 있습니다.' '자기 부대의 소요는 자기가 수습해야지 왜 나한테 와서 야단이야?'.
 
 한편 이날 행동에 질서가 없는 이갑영 참모장은 그 새 시내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차를 몰고 가서 이백일 중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전참모, 혁명계획이 모두 탄로났어. 나는 지금 방첩대에 붙들려 가니 자네는 어서 피신해.'.
 
 이런 전화를 하고는 삼희정으로 돌아왔다. 이상국 사단장은 박상훈 연대장에게 '지금 즉시 부대로 돌아가서 출동대기부대의 무장을 해제하 라'고 지시했다. 이상국은 이갑영과 함께 지금 조선호텔 건너편에 있던 506 서울지구방첩대 사무실로 갔다. 이철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상국, 이철희 두 사람은 육사2기 동기였다. 물론 박정희도 육사2기 출신이다.
 
 '이 준장, 뭔데 야단이야?' '이 사람아 오늘밤 불태우고 죽고 한다네.'.
 
 '그런 새빨간 거짓말이 어디 있어?' '아니야 이 사람아, 나도 지금 가족을 피난시키고 온다네.'(이상의 대화는 '5·16혁명 실기'에서 인용).
 
 이상국은 당황한 표정으로 '우리 사단에서 반란이 났다'고 되풀이 해서 말했다. 이철희 장군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는 장도영 총장과 연락하기 위하여 바깥으로 나갔다. 이희영 대령은 대장실에서 이상국 준장에게 쿠데타군의 지휘체계도를 그린 정보도표를 보여주었 다. 한 체계도의 맨 위엔 박정희, 다른 도표의 맨 꼭대기엔 박병권 (당 시국방대학원장)소장이 적혀 있었다. 혁명 지도자 박정희 장군 아래 30 사단을 포함한 4개사단의 명단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희영은 그림을 가 리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30사단에서 반란이 났으니 이것은 박정희 장군이 일으킨 혁명입니 다. 참모장, 연대장도 다 포섭되어버렸습니다. 사단장님은 빼고요.'.
 
 방첩대 곽 소령이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 5월12일엔 실탄사격 후 출동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단장님의 성향으로 보아 쿠데타에 가담할 분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이상국은 6관구 사령관 서종철 소장에게 이 급보를 알렸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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