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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증언 (2)
 최규하증언 (2)
 
 역사의 무대를 다시 김재규 정보부장 쪽으로 옮긴다. 1979년10월26일 저녁 6시50분쯤 김재규가 궁정동 본관 1층에 다녀간 뒤 정승화 육군참모 총장과 김정섭 정보부제2차장보는 식사를 시작했다.
 
 원탁에 앉은 정총장 은 차장보에게 이름을 다시 물어보기가 미안해서 '한자로 어떻게 쓰시는 가.'라고 했다. 김차장보는 손가락으로 식탁 위에다가 바를 정, 불꽃 섭 자를 썼다. 김차장보는 자신은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했고 5·16혁명 뒤에 정보부에 들어갔다고 소개를 한 뒤에 '총장님은 김천에서 학교를 나오셨 습니까.'하고 물었다.
 
 '아니오.서울에서 학교를 다녔소.'.
 
 김정섭은 부마사태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연말까지는 학생들의 집단사태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만 내년 해동기에는 사태가 심상치 않을 것 같습니다. 부산 마산 사태의 원인 중 하나는 세무 공무원과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입니다. 학생 들이 길에서 데모하는 것을 2층에서 보고 있던 시민들이 담배를 던져주 기도 하고 부인들은 맥주와 콜라를 사주기도 했습니다.' '공직자들이 그러면 안되지요.'.
 
 '이 사태를 계기로 하여 원인을 파악하여 시정을 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있을 것입니다. 국민들의 불만에 대해서 돌파구를 만들어 주어 불평을 해소하여야 합니다. 연말에 정부요직 개편이 있을텐데 그렇게 하면 전화 위복이 될 겁니다. 각하께서도 보고를 들으시고 국무회의에도 상정하여 시정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시위사태도 걱정이지만 군인들의 사기문 제도 걱정입니다.'
 
 '앞으로 중상사들에게 2천여 동의 주택을 건립해줄 계획을 세우고 있 습니다. 정부에서 호당 3백만원을 융자해주고 자기 부담은 2백만원 정도 입니다. 군에서 모래 자갈과 노력동원까지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고무적입니다. 군은 당장 후대하는 정책을 쓰기보다는 장래에 대한 희망 을 주어야 합니다.연차적으로 해결될 것입니다.'.
 
 식사가 나왔다. 한식이었다. 정승화 총장은 밥 한 공기와 된장국 두 그릇을 먹었다.
 
 '포도주 한 잔 하시겠습니까.'.
 
 김정섭의 권유에 정 총장은 처음에는 사양하다가 응했다. 포도주를 어디에서 가져오는지 시간이 걸렸다. 정 총장은 한 잔만 마셨다. 후식까 지 끝냈을 때였다.
 
 '따 다 다 탕탕'하는 총성이 들려왔다. 정 총장은 6·25때 전선을 누 빈 경험으로 이 총성은 자하문쪽이라고 생각했다. 엠16총성이라고 생각 했다(실제는 권총). 김정섭은 '약5백∼1천m 떨어진 곳에서 발사된 듯했 고 4∼5발로 들렸다'고 했다.
 
 정승화 총장이 '여보 총소리인데.'라고 하 니 김정섭도 '총장님 총소리이지요.'라고 했다.
 
 두 사람은 급히 문밖으 로 나갔다. 정승화 총장은 청와대 외곽 경비원이 오인사격을 한 것이라 고 짐작했다. 본관1층 부속실에서 정총장과 차장보의 식사에 신경쓰고 있던 부장 의전비서 윤병서는 총성이 나자 정문초소에 알아보려고 인터 폰 수화기를 들었다.
 
 그 순간 김 차장보가 '무슨 소리야.'라고 하면서 들어왔다.
 
 '제가 알아보는 중입니다.'.
 
 윤 비서는 그 자리에서 본관 정문과 신관정문초소에 인터폰을 걸어 물어보았으나 경비원들은 모두가 '모르겠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라고 했다.
 
 '확인해서 연락해줘.'라는 말을 남기고 김 차장보는 정 총장과 함께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서 과일을 먹고 있었다. 총성이 난 지 한 2-3분이 지났을까 김재규 홀연히 윤 비서 방에 나타났다.
 
 '물, 물, 물.'.
 
 양복 웃옷을 벗고 와이셔츠 차림인데 구두도 안신은 채 양말만 신고 달려온 모습이었다. 이때 김재규가 입었던 와이셔츠는 프랑스제로서 상 표는 체스트 필드. 김재규는 윤 비서가 주방으로 달려가서 가져온 물병 째로 벌컥 벌컥 들이켰다.
 
 '총장, 어디 계셔?.'.
 
 윤 비서가 옆방 문을 가리키면서 '여기 계십니다.'라고 대답하는 순 간 총장과 차장보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나왔다. 정 총장은 윤 비서가 갑 자기 주방으로 달려가더니 주전자를 갖고 달려나가는 모습이 이상해서 뒤돌아보았다. 바로 등뒤에 김재규가 와 있었다. 와이셔츠 바람으로 숨 을 헐떡거리면서 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엇에 쫓기는 모습이었다. 김 재규는 정 총장의 팔을 잡고 현관으로 끌면서 말했다.
 
 '총장, 총장, 큰 일 났습니다.'.
 
 김재규는 또 '차대.'라고 소리쳤다.
 
 '무슨 일입니까.'.
 
 총장의 물음에 김재규는 '차 타고 이야기합시다.'라고 했다. 윤비서 는 차고로 달려가 부장승용차를 불렀다. 윤 비서가 보니 부장의 와이셔 츠는 혁대를 빠져나와 덜렁거리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윤 비서는 '부장 이 차지철 실장과 총격전을 벌였다'고 생각했다.
 
 부장이 청와대를 다녀 와서는 자신과 박흥주 대령을 앞에 놓아두고 '그게 뭘 안다고 참견이야. 지는 경호만 하면 되는 거지.'라고 화를 내는 것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 이다.
 
 차가 나오자 뒤쫓아온 박흥주가 평소에 하던대로 앞자리에 탔다. 정 승화 총장이 뒷자리에 먼저 타고 김재규는 나중에 뒷자리 오른쪽에 탔다. 김정섭 차장보는 차 왼쪽에 서 있었다. 김 부장이 '차장보, 빨리 타소.' 라고 했다. 김정섭이 뒷자리 왼쪽으로 타는 바람에 정 총장이 가운데에 끼이게 되었다. 정 총장은 경호원도 없고 권총도 휴대하지 않아 불안해 졌다.
 
 '무슨 일입니까.'.
 
 김재규는 또 '큰 일이 났습니다.'란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남 산으로 가자.'고 했다. 승용차는 광화문으로 나와서 동아일보사를 왼쪽 으로 끼고 좌회전하여 삼일고가도로쪽으로 질주했다. 김재규는 '경호차 가 따라오는가.'하고 뒤를 돌아보더니 '빨리 빨리.'라고 운전사에게 소 리쳤다. 정 총장도 뒤를 돌아보았으나 경호차는 보이지 않았다.
 
 세종로 는 퇴근 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었지만 상당히 밀리고 있었다. 박흥주는 운전사가 차량행렬 사이로 곡예운전을 하면서 무섭게 차를 몰아 앞만 주 시하고 있었다. 김정섭 차장보는 운전사에게 '침착하게 운전해.'라고 주 의를 주었다. 운전사 유석문은 부마사태 같은 큰 시위가 서울에 나서 급 하게 이동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계속]
 
 [조갑제 출판국부국장·이동욱 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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