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이케다 요담
이케다 수상은 인사차 방문한 배의환 수석대표에게 '내가 6월 20일 미국을 방문하고 케네디 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케네 디로부터 한일회담을 조속히 타결짓도록 노력해 달라는 종용이 있었다'며 그 자리에서 자신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회담의 조속 한 타결은 일본의 희망과도 일치한다'는 말을 했다고 귀뜸해 주었다. 그러면서 이케다 수상은 '이 회담이 금년안에 매듭짓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10월20일, 일본 주재 한국대표부 통신실로 중앙정보부 통신실 에서 발신된 암호전문이 수신되고 있었다. 최영택 참사관 앞으로 보낸 중앙정보부 전문이었다.
<24일 김종필 부장과 석정선 2국장이 비공개로 방일. 방일목 적은 박의장이 케네디 초청으로 방미 도중 일본에 들러 이케다 수상과 정상회담을 하려 하므로 사전 협의차 가는 것임. 이케다 수상, 고사카 외상을 만날 수 있도록 교섭해 둘 것.>.
겨우 막후교섭의 기초를 다지는 단계에 머물러 있던 최영택 참사관은 '김종필-이케다 비밀 회담을 성사시켜라'는 지시전문을 받고는 당황했다. 최씨의 증언--.
'당시 일본은 국회가 열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내각 책임제여 서 개회중에는 총리 이하 각 부 대신들이 의사당으로 출퇴근을 합니다. 의회중심이기 때문에 각료들도 행정부로 출근하지 않고 의사당으로 출근하여 질의에 답변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의사당 내 집무실에서 업무를 봅니다. 최고회의 위원들은 이런 일본의 내각 책임제 분위기를 잘 알 수 없을 때였지요. 4일만에 수상과 외상에게 우리측 의사를 전달하고 결정을 받아야 했습니다. 중앙 정보부장은 장관급인데 우리가 만나자고 한 사람은 총리급이어서 이것도 부담이었습니다. 이동환 공사와 함께 이세키 아시아 국장 부터 찾아 갔습니다.'.
이세키 국장은 '박의장과 이케다 수상의 정상회담 문제이니 상당히 중요하군요. 외상께 보고드리면 외상이 수상께 보고드리 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라 고 답변했다. 공식루트로는 어느 정도 일이 해결됐다고 판단한 최참사관은 막후의 정계 보스들을 찾아 부탁을 했다.
'무리한 스케줄인 줄 잘 알고 있습니다만, 김종필 정보부장이 방일하여 수상과 외상을 만나서 한일회담과 관련한 정상회담건을 협의하고 싶습니다. 외무성과 총리실에 얘기를 좀 잘 해 주십시오.'.
기시 노부스케나 이시이 미치지로 등은 이 부탁을 잘 들어 주 었다. 10월22일 이세키 국장은 이동환 공사와 최영택 참사관에게 연락을 해왔다.
'수상과 외상께서 일정에 잡혀 있지 않지만 김종필 정보부장 이 방문한다니 일정을 쪼개 보도록 하겠답니다. 다만 시간은 20∼ 30분밖에 낼 수 없다고 합니다.'.
최참사관은 암호전문을 만들어 한국의 중앙정보부로 보냈다.
<이케다 수상과 고사카 외상이 일정을 변경해 만나도록 하겠 다고 함. 기타 정계 지도자는 제가 접촉해서 체일 도중 만날 수 있도록 시간 계획 작성중.>.
10월23일, 최영택 앞으로 '10월24일 하네다에 15:00시 도착 예정'이란 전문이 들어 왔다. 공식적인 한일회담이 진행중일 때 물밑에서는 더 굵직한 비공식 접촉이 시작되고 있었다.
10월24일 오후 3시 하네다 공항에 김종필 중앙정보부장과 석 정선 제2국장이 비밀리에 도착했다. 최영택 참사관 겸 중앙정보 부 일본 지부장이 단독으로 마중을 나갔다. 일행은 일본 궁성옆 뉴팔레스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오후에 이동환 주일공사가 합 류했다. 이날 저녁, 네 사람은 다음날 있을 요담과 관련한 대책 을 논의했다.
10월25일 오전 11시 최참사관은 김종필 부장, 이동환 공사,석 정선 2국장을 일본 국회의사당내 수상 집무실로 안내했다. 이케 다 수상과 고사카 외상, 이세키 아시아 국장, 마에다 동북아 과 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의 대화를 최영택의 회고로 재구성해 본다.
·김종필:'국회도 열리고 있는 중에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저 희들이 갑자기 방문했는데 이렇게 면접할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 니다.' ·이케다:'박의장께서 거사를 하시고 또 김부장께서 뒷받침하 신다고 고생이 많겠습니다. 앞으로 하시는 일이 잘 되기를 바랍 니다.'.
·김종필:'바쁘실텐데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 전에 외교 계통을 통해 보고 받으셨겠습니다만, 박 의장께서 미 국의 캐네디 대통령 초청으로 방미하시게 됐는데, 앞으로 한일회 담을 재개해서 국교를 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 혁명 과업중 하나 입니다. 그래서인데, 도중에 일본에 들러 이 기회에 양국의 정상 이 만나서 한일회담 타결을 위해 진지하게 논의하여 좋은 성과를 얻게끔 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 희망입니다.' ·이케다:'한일 회담은 양국의 앞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고 생각합니다.'.
·김종필:'6·25 남침도 있었지만 공산주의의 세계 적화 전략 의 연장선에는 일본도 포함되고 있습니다. 우리 양국이 힘을 합 쳐 이를 저지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일 회담 타결이 가장 좋은 방책이라 생각합니다.' ·이케다:'저도 동감입니다.'.
·김종필:'제가 독서를 좋아해서 일본 서적도 많이 읽고 있습 니다만, 일본의 전국시대의 세 영웅으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 미 히데요시,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쓰는 새장속의 뻐국새를 울 게 하는데 각각 방법이 달랐습니다.' ·이케다:'그렇습니다. 오다 노부나가는 강제로 울도록 하는 지도자이고,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달래서 울게끔 하는 지도자이며 도쿠가와 이에야쓰는 울 때까지 기다리는 지도자라고 하지요.'.
·김종필:'수상께서는 그 삼자중 어느 통치자의 방법이 좋다 고 생각하십니까.' ·이케다:'내가 대답하기 전에 김부장께서는 어느 지도자의 방책을 좋아하시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김종필:'저는 울 때까지 기다리는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방 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케다:'저도 동감입니다. 이렇게 의견이 맞는 걸 보니까 앞으로 한일 회담을 타결하는 데 좋은 징조인 것 같습니다.'.
·김종필:'그러면 박의장께서 방일하시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 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케다:'김부장 말씀을 들어보니 김부장 같은 분의 보좌를 받고 계시는 박장께서도 역시 좋은 정치를 하실 분으로 보입니 다. 기꺼이 정상회담을 환영하고 박의장을 초청하겠습니다.'.
·김종필:'그러면 협력해서 한일회담을 타결시키도록 노력해 봅시다.'.
이케다 수상은 '좋습니다. 해 봅시다'라며 손을 내밀었고 김 종필도 '해봅시다'라며 악수를 나누었다. 이로써 박정희의 방일 초청이 이루어지게 됐다. (계속).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