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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증언
 최규하증언
 
 수경사 30단장 장세동 대령은 궁정동 안가 앞 골목에서 무전기로 경호실 상황실을 찾았다. 그는 총성이 궁정동 안가에서 난 것 같다 는 보고를 했다. 단장실로 돌아와서는 전성각 수경사령관에게도 보 고했다. 장 대령은 청와대 바깥에 나가 있던 정동호 경호실 상황실 장에게도 알려주었다. 박정희와 경호원들을 살해한 총성의 정보는 가장 먼저 하나회 소속 장교들 사이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김계원의 연락을 받고 가장 먼저 청와대로 나온 정부요인은 최규 하 총리였다. 그는 1979년 12월1일 총리공관에서 전창렬 검찰관에게 한 참고인 진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때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최규하의 진술은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으므로 원문 그대로 싣는 다.
 
 [ --청와대 비서실에 도착한 경위를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사고 당일인 1979년 10월26일 20시15분경 김계원으로부터 전화 가 와서 받아보니 '청와대 제 방으로 좀 오십시오'라고 함으로 본인 은 '왜 그러시오'하고 반문하니 김계원은 '극히 중대한 일이 일어났 습니다. 하여튼 빨리 오십시오'라고 함으로 본인은 혹시 전쟁이 일 어난 것이 아닌가 하고 급히 서둘러 청와대에 도착하니 그때가 20시 30분경이었습니다.
 
 -- 청와대 비서실장방에서 김계원으로부터 처음에 어떤 말을 들으 셨습니까.
 
 '김계원은 '각하께서 위독하십니다. 차지철과 김재규가 언쟁 끝 에 총격전을 하다가…그만'이라고 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울다 가 계속하여 '그때 불이 꺼졌습니다. 그래서 불켜라고 소리를 지르 니 불이 들어왔고 방안을 들여다보니 차지철이 쓰러져 있고 그 뒤에 각하께서 쓰러져 계셨습니다'라고 했습니다.'.
 
 -- 그 직후 어떤 조치를 취하셨습니까.
 
 '계속하여 김계원이 '무슨 조치를 취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하기에 '당연히 취해야지요'라고 하니 김계원은 '국무회의를 개최해 야 하지 않겠습니까'해서 본인은 '국무회의를 개최해야지요. 합시다. 국무위원들을 이리로 불러들이시오'라고 하니 김계원은 어디로인지 여러차례 전화를 거는 것같았습니다. 곧 이어 김계원은 '국방장관 일행이 이리로 못오겠다고 하니 총리께서 그쪽으로 가셔야 하겠습니 다'라고 하기에 본인은 '그럼 그쪽으로 갑시다'하고 내무장관 법무 장관 등을 데리고 육본으로 출발했습니다.'.
 
 -- 참고로 더 할 말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김계원의 진술(합수부 및 1심법정)은 조금 다르다. 김계원은 최규 하 총리가 실장실에 도착하자 '김재규와 차지철이 싸우다가 김재규가 잘못쏜 총탄에 각하가 맞아 서거하셨습니다'라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최 총리가 '서거'가 아니고 '위독'이라 들었다고 진술한 것은 전후 사정으로 보아 이상하다. 최 총리는 울음을 터뜨리면서 '김일성이가 이 일을 알면 어떻게 하나'라고 말했다.
 
 '이젠 총리께서 지휘를 하셔야겠습니다. 군경이 충돌을 일으킬까 걱정이 됩니다. 아군 상호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경호실의 병 력출동을 금지시켰습니다.' '충돌이 없도록 해야겠지요.'.
 
 '군에 알려서 수습을 한 뒤에 각하의 서거를 발표해야 합니다.'.
 
 이 당시 김계원이 총리에게 김재규가 대통령 살해 범인이란 것을 보고했다는 사실은 적어도 그가 김재규에게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 았음을 말해준다. 총리에 이어서 구자춘 내무장관과 김치열 법무장관 이 비서실장실로 들어왔다. 김치열 장관은 부속실에서 대통령이 서거 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울면서 들어왔다. 김계원 실장이 '각하 께서 큰 일을 당하셨다'고 하니까 김치열 장관은 탁자를 치면서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그 놈의 새끼가 까불더니 결국은 일을 저질렀구나.'.
 
 김계원이 들어보니 차지철을 욕하는 말이었다. 이번에는 구자춘 장관이 물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각하가 유고이십니다.'.
 
 '유고가 무슨 뜻입니까.' '간신배를 제거한다는 것이 각하께서 다치셨습니다.'.
 
 김 장관은 다시 '차지철 그 새끼는 뭘해'라고 했다.
 
 '죽었는지 모르지요.'.
 
 김계원의 이 말에 김치열 장관은 또 '정보부장은 뭘하는 자식이야' 라고 쏘아붙였다. 김계원은 최 총리에게 '빨리 비상계엄을 선포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내무, 법무장관에 이어 도착한 사람은 박동진 외무장관이었다. 비 서실장실로 들어간 박장관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자기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있는 김계원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감고 있 었다. 박 장관이 들어갔는데도 한 마디 인사도 없었다. 긴 의자에 앉 아 있는 최규하 총리, 김치열 법무장관도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있었다. 말을 붙일 분위기가 아니라 복도로 나왔다. 구자춘 내무장관 이 답답한 표정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구 장관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대통령께서 돌아가셨대요.'.
 
 여기서 박동진 장관은 대통령이 자결했으리라는 생각이 퍼뜩 났다. 부마사태로 해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느꼈을 것이 다. 자존심이 강한 그의 성격으로서는 정치를 그만두는 사변을 맞을 바에야 인생을 스스로의 손으로 마감하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경호실 이 그렇게 튼튼한데 타살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유혁인 제1정무 수석비서관은 이날 밤8시30분쯤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친지의 집에서 식사를 하려다가 집으로 소재지를 알려야겠다고 생각이 되어 전화를 했다. 부인이 전화를 받더니 '비서실장께서 급하 게 찾았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실장실로 전화를 걸었다. 이우영 수행 비서가 받았다.
 
 '빨리 들어오십시오.' '뭣 때문에 소집하는가. 누구를 소집하는가.'.
 
 '전원 소집입니다. 장관님들도 불렀습니다.'.
 
 유수석이 청와대에 도착한 것은 밤8시50분경. 본관2층 비서실장실 로 올라갔다. 고건 제2정무수석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수석 은 바로 실장실로 들어갔다. 국무총리가 상석에 앉아 있었다. 구자춘 법무, 김치열 내무장관이 앉아 있었고 김계원 실장은 서 있었다. 김계 원 실장은 얼굴에 주기가 있었는데 멍하게 서 있었다.
 
 최 총리도 멍한 표정이었다. 그도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유 수석은 그런 분위기에서 물어볼 수도 없어서 방을 들락날락하면서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계속]
 
 [조갑제 출판국부국장·이동욱 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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