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  조선일보  |  독립신문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코나스넷  |  라이트뉴스  |  리버티헤럴드  |  뉴데일리  |  뉴스파인더
    
   


기사 확대  기사 축소  

육군본부 벙커
 육군본부 벙커
 
 차가 남산 케이블 카 터미널 아래에 이르자 김재규부장이 말했다.
 
 '전방경계가 걱정이고 국내 유혈사태가 걱정입니다. 비밀을 지켜야 합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해야 되겠지요. 총장, 이럴 때는 어느 사단을 뽑아야 합니까?'.
 
 정승화총장은 '20사단… 벙커에 가 봐야 알겠습니다'라고 했다.
 
 김재규는 운전사 옆자리에 탄 박흥주대령한테서 사탕인지 껌인지를 받아서 자신이 하나 먹고 차장보와 총장에게 하나씩 주었다. 정총장은 '이런 위급한 때에 남이 주는 것을 먹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바닥에 버렸다'고 한다. 와이셔츠 바람의 김부장이 앞을 향해서 '자네 옷이 나에게 맞을까'라고 했다. 앞자리에 타고 있던 박흥주는 여벌로 갖고다니던 부장의 상의를 뒤로 건네주었다. 승용차는 미8군 영내도로 를 지나 밤8시5분쯤에 육군본부 벙커 앞에 도착했다. 보초병이 사복차 림인 육군참모총장을 알아보지 못했다.
 
 '정지! 누구야' '나, 총장이다.'.
 
 보초병은 막무가내였다. 정 총장은 그를 밀어붙이고 계속 걸어 들어 갔다.
 
 벙커 입구 쪽에서 한 장교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정 총장이 불러보니 대령이었다. '급한 일이 있어서 왔으니 문을 열라'고 했다. 벙커내 총장실에 들어간 뒤에 정 총장은 대령에게 '입구에 정보부장이 기다리 고 있으니 안내하여 모셔오라'고 지시했다. 주번사령을 불러서는 '경 계를 강화하고 실탄을 지급하라. 지휘관 외에는 어떤 사람도 출입시키 지 말라'고 명령했다.
 
 김재규 부장은 차를 내리면서 '나 신이 없는데'라고 했다. 박흥주 는 오후에 광화문 가게에서 새로 샀던 검은 색 구두를 벗어주었다. 그 자신은 운전사의 구두를 빌려 신었다. 작아서 신의 뒤축을 꺾어신고 다녔다.
 
 상황실로 간 정승화 총장은 국방장관, 공군총장, 해군총장, 육군 제1, 제3군 사령관 등 중요 지휘관에게 전화를 걸라고 명령했다. 조금 있다가 정총장은 상황실에서 나와 김재규와 김정섭 정보부 2차장보를 총장 집무실로 안내했다. 정 총장은 김정섭을 보고 '비상계엄군은 제 일 먼저 어디를 경비해야 할까요'하고 물었다.
 
 '방송국, 변전소, 상수도, 은행….'.
 
 그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대로 열거하니 정총장은 이를 받아 메모 했다.
 
 벙커 상황실로 돌아온 정승화 총장은 전화를 거느라고 바빴다. 가 장 먼저 전화에 나온 것은 노재현 국방장관이었다.
 
 '비 투 벙커로 나오십시오. 급한 일이 있습니다.'.
 
 '알았습니다.'.
 
 노재현 장관은 간단하게 답하더니 전화를 끊었다.
 
 정총장은 3군사령관 이건영 중장에게 '부엉이2를 발령하고 제20, 30, 33사단은 출동준비를 시켜두라'고 지시했다. 공수9여단장에게는 '준비 가 되는대로 육군본부로 출동하라'고 명령했다. 제1군사령관에게도 부 엉이2를 발령하라고 시켰다. '부엉이2'는 2급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조 치로서 명령만 떨어지면 정규전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총 장은 차규헌 수도군단장에게 전화를 걸 때는 취재하듯이 했다. 혹시 수 도권 부대가 대통령 저격에 가담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 었다.
 
