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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축재처리반의 부정
 부정축재처리반의 부정
 
 혁명정부가 설립된 이후 최초로 터진 권력형 부정사건은 다름 아닌 부정축재자 조사반의 부정사건이었다. 최고회의 산하 부정축재자 처리 위원회는 위원장에 이주일소장, 위원으로는 김진위육군준장, 송찬호육 군준장, 김윤근해병준장, 유원식육군준장, 정세웅해병대령, 이석제육군 중령이었다. 이들은 부정축재자들에 대한 신병처리가 일단락된 뒤엔 조 사반들을 통해서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해서 부정축재 환수액을 결정하 는 일로 바빴다.
 
 기업인들에 대해서는 빨리 환수액을 통보해야 이들이 마음놓고 생산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위원회는 밤을 새면서 일을 했다. 8월12일에는 기업인과 기업체에 대해서 27건 470여 억환의 환수를 통고했다. 9월13일엔 공직자와 군인 34명에 대한 70여억 환의 환수액을 통고했다.
 
 이 환수액에 문제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맨처음 수사에 착수한 것은 육군방첩부대장 김재춘이 지휘하고 있던 '군-검-경 합동수사본부' 였다. 이 수사에 참여했던 문병항(72·세무사)은 사세청에 근무하다가 부정축재처리위원회의 조사반원으로 파견근무를 한 뒤 복귀했다가 다시 불려나왔다. 그는 기업별 탈세액과 환수액을 비교해보았다. 세금포탈을 많이 한 기업이 적게 한 기업보다도 환수액이 적은 경우가 있었다.
 
 일목요연하게 차트를 만들어 기업별 탈세액과 환수액을 비교해보니 여기 엔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섰다. 문병항의 기억에 따르면 김재춘 과 김종필은 이런 사실을 박정희 의장에게 보고했고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때 최고회의는 지금 문화관광부가 들어 있는 건물에 들어 있었고 의장실은 3층이었다. 김종필, 김재춘은 브리핑 차트를 든 문병항을 데 리고 의장실로 갔다. 김종필은 의장 비서실장에게 '지금 급한 보고를 해야하니 먼저해야겠습니다'라고 하더니 박의장 방으로 들어갔다. 두시 간이나 계속된 보고를 들으면서 박정희는 굳은 표정이 되어 말없이 앉 아 있었다. 브리핑이 끝나자 김종필은 문병항에게 '밖에서 기다리시오' 라고 하더니 한 5분 있다가 나왔다. 다음날부터 정보부 수사국이 바빠졌다.
 
 이 수사는 정보부가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진행했다. 임시수사실은 홍능의 임업시험장에 있던 여러 동의 콘셋 건물이었다. 이곳으로 기업 인들과 부정축재처리위원회 산하 조사반원들이 불려왔다. 한 기업인을 조사한 수사요원은 '밤새 물좀 먹였지'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차트를 만들었던 문병항은 '건의' 항목에서 '부정축재처리위원장 이주일은 엄중처벌을 요한다'라고 썼다가 정보부 모 국장이 빨간 색연필로 '극형에 처한다'로 바꾸는 것을 목격했다.
 
 이즈음 어느 날이었다. 박정희 의장이 부정축재처리위원들을 의장실 로 불렀다. 김윤근은 조금 늦게 들어갔다. 박정희는 노기 띤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옆에서 김종필 정보부장이 브리핑 준비를 하고 있었다. 브리핑 차트의 제목은 '부정축재처리의 부정'이라고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실내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김종필 부장은 명 랑한표정에 의기양양했다. 이윽고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부정축재조사단원 중에서 3명, 심사반원 중에서 3명, 그리고 부정 축재처리위원장 보좌관 양인현대령이 뇌물을 받아먹었다. 뇌물로 받은 현금은 모두 압수해서 증거품으로 보관하고 있다. 뇌물을 받고 조사, 심사한 것은 물론이고 뇌물을 받지 않고 처리한 것 가운데서도 잘못된 것이 많다'.
 
 김부장은 '부정축재처리는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는 것 이었다. 박의장은 최고회의 산하 조사단이 뇌물을 받아먹었다는 사실에 이성을 잃었고 노발대발하여 위원들을 야단쳤다. 위원들은 머리를 숙인 채 마룻바닥만 뚫어지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김윤근은 한참 야단을 맞 다가 생각해보니 은근히 화가 났다. 박 의장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박정희는 '할 말이 있으 면 해보시오'라고 내뱉듯이 말했다.
 
 '박 의장도 아시다시피 부정축재처리는 가능한대로 짧은 시일내에 끝내야 한다는 전제하에 일을 서둘러 추진했습니다. 단시일내에 방대한 업무량을 처리했으니 소홀히 된 것, 잘못된 것이 많으리라 자인합니다. 그런데 김부장은 뇌물과 관계없이 처리된 것도 재심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지나친 견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앉아 있는 위원들은 제출된 자료를 근거로해서 각자의 양심과 양식에 따라 심사숙고하고 토의하고 판정한 것을 어떻게 제3자가 잘했다, 못했다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직 원몇 사람이 사고를 냈다고 해서 넉달 동안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하며 수고한 위원들에게 위로는 못해 주어도 어떻게 도맷금으로 모두 나쁜 놈으로 취급하십니까. 좀지니치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는 냉정을 되찾았다. 그는 즉석에서 지나치게 화를 낸 것은 미 안하다면서 그동안의 위원들 노고를 치하했다. 이틀뒤 최고회의 전체회 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브리핑이 있었다. 이날엔 격론이 있었다. 이주 일과 같은 함경도 출신인 김동하해병소장은 '이건 가만 듣고보니 이주 일 부의장을 잡아넣자는 수작이 아닌가'하고 고함을 치면서 항의하고 다른위원은 '뭐가 잘못됐다고 야단이야'라고 되받는 등 분위기가 살벌 했다. 박정희는 정보부 법률고문인 신직수(뒤에 중앙정보부장 역임)에 게 법률가로서의 의견을 물었다.
 
 '혁명지도이념에 입각한다면 이 사안은 논쟁을 벌일 일이 아니라 냉 철하게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에 장내가 조용하게 정리되더라고 한다.
 
 부정축재처리반 부정사건의 핵심인물인 이주일위원장 보좌관 양인현 대령은 육사8기 출신의 포병장교였다. 함경북도 경성이 고향인 양 대령 은 이주일 위원장과는 동향이었다. 그는 수명의 기업인들에 환수액수를 줄여주는 대가로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김종필의 정보부 수사팀 은 양인현의 집을 수색했으나 이주일 위원장에게 뇌물이 전달된 증거는 잡지 못했다. 김윤근은 '김 부장이 양인현 사건을 이용하여 이주일 장 군의 제거를 꾀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부수적 효과는 거둘 수 있었다. 모든 최고위원을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했다. 이때부터 최고위원들은 중 앙정보부의 눈치를 살펴가며 일해야 했다. 이때부터 중앙정보부는 명실 공히 최고회의의 상부기관으로변했다'고 썼다.(회고록 '해병대의 5·16'). ( 계속 ).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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