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루더 사령관과 그린 대리대사
매그루더 미8군 사령관은 5월16일 오전 10시18분에 중대한 성명을 발 표했다. 그 요지는 '유엔군 사령관의 자격으로서 본인은 지휘권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장면 총리가 이끌고 있는 합법적으로 공인된 정부를 지지할 것을 요구한다. 한국군의 참모총장들은 각자의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하여 국정에 대한 통제권이 즉시 정부당국에 되돌려지고 질서가 회 복되도록 할 것을 바라는 바이다'로 되어 있었다.
그 직후 마셜 그린 주 한미국대리대사도 성명을 발표하여 매그루더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 했다. 마셜 그린의 성명 요지는 '미국정부는 작년 7월의 국회총선과 8월 의 총리선출에 의해서 구성된 합헌적인 한국정부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 실을 강조한다'는 것이었다.
이 두 성명은 '미국의 소리'와 주한미군방 송을 통해서만 방송되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알지 못했다. 이 성명은 박정희의 혁명군을 반란군으로 단정한 것으로서 매그루더 사령관이 한국 군에 대한 지휘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진압명령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이날 매그루더가 미합참에 보고한 전문에 따르면 '이한림 1군사령관은 매그루더 사령관의 성명을 읽고 자신은 한국정부를 지지할 것이라고 연 락해왔다'는 것이다.
<이한림은 또 '만약 그의 부대가 반란을 진압하도록 동원명령을 받는 다면 진압에 반대하는 소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다수는 복종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한림 장군은 특정한 부대에 대해서는 출동준비태세를 명령했다. 1군 전체에 대해 비상을 건 것은 아니다>.
이 순간 장면 총리가 카르멜 수도원에서 전화를 걸어 장도영 총장과 이한림 사령관에게 진압명령을 내렸다면 사태는 뒤집어졌을 가능성이 있 다. 한국군에 대한 작전 지휘권을 가진 매그루더와 군령권을 가진 총리 가 같은 목소리로 진압을 명령했을 때 우리 군 지휘부는 반대할 수 없었 을 것이다. 물론 그런 진압에 따른 유혈사태는 필지의 사실이었고 실병 지휘관들이 상관들의 명령을 거부하고 혁명군 편을 들었을 가능성도 있 다.
이날 오전 10시30분 매그루더와 마셜 그린이 청와대로 들어왔을 때 윤보선 대통령은 미국측의 강경한 성명을 듣지 못하고있었다. 매그루더 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 서울시내로 들어온 반란군의 병력은 약 3천6백명에 불과합니다. 1군 산하 병력은 요지부동일 뿐 아니라 대구지방에서도 약간의 병력이 혁명에 참가했으나 현재는 속속 원대로 복귀중입니다. 1군 산하에서 열 배의 병력을 동원하여 서울을 포위하면 혁명군은 곧 항복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일선에서 병력을 동원하자는 말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항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윤보선은 주로 듣는 입장을 취했다. 매그루더는 자신의 지휘권 아래 에 있는 부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데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1년 전 부터 군복을 벗기려고 했던 그 박정희에 당했다는 데 대해서 대단히 분 노하고 있었다. 매그루더는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지금 군통수권을 행사할 장 총리는 행방을 감추었고 따라서 행정부 가 없습니다. 다른 국무위원의 소재도 알 수 없습니다. 국가원수인 대통 령각하가 지금 대한민국의 유일한 헌법기관으로 남아 계시니 헌법상 국 군의 통수권을 가진 대통령께서 병력동원에 동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린 대리 대사도 거들고 나섰다.
'대통령은 호헌의 책임을 지고 계십니다. 반란군들을 격파해야 합니 다.'.
윤보선은 그린에게 워싱턴의 태도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케네디 대통 령은 캐나다에 가 있고 러스크 국무장관도 워싱턴을 비우고 있다는 것이 었다.
워싱턴의 확고한 방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매그루더와 그린이 자 체적인 판단에 의해서 강경론을 주장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회고록').
윤보선이 다시 물었다.
'조금 전에 연합참모본부로부터 북괴군이 휴전선 일대에 집결하고 있 다는 정보를 들었는데 귀관은 그 사실을 알고 있소?'.
'그 정보는 조금 전에 보고받아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대구 2군사령 부의 군인이 약간 동요를 했으나 바로 귀대했고 휴전선을 지키는 1군은 아직 조용합니다. 과히 걱정마시고 출병을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변란이 일어난 상태인데 휴전선 일대엔 괴뢰군이 집결하고 있 다고 하니 일선에서 병력을 차출해서 수습을 하려다가는 저들이 물밀듯 쳐들어온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 이 말이오. 그럴 경우 막을 준비는 되 어있소?'.
윤보선의 언성이 높아 매그루더가 잠시 주춤하고 있는 사이 대통령은 5·16의 성공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한 마디를 했다.
'우리 국군이 일선에서 동원되는 것에 나는 동의할 수 없소. 사령관 생각대로라면 차라리 미군을 동원해서 반란군을 진압하는 것이 어떻겠 소?'.
'우리 유엔군은 외적이 아닌 내전에는 원칙적으로 개입할 수 없습니 다. 대통령께서 국군을 동원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다면 이탈한 부대를 복귀시키겠습니다. 시가전을 염려하시지만 3∼4만 대군이 서울 일원을 포위하고 공군을 동원하여 전단을 뿌리고 원대복귀의 통로를 엄호하면 3일에서 1주일 사이에 유혈사태 없이 진압할 수 있습니다'.
매그루더는 묵묵히 듣고 있는 대통령을 안심시키려고 이런 말도 덧붙 였다.
'각하께서 우리 요구를 들어주신다면 8군 사령부의 본부중대가 청와 대 경호를 맡아 각하의 안전도 보장할 것입니다.'.
'청와대를 둘러싸고 있는 반란군과 경호하러 오는 미군이 충돌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소?'.
윤보선은 또 '내 생각으로는 대통령에게는 군통수권이 없다'고 말했 다. 제2공화국 헌법에는 대통령에게 군통수권이 귀속된다고 적혀만 있고 하위 법률이 제정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군통수권이 국 무총리에게 있다는 것이 윤보선의 논리였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