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1961년11월16일 박정희는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군사혁명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어떤 사업가도 뇌물을 주지않고는 일을 해나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 다. 관료주의가 비대하여 비능률성을 야기시켰습니다. 입법부는 국가에 대한 책임감을 도외시하고 절망적으로 분열되었습니다. 노동단체는 정치 적인 악당으로 이용되었고 많은 신문이 매수되고 타락되고 또는 공산주 의에 감염되었습니다. 본인도 농민의 아들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농민들 이 연간 10할에 달하는 이자까지를 물고 고리채업자의 마수에서 헤어날 희망도 없을 정도로 많은 부채를 지고 있는 궁경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위험천만한 것은 일부층에서 주창한 북한 괴뢰와의 협상론이었습니다.'.
'우리는 공산주의자들의 직접적인 침략보다도 오히려 우리나라를 내 부로부터 전복시키려는 공산주의자들의 흉계로 인하여 더 큰 위협을 받 았습니다. 여러 달에 걸쳐 나는 10여명의 혁명핵심세력을 확장시켜서 약 220명의 청렴하고 헌신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혁명기간세력을 확보하였던 것입니다.
혁명 후 우리는 국회를 해산하고 노동조합 등 사회단체의 활 동을 정지시켰고 언론에 대해서는 약간의 선도를 강구함이 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우리는 긴급한 수로공사와 조림사업, 개간사업에 착수하여 수만 명에게 일자리를 주었습니다. 복잡한 행정절차를 시정하고 세제를 개혁하였으며 중소기업의 진흥을 위해서 자금을 많이 방출했습니다. 밀 수품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국민 각자는 자진해서 의복, 음식, 혼 례식, 장례식을 간소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또 오는 1월부터 시 행될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작성하였습니다.'.
이날 박 의장은 원충연 최고회의 공보실장이 적어준 원고를 읽어내려 갔다. 이 원고는 양면에 걸쳐 쓰여 있었다. 박정희는 한 면을 빠뜨리고 연설문을 읽어가다가 문맥이 이어지지 않아 이상한 생각을 했다. 실수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다행인 것은 한상국중령이 통역의 속도를 조절하여 이 실수가 외국 기자들에게는 눈치채이지 않았다는 점 이다. 이 연설을 녹음하여 한국을 향해서 방송하게 되어 있었던 '미국의 소리'방송이 문제였다.
한국 사람들이 들으면 박정희의 실수가 드러날 판이었다. 방미선발대장으로 먼저 와 있었던 육군방첩부대장 김재춘 준 장은 '미국의 소리'방송을 진행하는 황재경목사에게 부탁하여 편집을 한 후 방송하도록 손을 썼다. 박 의장이 이런 실수를 한 것은 너무 빡빡하 게 짜여진 일정과도 관계가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과 두번째 회담을 하 고 대사관저로 돌아온 박정희는 만만한 김재춘을 부르더니 불평을 털어 놓았다.
'글쎄, 이놈들이 일정을 어떻게 짰는지 이거 뭐 수학여행 온 것도 아 니고 아침에 일어나 세수할 시간도 없으니…' 유양수최고회의 외무 국방 위원장이 밤늦게 다음날 일정을 위한 대책회의를 소집했지만 수행원들도 녹초가 되어 심사숙고할 처지가 못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정희는 연설 문을 한번 읽어볼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이 실수로 해서 원충연 공보실 장은 박 의장의 신임을 잃게 된다.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는 연설이 끝 난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문:'한국 신문인의 투옥과 언론자유의 탄압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있 는가.' ·답(답):'민족일보 사건에 관해서 묻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들은 공개재판 결과 신문인을 가장한 공산주 의 간첩임이 입증되었다. 그들의 운영자금은 일본 조총련을 통해 북괴로 부터 공급되었으며 이들은 북괴의 지령에 따라 행동하였을 뿐 아니라 사 설은 북한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이들을 사실상 언론자유를 남용한 것이 다. 신문인이라 할지라도 국법을 어겼을 때에는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 다.'.
·문:'북한은 소련, 혹은 중공, 어느 쪽에 예속되어 있는가.' ·답:'나는 북괴가 소련, 중공 양쪽에 다 예속되어 있다고 생각한 다. 어느 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가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문:'한국의 민간정치인들에게 그토록 치욕을 준 뒤에 민간정부로 복 귀한다고 해도 국민들은 과연 그들을 신뢰할 수가 있겠는가. 박 장군과 동료들은 1963년에 민간인이 되어 선거에 입후보하려고 생각하고 있는가.' ·답:'민간정치인들의 체면손상은 자업자득이다. 나 자신을 비롯한 우 리 군인들은 민간정부가 들어서면 본연의 임무로 돌아갈 것이다. 양심적 인민간인들의 출마를 희망한다.'.
·문:'한국동란 때 유엔군은 맥아더 원수의 주장대로 압록강 너머로 진격했어야 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답:'한국인으로서 나는 당시 그 안에 찬성했으나 이에 대한 올바른 판단은 먼 장래의 역사가 해결할 것이다.'(청중들이 박수).
·문:'각하의 견해로는 외몽고를 자주독립 국가로 보는가. 그렇지 않 으면 소련, 중공의 예속국으로 보는가.' ·답:'사실 나는 외몽고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외몽고도 북괴과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문:'플라스틱 젓가락 사용 이야기는 그만두고라도 목재난을 어떻게 해결하려는가.' ·답:'나무젓가락 금지문제는 우리에게는 웃을 이야기가 아니다. 목재 난이 하도 심해서 (플라스틱) 위생저의 사용을 의무화한 사정을 이해하 여야 할 것이다.'.
박정희 의장은 짤막하고 군더더기 없는 답변으로써 많은 기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박 의장은 기자회견을 끝내면서 '많은 외국지도자 들이 내셔널 프레서 클럽에서 혼이 났다고 이야기 들었는데 오늘 여러분 들은 부드럽게 대해주어서 감사한다'고 말했다. ( 계속 ).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