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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보부
 중앙정보부
 
 5·16 당시 최영택(전 주일 공사·72) 중령은 서울 남산 하얏트 호텔 자리에 있던 육군 첩보부대(HID)의 첩보과장이었다. 새벽 4시쯤 총 소리를 들은 최 중령은 육본 관사에서 허겁지겁 옷을 입고 부대로 나왔다. 부대로 달려가면서 최 중령은 박정희 소장과 육사 8기 동기생 김종필이 일을 벌였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김종필은 약 한 달 전인 4월 초순에 최영택 중령과 통신참모 김태 진(중앙정보부 초대 통신실장) 중령을 찾아왔다. 김종필은 심각한 얼 굴로 김태진에게 '혁명이 나면 전화라인 좀 차단시켜 줘'라고 부탁했고, 김태진 중령은 '알았다'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출근해보니 부대에는 이미 비상소집령이 내려져 부대장, 부부대장, 공작처장, 과장, 통신참모 등 간부들이 다 나와 있었다. 그들은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어 몹시 불안해 했다.
 
 최영택 중령은 간부들 앞에서 '이건 틀림없이 박정희 소장과 김종 필이 주동이 되어 한 것이니 내가 육본에 찾아가 봐야겠소'라고 했 다. 이 말에 모두가 반색을 했다. 사복 차림의 최 중령이 아침 6시반 쯤 육군본부 정보국에 도착하니 비상소집되어 출근한 장교들이 일은 하지 않고 창가로 모여들어 연병장에 주둔한 혁명군들의 동태를 살피 는 데 관심 쓰고 있었다.
 
 육본 상황실(기밀실)로 올라가니 혁명파 길재호 중령이 보였다.
 
 '종필이 어딨나?' '어, 지금 방송국에 가 있을 거다.'.
 
 지프로 남산 KBS에 가보니 경비가 삼엄했다. 사복 차림의 최 중령 이 길 건너편에 서서 방송국 마당을 살펴보는데 점퍼차림의 김종필이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채 마당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그가 몸을 돌려 고개를 드는 순간 최 중령이 손을 들어 흔들었다. 김종필 은 최 중령을 단번에 알아보더니 '오! 너 왔구나. 이리 와'라며 손짓 을 했다.
 
 웃으며 다가선 최 중령에게 김종필은 '봤지? 드디어 해냈다'면서 살짝 박치기를 했다.그러면서 첫 마디가 '야, 이제부터 우리 할 일이 있다. 너는 이 시간부터 일 좀 해라'였다.
 
 김종필은 즉시 점퍼 지퍼를 열고 오른 손을 품안으로 넣더니 잠시 후 수십 장의 문건이 가지런히 접힌 뭉치를 꺼냈다. 그걸 최 중령 앞 에서 부지런히 넘겨가더니 한 페이지를 찾아 쭉 펼쳐보였다.
 
 거기에는 혁명정부 기구표가 그려져 있었다. 대통령 직속으로는 '중앙정보부'가 실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김종필은 최영택 중령에 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정보국에 있을 때 평소 생각했던 미국의 CIA 같은 기구를 창설해야겠어. 넌 이제부터 이 작업 좀 해야겠다. 지금부터 착수하 자. 일단 육본으로 가자. 그런데 차 가져왔니.' '그래.'.
 
 두 사람이 육본 상황실에 도착했을 때가 오전 7시경. 동기생인 육 사 8기생들이 많이 보였다. 최영택 중령은 김종필에게 '일단 자동차 도 좋은 걸로 바꿔야겠고, 권총도 네것까지 두 정을 갖고 와야 되니 부대로 잠깐 다녀올게'라고 말하고 남산의 첩보부대로 돌아왔다.
 
 첩보부대 간부들은 최영택 중령이 돌아오자 마른 침을 삼키며 이 야기를 듣기 위해 다 모여들었다.
 
 '이제부터 종필이와 일을 해야겠는데, 여러분들이 협조 좀 해줘야 겠소.' '뭘 도와주면 되지?' '우선 차부터….'.
 
 첩보부대에서 가장 좋은 차는 공작처장이 타고 다닐 때였다. 김 영민 공작처장은 즉시 자기 차를 쓰도록 했다. 권총도 두 정을 구했 다. 게다가 첩보부대장에게서 '운전병, 휘발유 등 첩보부대가 보유하 고 있는 것은 마음대로 써도 좋다'는 허락까지 받았다. 모의과정에서 제외되었던 첩보부대가 자진해서 혁명에 참여한 데는 김종필이 이 부 대에 오래 근무하여 능력이나 인품에서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최영택 중령이 다시 육본 상황실로 돌아와보니 넓은 방이 장교들 로 꽉 차 있었다.
 
 모든 장교들이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김종필과 최영택 중령만 사 복이었다. 회의에 불만이 있는 혁명파 장교들중 중-대령급들은 틈만 나면 상황실 뒤편으로 걸어와 김종필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안되는 거란 말이다.' 김종필은 그럴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답한 뒤 돌려보 내곤 했다.
 
 장도영 총장이 출동부대의 철수론을 펴 실내가 소란스러워졌을 때 한 대령이 '함부로 철수 못합니다'라고 끼여들자 길재호 중령이 말했 다. '저 새끼 저거 배신할 때는 언제고 혁명군 들어오니 저런 말을 해? 며칠 뒤에 저 놈도 다 잡아넣어야 해.'.
 
 군사혁명위원회 명단을 발표할 때 김종필은 최 중령을 데리고 갔 다. 해병대 헌병 지프가 선두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에스코트를 했 다. 강창선 아나운서가 이들을 맞았다.
 
 '계엄 사령부 인적 사항을 발표할 테니 읽으시오.' '알겠습니다.'.
 
 강창선 아나운서는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김종필은 '나는 여기 있 을 테니 네가 들어가봐'라고 했다. 최영택은 강창선 아나운서 뒤로 들어가 명단을 제대로 읽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중앙계엄사령관 장도영, 중앙계엄부사령관 박정기….' 그는 박정희를 '박정기'로 읽고 있었다. 최영택은 강창선 아나운서 의 어깨를 소리나지 않게 치면서 '기가 아니라 희'라고 말했다. 아나 운서는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아, 실례했습니다. 박정기가 아니라 박정희입니다.'.
 
 이날 방송을 마친 뒤 김종필은 종로 한일은행 본점으로 최영택을 데리고 갔다. 친형 김종락씨가 근무하다 두 사람을 보고 밖으로 나왔 다.
 
 '형님 돈이 좀 필요해요.' '알았다.'.
 
 잠시 뒤 김종락씨는 한 다발의 돈을 가지고 나왔다. 그런데 은행 문 앞에서 작가라면서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김종필씨에게 말했다.
 
 '아, 수고하십니다. 군사혁명 참 잘하셨습니다. 국민들이 절대 지 지하고있으니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그런데 제 소견이 있습니다.과 도기에는 반드시 쌀값이 뜁니다. 혼란기가 닥치면 장사꾼들이 매점매 석을 하기 때문이지요. 이것을 우선 막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김종필은 좋은 훈수 하나 들은 듯 기분 좋아했다고 한다. <계속>.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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