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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옥의 울분
 박치옥의 울분
 
 육본헌병감 문재준 대령의 병력차출 명령에 대하여 제3 CID대장 김영우 중령은 '언제든지 소집하면 30명은 대기시킬 수 있습니다' 라고 답했다. 방자명 제15 CID 대장은 '부산에 가서 밀수수사를 하고 있는 병력 19명을 철수시키겠습니다'라고 하여 헌병감은 승락 했다.
 
 최고회의 옥상에서 문재준 대령으로부터 '김종필을 붙들어다가 혼내주자'는 이야기를 들은 박치옥 공수단장은 장도영 내각수반 비 서실장인 이회영 대령을 찾아가서 조금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 었다. 이대령은 '문재준은 성격이 왈칵 하는 사람이니 말려야 한다.
 
 나도 말려보겠다'고 했다. 박치옥이 부대로 돌아와 있으니 이회영이 전화를 걸어왔다. '문재준에게 그 일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는 내용이었다.
 
 다음날인 6월29일 박치옥은 부대로 출근하는 길에 문재준에게 들렸다. 문재준은 여전히 어제의 결심을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박 치옥은 부대로 출근한 뒤 부단장 김제민 중령을 불러 '어제 지시한 1개중대의 병력동원준비 관계는 어떻게 되었나'하고 물었다. 김제 민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김종필 부장을 혼내준다는 것이 개인 대 개인의 일이라면 몰라 도 병력을 동원한다는 것은 곤란합니다. 김병현, 김경식 대위한테 이야기는 해두었습니다.'.
 
 김제민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두 대위에게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날 오전 헌병대 제3CID 대장 김영우 중령과 제15 CID대장 방자명 중령은 어제 있었던 문재준의 돌연한 지시가 걱정이 되어 '말리자'는 데 합의했다. 방자명이 문재준 방으로 들어가 나온 얼마 뒤 문재준은 김영우를 불러들였다.
 
 '어제는 내가 너무 흥분해서 그랬는데 김종필이 하고는 화해할 것이니 어제 한 말은 취소한다.'.
 
 전날 저녁 부산에서 밀수사건을 수사중 철수 명령을 받은 제15 CID대원 20여명은 29일 오후에 서울로 올라왔다. 방자명 제15CID 대장은 파견대장 오대위에게만 '우리가 김종필 중령 이하 정보부 간부들을 연행해야 할지 모른다'고 귀띰해두었다. 방중령은 자신의 병력을 교대로 대기시키고 두 명을 뽑아 헌병감을 경호하게 하였다.
 
 7월1일 문재준은 방자명 중령을 부르더니 '병력대기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하고 물었다. 방자명은 '헌병감이 아직도 중앙정보부 를 치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구나'하고 짐작했다.
 
 박치옥 공수단장도 이즈음 김종필 부장에 대하여 유감을 품고 있었다. 그 단서가 된 것은 깡패소탕 작전이었다. 공수단은 혁명직 후 깡패들을 붙잡아들이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명단엔 이화룡도 포 함되어 있었다. 어느날 최고위원인 송찬호 준장이 육사5기 동기생 인 박치옥을 찾아와서 '이화룡은 내가 잘 아는데 3∼4년 전에 이미 깡패 생활을 청산하고 지금은 영화제작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치옥 단장은 송찬호의 주선으로 이화룡 밑에서 일하는 강전무 란 사람을 만났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화룡은 체포할 필요가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는 부하들에게 지시하여 이화룡에 대한 체포지시를 해제했다. 며칠 뒤 강전무가 남녀 배우 몇명과 함께 위 문품을 갖고 부대를 찾아왔다. 박치옥은 이들을 대접하려고 했는데 강 전무가 접대를 하겠다고 하여 부하장교들을 데리고 나가서 옥루 정이란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여기서 이화룡을 만났다. 식사를 한참 하고 있는데 이화룡이 밖 으로 나가더니 감감 무소식이었다. 동석중인 김제민 부단장을 불러 서 알아보라고 했다. 김중령이 보고하기를 공수부대원들이 이화룡 을 깜쪽같이 불러내 연행해갔다는 것이었다. 박치옥은 부하들이 자 신에게 반발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공수단에서는 혁명에 가담 한 장병들이 기고만장하여 혁명에 가담하지 않은 상관의 말을 잘듣 지 않았다. 박치옥은 이런 점을 지적하여 부하들을 혼내곤 했는데 여기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장난을 친 것이라고 이해했다. 박치 옥은 이화룡을 석방하라고 지시했으나 부하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화가 난 박치옥은 장교들을 불러놓고는 '이런 식으로 하면 부대 를 지휘할 수가 없다. 너희들 11명이 집단지도체제로 부대를 운영 하라'고 말하고는 귀가했다. 그 후 장교들이 박치옥을 집으로 찾아 가서 사과하여 일이 일단락되었다. 박치옥은 그 자리에서 '오늘은 내 위신도 있고 하니 이화룡을 돌려보내고 다시 조사하여 깡패로 인정된다면 수사기관에 넘기고 그렇지 않으면 석방하라'고 시켰 다. 얼마 후 이화룡은 석방되었다.
 
 그 며칠 뒤 송찬호 준장을 통해서 박정희 장군이 이화룡 건을 들먹이면서 박치옥을 질책하더라는 말이 들려왔다. 박치옥은 이것 은 김종필부장이 자신에 대해서 나쁜 보고를 올린 때문이라고 추측 했다. 김제민 부단장에 따르면 당시 공수부대원 5명이 자진해서 정 보부에 들어갔는데 이들이 이화룡 건에 대하여 박치옥에 관한 나쁜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라 한다. 그즈음 박치옥은 아내로부터 밤에 누군가가 유리창을 프래시로 비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는가 하면 자신의 전화가 도청당하는 느낌을 갖기도 했다. 박치옥은 김 종필 부장에게 항의하려고 전화를 세 번이나 걸었으나 이상사라는 당번병은 '안계신다'는 말만 하고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박치옥이 직접 김부장을 찾아간 적도 있는데 역시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런 일로 김종필 부장에 유감이 많이 쌓여 있던 박치옥은 썩 내키지 않았지만 문재준에 동조하는 식으로 사건에 휘말려든다. 7 월1일 박치옥은 6관구 신임 참모장 나희필 대령에게 인사차 방문하 여 장도영 내각수반의 비서실장 이회영 대령을 만났다. 박, 이 두 동기생은 돌아오는 길에 차중밀담을 나누었다. 이회영은 자신의 운 전사를 박치옥 차에 태우고 자신이 직접 운전하는 차에 박치옥을 태웠다. 이회영은 '너희들은 괄괄한 성격을 이기지 못하여 큰 일을 저지르려고 하는데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회영은 장도영 의장이 주는 것이라면서 10만원짜리 수표 다섯 장 을 박치옥에게 주었다. 이 돈은 나중에 법정에서 장도영이 마치 박 치옥의 김종필 제거작전을 지원한 것처럼 꾸미는 데 증거로 이용되 었다.
 
 김종필의 입장에서는 육사 5기생들인 문재준, 박치옥 대령이 장 도영 내각수반 비서실장인 이회영 대령, 최고회의 의장(장도영) 비서실장 안용학 대령과 작당하여 장도영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김종필이 선수를 쳤다. ( 계속 ).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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