 '부대 이상 없소?' '아무 이상 없습니다.'.
 
 '지금 뭘하고 있소?' '그냥 집에 있습니다.'.
 
 '그래요?' '왜 그러십니까?'.
 
 '예하 부대는 아무 이상 없소?' '예, 아무 이상 없습니다.'.
 
 전화에 전성각 수도경비사령관이 나왔다. 차지철 경호실장은 수도경 비사령부 설치령을 고쳐서 이 부대가 경호실장의 통제를 받도록 했었다. 그런 뒤에는 서울 지역에서는 크게 필요하지도 않은 야전포병단과 미사 일부대를 창설한다고 전방에서 병력을 뽑아 군내에서 원성을 샀다.경호 실 병력과 수경사를 일종의 근위부대로 만들려고 한 차지철의 행동이 많은 군 지휘관들로 하여금 그의 야심을 의심하게 했던 것이다.
 
 정총장 은, 만약 경호실이 반란을 일으켰다면 수도경비사령부가 가담했을 것이 라고 판단했다. 이쪽의 조치내용을 먼저 이야기하면 의도가 알려지게 되므로 먼저 '이상 없소'라고 물었다.
 
 '이상 없는데요.'.
 
 정 총장은 일단 안심했다.
 
 '지금부터 내 명령 이외는 절대로 들어서는 안되오. 부대를 완전히 장악하시오. 출동준비를 시켜놓고 나한테 오시오.'.
 
 정승화 총장은 이어서 육군 참모차장, 작전 및 정보 참모부장을 불 러들이라고 지시했다. 이때 노재현 국방장관이 도착하여 총장실로 들어 왔다. 밤8시30분쯤이었다. 노장관은 들어오면서 '김계원 실장이 내집으 로 전화를 한 것 같은데 좀 연락해주시오'라고 했다.
 
 '총장 무슨 일이오?'.
 
 정 총장은 장관의 귀에다가 입을 대듯이하여 '각하께서 피격당했습 니다'라고 했다.
 
 '어디서 당하셨습니까?' '청와대 만찬장에서 당하셨습니다. 김재규 부장이 저기에 와 있으니 물어보시지요.'.
 
 정총장은 김재규가 있는 총장실로 안내하려고 복도로 장관을 데리고 나갔다. 그러나 여러 사무실 문에 명패가 붙어 있지가 않아서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다시 상황실로 와서 한 장교에게 장관의 안내를 지시 했다. 전성각 수도경비사령관이 벙커에 도착했다. 정 총장은 '자네 부 대는 이상이 없나'하고 다시 확인한 다음 '각하가 저격당하셨다'고 말 한 뒤에 단호하게 명령했다.
 
 '밤에 청와대를 포위했다가 날이 새면 범인을 색출하시오.' '수도경비사령관으로서 청와대 생리는 제가 좀 압니다. 경호실의 생 리상 우리가 부대를 배치하면 총격전이 벌어집니다.'
 
 '그러면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도록 원거리에서 외곽을 포위, 차단 하시오.'.
 
 [계속]
 
 
 [조갑제 출판국부국장·이동욱 월간조선기자]
 
기사목록  프린트하기 

조선일보 | 스포츠조선 | 주간조선 | 소년조선 | 여성조선 | NK조선 | IT조선 | 잡지DB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1가 163 광화문 오피시아 1729호  |  대표자 : 조갑제  |  사업자등록번호 : 101-09-63091
상호 : 조갑제닷컴  |  개인정보관리 책임자 : 김동현  |  전화번호 : 02-722-9411~3  |  팩시밀리 : 02-722-9414 |
    개인정보취급방침

발행인 : 조갑제 | 편집인 : 조갑제 | 등록번호 : 서울아00945 | 등록일 : 2009/08/24 | 국민은행 360101-04-065553(예금주: 조갑제닷컴)
webmaster@chogabj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