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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훈육사교장
 강영훈육사교장
 
 5월16일 새벽 4시쯤 서대문 부근에 살던 육사교장 강영훈(국무총리 역 임) 중장은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바로 윗집에 사는 김형일 중장이었다. 육군참모차장을 거쳐 당시 국방장관 보좌관으로 있던 김 중장은 박 정희 소장과는 노선이 달라 자주 충돌한 사람이다.
 
 '지금 총소리 안들리오.' '어디서 나는데요.' '한강쪽입니다. 아마도 쿠데타가 난 모양입니다. 하여간 우리 집에 와서 의논합시다.'.
 
 '쿠데타가 났다는데 의논하면 뭣합니까. 나는 사관학교로 가봐야겠어 요.'.
 
 강영훈 교장은 그 길로 자신의 차를 불러타고 광화문으로 나갔다. 혁 명군들이 공포를 쏘면서 거리를 질주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청량리쪽으로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한 그는 구파발-북한산성을 돌아 의정부를 거쳐 태릉으로 가기로 했다. 그는 의정부에 도달했을 때 미1군단장 라이언 중장의 숙소를 찾았다. 라이언 중장은 대뜸 이런 질문부터 했다.
 
 '박정희라는 쿠데타 지휘자를 아시오?' '좀 알지요.' '공산주의자가 아닙니까?' '한국전쟁을 치른 장군인데 공산주의자인지 아닌지는 당신네들이 더 잘 알 것 아닙니까.'.
 
 라이언 중장은 상황설명을 해주는데 6군단 포병단이 참여했다는 말에 강영훈 중장은 충격을 받았다. 대포까지 끌고 서울로 들어갔다고 오해했 기때문이다. 강 중장은 '대단한 유혈사태가 날지 모르겠다'는 걱정을했다.
 
 육사에 가보니 학력이 좋은 교수-교관 요원 등 기성장교들은 '우리도 혁명군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들썩거리고 있었다. 강 교장은 이 들을 집합시킨 뒤 '딴 생각하지 말고 교육에 충실하고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생도대장으로서 전술교육을 맡고 있던 이는 김익권 준장이었다.
 
 서울법대 1회 졸업생이자 육사5기 출신인 그는 박정희가 육사 중대장 일 때 생도였으므로 평소에 존경심을 품고 있었다. 4·19 이후 공권력의 영이 서지 않아 생도들이 외출을 나갔다가 깡패들에게 얻어맞고 오는 경 우도 있어 그도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익권 준장 을 비롯하여 참모장과 교수부장은 강 교장에게 '빨리 육본에 가셔서 혁명 을 지지한다고 말씀드리십시오'란 건의까지 했다고 한다.
 
 강영훈은 오후에 육본으로 떠났다. 그 직후 육본에서 전화가 걸려왔 는데 생도대 부대장을 지낸 바 있는 박창암 대령이었다. 박 대령은 육사 생도들이 시가행진을 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익권은 '지휘계통을 따라 명령이 내려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창암이 전화를 바꾸는데 박정희였다.
 
 '각하, 저 김익권입니다. 교장을 통해 지시를 내리시든지 참모총장을 통해서 명령하시면 따르겠습니다.'.
 
 '여보, 혁명하는 데 무슨 지휘계통을 따지오? 그리고 교장은 여기 없 소.'.
 
 박정희는 화가 난 듯이 전화를 끊었다. 김익권은 강영훈 교장이 거기 에 도착한 줄 알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박창암 대령이 또 전화 를 걸어왔다. '1개 전투중대 병력이 무장을 하고 육사로 갑니다'란 통보 였다. 강영훈 교장차가 청량리 부근을 지나는데 맞은 편에서 세 대의 트 럭이 오고 있었다. 박창암 대령이 타고 있었다. 강영훈 중장은 차를 멈추 게 한 뒤 박 대령에게 물었다.
 
 '어딜 가나?' '육사로 갑니다.' '사관학교엔 갈 필요없네. 나와 함께 육본으로 가세.' '안됩니다. 저는 임무가 있습니다.'.
 
 육사에 도착한 박창암 대령은 김익권 준장에게 '생도들을 집합시켜 달 라'고 했다. 김 준장은 스피커를 통해서 이런 취지의 교내방송을 했다고 한다.
 
 '모든 학생들은 강당에 집합하기 바란다. 지금 군사혁명이 일어났는 데 설명이 있을 것이다. 절대로 강권하는 것은 아니다. 생도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
 
 자발적으로 모이도록 했는데 8개 생도중대 가운데 1개 중대 정도만 모 였다. 박창암 대령은 다시 장교들을 소집해달라고 했다. 그는 이들 생도 와 장교들을 상대로 혁명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돌아갔다. 육사 장교들 은 아직은 생도들을 이끌고 나갈 마음이 아니었다.
 
 16일 오후 3시를 넘어 육본에 도착하여 장도영과 박정희를 만난 강영 훈은 '사관생도들은 정치에 이용하지맙시다'라고 했다고 한다. 박정희가 바깥으로 나간 틈에 강영훈은 친구 사이인 장도영에게 말했다.
 
 '야, 정신 차려라. 대체 뭘하는 거야?' '야, 나는 허수아비야. 박정희가 다 하고 있어.' '무슨 소리야? 참모총장이 그 따위 소리 해도 되나?' '오늘 아침에 타군 참모총장들을 모이게 해서 회의를 해봤어. 공군 총 장은 쿠데타에 반대하는데 해군 참모총장은 의견을 말하지 않더군.'.
 
 '아니 공군하고 해군이 무슨 상관이야. 육군이 중심인데 자네가 정신 차려야지.'.
 
 장도영은 일어서면서 '지금 회의를 하는데 같이 가자'고 끌었다. 혁명 군과 장도영측의 합동회의였다. 회의장의 의자 배치를 보니 계급서열이 무시되었다. 혁명군의 영관급 장교들이 육본측 장성들보다도 상좌에 앉아 있는 판이었다. 회의가 시작되자 유원식 대령이 일어났다.
 
 '저희는 참모총장님을 모시고 윤보선 대통령을 찾아뵙고 왔습니다. 대 통령 각하께서는 '이것은 인조반정에 해당하는 일이다'고 극구 칭찬하셨 습니다.'.
 
 유 대령은 윤 대통령의 말을 일방적으로 왜곡하여 전달하고 있었다.
 
 다른 장교가 일어나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모든 문제를 계급 고하를 막론하고 일 대 일로 결정해야 합 니다.'.
 
 회의실 분위기는 살벌했다. 박정희도 일어나더니 한 마디 불평을 털어 놓았다.
 
 '아직까지도 장면이가 어디 갔는지도 모르고 붙들지도 못하고 말이야, 뭣들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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