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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공동성명
 한미공동성명
 
 김종필 중령의 설명에 대하여 매그루더 미8군 사령관은 이런 입장을 밝혔다.
 
 매그루더: '신정부가 공포한 목표에 대하여 본인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목적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방법이 다 릅니다. 이는 한국 사람과 미국 사람의 차이가 아니라 젊은이와 늙은이의 차이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의견 차이는 속도에 있습니다. 귀하의 방법은 좀 성급하다는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한국전쟁 당시 훌륭 한 통솔력을 발휘했던 선배장교들을 잃게 됩니다. 새로 등장한 장교들 은 깨끗하기는 하겠지만 전투 지휘경험이 적습니다. 본인은 군인입니다. 북으로부터의 침략이나 국내 공산세력의 전복활동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것이 본인의 임무입니다.
 
 이것을 알면 본인이 취한 모든 행동을 이해할 것입니다.
 혁명군이 본인의 이런 방어임무를 위태롭게 한 예를 들겠습니다.
 첫 째, 그들은 본인의 동의없이 나의 작전통제권하에 있는 부대들을 출동 시켰습니다.
 둘째, 그들은 지휘관에게 불복하고 혁명군에게 충성하는 장교단을 포섭하였습니다.
 셋째, 그들은 본인의 동의없이 고급 장성들 을 해임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혁명군이 본인의 한국 방어능력을 회복시켜준다면 그 범위안에서 혁명군에 반대하지 않고 신정부와 기꺼 이 협조하겠습니다. 출동부대의 원대복귀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 습니다. 문제는 한국군 고위층의 인사에 대한 본인의 동의권입니다. 이 권한을 박탈당한 상태에서는 어떤 한국군 장교도 본인의 명령에 복종하 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한림 장군처럼 체포될지도 모른다고 두 려워하는 (한국군)지휘관들에게는 본인이 명령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귀하도 한국방어를 담당하고 있는 본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시기 바 랍니다. 잘 알다시피 강력한 경제력 없이는 강력한 군대를 가질 수 없 습니다. 미국의 원조, 특히 군원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미국이 원하는 목적을 귀국이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원조액이 책정될 것입니 다.
 
 이틀 전 본인이 박정희 소장을 만났을 때 우리는 공동성명을 내기로 합의했습니다. 박 장군이 마음대로 일선부대를 동원할 수 있다면 본인 에게는 약간의 작전통제권밖에 없다는 뜻이 됩니다. 군 인사에 대해서 본인과 협의해준다면 본인은 약 50∼60%의 통제권을 가진 셈이 됩니다. 해임된 고급장교들이 원직에 복귀한다면 본인은 1백%의 통제권을 가진 셈이 됩니다.'.
 
 김종필: '만사는 귀하가 혁명과 신정부를 승인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본인은 이번 혁명으로 미국 사람들의 체면이 손상되 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독립을 도왔고 물질과 생명 을 바쳤습니다. 혁명파 장교들은 미국의 각종 학교에 유학하여 민주주 의가 어떻게 운영되는 것인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이번 혁명을 일으킨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혁명은 미국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면 주었 지 손상시킨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우니라라의 모범이 되고 있는 미국 이 이번 혁명을 자랑스럽게 여길날이 있을 것입니다.'.
 
 이 회담 직후 매그루더 사령관이 미 합참의장 렘니처에게 올린 전문 에 김종필 중령을 평하는 대목이 있다.
 
 <김종필은 4월혁명 직후 선배 장교들의 퇴진을 요구했던 청년장교들 의 지도자였다. 그는 16명의 장교들을 조종하여 최영희 육군 참모총장 의 사퇴를 요구한 장본인이었다. 나는 김종필을 군에서 추방하려고 지 난 한해 줄곧 애써왔는데 그가 선동의 1인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 늘 사복을 입고 왔지만 중령으로 복직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김종필은 어제 만약 내가 혁명을 진압하는 데 작전지휘권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나와 박정희가 합의한 성명서 초안이 최고회의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간 접적으로 알려왔다.>.
 
 매그루더-김종필의 세번째 회담 바로 다음날 한-미군은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1)국가재건최고회의는 유엔군 사령관에게 모든 작전지휘권을 복귀 시켰음을 자에 성명하며 유엔군 총사령관은 공산침략으로부터 한국을 방위함에 있어서만 작전지휘권을 행사한다.
 
 2)유엔군총사령관은 현재 서울시내에서 근무중인 제1해병여단 및 제 6군단 포병단의 원대복귀를 지시하였다. 이는 전에 수행하던 전선방어 군사력을 복귀시키기 위함이다.
 
 3)유엔군 총사령관은 제30사단, 제33사단, 제1공수전투단 및 전방부 대로부터 추가적인 5개 헌병중대를 국가재건 최고회의 통제하에 둔다.
 
 1961년 5월26일,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장도영, 유엔군 총사령관 매그루더.>.
 
 이 성명서는 유엔군사령관의 작전지휘권 범위 중에서 '국내 공산주 의세력으로부터의 한국방어'란 대목을 삭제하여 오로지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방어로 한정시켰다. 유엔군 사령관이 국내문제에 개입하여 한국군을 동원하는 길을 차단한 것이다. 미군이 이런 식으로 5·16혁명 을 추인할 수밖에 없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군심이 었다.
 
 5·16 주체세력뿐 아니라 한국군 전체의 여론이 '장면정부 반대, 혁 명 지지'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압 명령이 내려가더 라도 제대로 시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박정희의 쿠데타를 지지한 것은 정치성향이 강한 장교들뿐이 아니었다. 정치엔 무관심하고 전투에만 관 심이 있는 채명신5사단장 같은 장군도 적극적인 혁명파가 되었다.
 
 미군이 혁명군에 대한 진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이유도 포천에 주둔하던 5사단의 2개 전투연대가 18일 오전에 혁명지지를 선언 하면서 서울로 들어온 때문이었다. 5월16일 이한림 1군 사령관은 채명 신 준장에게 전화를 걸어 '부대 출동금지'를 지시했는데 채명신은 이렇 게 외쳤다고 한다.
 
 '군 사령관 각하, 야전군은 당신 개인의 군대가 아닙니다. 우리끼리 싸우면 좋아할 사람은 김일성뿐입니다.'.
 
 다음날 매그루더 사령관이 또 채명신 준장을 설득하려고 사단본부를 찾아왔더란 것이다. 채명신은 한 시간 반 동안 이런 논리로 매그루더를 설득하려고 했다고 한다.
 
 '우리 군은 내부의 친공산세력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일어서야 했다. 미군 사령관은 한국이 내부로부터 공산화하는 것도 막 을 임무도 있는 게 아닌가. 나처럼 공산당을 피해 남하한 사람들이 6백 만이나 된다. 이들은 공산화하면 죽는 수밖에 없다.'.
 
 채명신 사단장은 출동 직전에 중대장급 이상 전지휘관들을 불러놓고 '혁명 지지 여부는 자네들 자유의사에 맡긴다'고 했다. 그들은 이렇게 소리지르더란 것이다.
 
 '우리는 사단장님과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겠습니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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