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영의 울분
매그루더는 6월2일 김종필과의 요담에서 후임 육군 참모총장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본인의 추천을 받겠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귀측에서 지명한 사람에 대해 본인의 동의를 받겠다는 것입니까.' '우리가 하는 일은 최고회의에 두세 명의 적임자를 추천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후에 박정희 장군이나 장도영 장군께서 귀하와 상의할 것입니다.본인의 생각도 최고회의에 반영될 수 있으니까 귀하가 누구를 추천한다면 그를 지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배려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이 문제는 귀측 사람들을 잘 알고 있는 하우즈 고문단장과 상의한 뒤 추천하도록 하겠습니다. 구금중인 장성들 에 대해서는 귀하가 좀더 애쓸 수는 없습니까.' '그들에 대해서 귀하보다도 더 걱정하시는 분이 바로 박정희 장군입 니다. 이한림 장군과는 동기생이기 때문입니다. 귀하가 이렇게까지 우 리 장성들을 배려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국가재건최고회의의 실세인 14명의 분과위원에는 육사8기 출신이 다 섯 명이었다. 행정 분과위원에 오치성 대령, 내무에 박원빈 중령, 법무 에 이석제 중령(8특기), 보건사회 길재호 중령,체신 옥창호 중령. 이석 제 중령은 기능이 정지된 헌법을 대체할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을 만들고 있었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최고회의 의장, 내각 수반, 국방장관, 육군참모총장을 겸직하고 있는 장도영의 처리였다. 성격이 깔끔하면서 도 단호한 면이 있는 이석제 중령은 장도영을 찾아가서 '계급을 초월한 담판'을 벌였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의 고향도 신의주입니다. 각하도 고향을 버리고 월남했듯이 저도 부모를 고향에 놔둔 채 혼자만 빠져나왔습니다. 목숨 걸고 월남해 군인 의 길로 들어섰다가 공산화를 막고 부강한 국가를 만들어보자고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혁명은 어차피 힘으로 하는 것입니다. 박정희 장군이 총 칼을 들고나와 정권을 빼앗은 것이 아닙니까. 이 혁명은 각하가 주인공 이 아니라 박정희 장군이 계획하고 실행한 겁니다. 저희들에게 협조하 시면 각하의 위상에 어울리는 대접이 꼭 있을 것입니다. 각하 혼자서 네 가지 직책을 다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장도영은 '일개 육군 중령이 참모총장을 협박하는 건가'하고 화를 냈다고 한다. 이석제는 이렇게 말하고 나왔다고 한다.
'혁명이 아이들 장난입니까. 우리가 계급 가지고 혁명한 줄 아십니 까. 한강 다리를 넘어올 때 우리는 이미 계급의 위계질서를 벗어났습니 다.'.
이석제는 비상조치법안에다가 최고회의 의장은 겸직할 수 없다고 못 을 박은 뒤 국가재건최고회의 법안에는 상임위원회의 의장은 부의장,즉 박정희가 맡는다고 써넣었다. 분과위원장으로 구성된 이 상임위원회가 사실상 최고회의의 실권을 장악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 법안이 통과되 면 장도영은 실권을 놓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당시 박정희와 김종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두 사람의 법정 증언이 참고가 될 것이다. 장도영 일파에 대한 반혁명사건 재판에 서 증인으로 나선 박정희는 이런 진술을 했다.
'장 총장의 태도가 애매하다고 하여 젊은 장교들이 처치하자고 하는 것을 무마한다고 생땀을 뺐다. 젊은 장교들이 과격한 이야기를 하길래 '혁명에도 의리가 있다. 처음부터 장 장군을 내세우자고 한 이상 그대 로 해야 한다. 우리들이 장 장군을 잡아넣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하였더니 일부장교들은 시종 반대했다.'.
김종필도 이런 요지의 증언을 했다.
'문재준 대령이 장도영 장군을 가까운 시일내에 제거하는 것이 좋겠 다고하기에 본인은 박 장군의 뜻이 그것이 아니란 것을 누누이 설명했 다.본인은 문 대령에게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하면 혁명주체세력이 분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똑같은 이야기를 채명신 장군한테도 했다. 박 장군은 자신의 권한을 장 장군에게 다 드리고 장 장군 중심으로 혁 명과 업을 수행하자고 주장해왔다. 어느 때인가 최고회의를 열고 있을 때 최고위원들이 장 장군이 너무 많은 직책과 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좀 덜어야 한다는 제의를 하자 박 장군은 노발대발했다. 내가 그분에게 그 런 권한을 드리겠다고 했는데 반대하는 놈이 누구냐 해가지고 혼을 낸 적이있다.'.
1961년 6월3일 아침 국가재건최고회의는 비상조치법을 통과시켰는데 '최고회의 의장은 타직을 겸할 수 없다'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장도영 은 흥분했다. 오전 10시쯤 최고회의 의장실을 찾아온 이주일 소장,김윤 근 준장, 김진위 준장, 유원식 대령 앞에서 신경질을 냈다.
'당신들은 나를 로봇으로 만들 생각인가. 최고위원들 총회를 소집하 여 박 장군과 나를 놓고 신임투표를 해볼까. 만약 박 장군이 지지를 받 으면 내가 물러나면 될 것 아닌가.'.
장도영은 이날 밤에는 육군 참모총장 공관으로 유원식, 송찬호 준장, 문재준 육군헌병감, 박치옥 공수단장을 불렀다. 장도영은 이들에게 하 소연 비슷한 불평을 털어놓았다.
'당신들은 혁명을 무엇 때문에 한 것인가. 정말 우리 1대1로 해볼 까. 나도 대비책이 있어. 서울 시내가 피바다가 된다. 불바다가 된단 말이야.'.
유원식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장도영은 책상을 치고 유리잔을 던지 기도하는 등 극도의 흥분상태였다는 것이다. 박정희는 장도영 의장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자 일단 통과된 의장의 겸직금지 조항을 완화하자 고 최고위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많은 위원들은 반대했으나 박정희는 최고회의 의장이 내각수반만은 겸직할 수 있도록 비상조치법안을 수정 하도록 했다.
6월8일 밤 김형욱 중령과 홍종철 대령은 겸직금지 완화내용을 설명 하고 달래기 위해서 장도영 총장의 공관을 찾았다. 장도영은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괴로운 표정이었다고 한다. 장도영은 이런 말을 하더란 것 이다.
'이번 혁명에서 중대한 일은 모두 이북 사람들이 다 하고 가담자도 많은데 당신들은 속고 있는 것 같아.' '속고 있다니 무슨 말씀입니까.'.
'혁명 주체세력 안에는 불순분자들이 들어 있다는 뜻이야.'.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