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  조선일보  |  독립신문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코나스넷  |  라이트뉴스  |  리버티헤럴드  |  뉴데일리  |  뉴스파인더
    
   


기사 확대  기사 축소  

화폐개혁 충격
 화폐개혁 충격
 
 화폐 개혁을 이틀 앞둔 6월7일 재무부는 은행감독원에서 검사역 13명을 뽑아 부산 부두로 보냈다. 이들은 장교로 위장했다. 그들은 정보부 요원들과 함께 군인들을 지휘하여 새 화폐를 교환 장소로 인도하는 책임 을 졌다. 군인들에겐 '이 안에 폭발물이 들어 있으니 잘못 다루면 큰 일 난다'고 이야기해두었다. 군인들은 상자를 들다가 코를 벌름거리며 '이상한 냄새가 난다. 화공약품이 터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뛰어오 곤했다.
 
 화폐 교환은 한국은행이 책임지고 교환소까지의 운반은 정보부 와 군대가 맡았다. 보안은 완벽했다. 천병규 재무장관은 민병도 한국은 행총재에게까지 비밀을 유지했을 정도였다. 천병규의 생전 회고록에 따 르면 박정희 의장은 사뮤엘 버거 주한 미국대사에게는 48시간 전에 통보 했다고 한다.
 
 최고회의 의장실에 불려온 버거 대사에게 통화개혁의 지휘자인 유원식 위원은 '선물을 하나 주겠는데 맞추어보시오'라고 농담을 했다고 한다. 버거 대사는 '내각 총사퇴인가?'라고 했다. 박정희 의장이 '통화개 혁을 한다'고 했을 때 버거 대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잘하는 일'이 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순진한 유원식은 이런 말을 액면대로 받아들 여 나중에 기자들에게 '통화개혁에 미국 대사도 찬성했다'고 말했다.
 
 버거대사는 이때 속으로는 '어디 두고보자'라고 벼르고 있었을 것이다. 5· 16이란 군사쿠데타도 미리 탐지하지 못했던 미국 대사관으로서는 통화개 혁이란 경제쿠데타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자존심이 심히 상했을 것 이다. 더구나 거액의 원조를 제공해 온 미국으로서는 수원국의 '멋대로' 에 배신감까지 느낄 만했다. 천병규 장관도 같은 시간에 멜로이 유엔군 사령관을 방문하여 통화개혁을 통보했다.
 
 1962년6월9일 저녁7시가 지나자 조용하던 최고회의 청사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최고회의 전의원, 전각료, 그리고 영문을 모르는 한은 총재가 불려왔다. 회의실의 문이 닫히고 박 의장이 짤막하게 비상소집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서 유원식이 전문29조와 부칙으로 된 '긴급통화조치법'의 제안 설명을 했다. 극비작업팀의 책임자 김정렴은 세부사항을 보고했 다. 법안은 8시35분 만장일치로 최고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즉석에서 소집된 각의는 이 법에 따른 시행령과 세칙을 의결했다.
 
 박정희 의장은 '극히 제한된 몇 사람들 외에는 사전에 협의하지 못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각료와 최고위원 전원은 밤 10시 10분 전까지는 일체 외부와 연락을 끊고 연금상태에 있어달라'고 지시했다. 이 순간 이 장소를 빠져나가야 할 사람이 있었다. 민병도 한은 총재였다. 회의실 출 입문을 지키던 경비병이 민 총재를 제지했다. 이 모습이 기자들의 눈에 뜨였다. 어느 기자가 '통화개혁이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밤8시40분쯤 최고회의 기자실에 뛰어 들어온 이후락 공보실장은 흥분 된 표정이었다. 기자들에게 각서를 쓰라고 요구했다. '이 자료는 밤 10 시 정각까지 일체 외부에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한 편 한국은행에 당도한 민병도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소집하고 임직원들에 게 비상을 걸었다. 통화개혁에 관한 비밀계획을 수립해온 김정렴은 문서 보따리를 총재에게 넘겨주었다. 긴급통화조치에 관한 법령, 해설, 기구 편성, 지시사항들이 들어 있는 보따리였다.
 
 '이상덕 이사를 통화조치대책위원장에 임명하고 이 보따리를 주면 제 1차 통화개혁 때의 경험이 있으니 알아서 처리할 것입니다.'.
 
 박정희 의장은 1962년6월9일 밤10시에 공표된 통화개혁(10일 0시부터 발효)에 즈음한 담화에서 '부정부패 등 음성적으로 축적된 자금이 상당 히 온존해 있으나 이는 산업자금화나 장기저축으로 되어 있지 않다'면서 '누증된 통화량은 언제든지 투기화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악성 인플 레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박의장은 이어서 '음성자금과 과잉구매 력을 진정한 장기 저축으로 유도하여 이를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동시 에 인플레를 방지하는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 통화개혁은 화 폐단위인 '환'을 '원'으로 바꾸면서 화폐가치만 10 대 1로 평가절하한 것이 아니었다. 박 의장의 담화는 이 화폐개혁의 진정한 목적이 화폐교 환때 노출되는 음성자금을 은행에 장기저축 형식으로 붙들어둔 뒤 이를 투자재원으로 동원한다는 것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국가에 의한 사유재 산의 침해인 것은 물론이고 보는 이들에 따라선 국가자본주의적인 발상 이란 비난을 들을 만도 했다.
 
 박정희 의장은 10일 아침 이병철 삼성 사장을 불렀다.
 
 '어젯밤 방송 들었지요?'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큰 혼란에 빠질 겁니다.'.
 
 '경제건설을 위한 자금조달에는 이 길밖에 없다고 하여 단행한 것입 니다. 극비리에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최고회의 안에서도 모르는 사람 들이 많았습니다. 새 지폐는 천병규 장관이 영국에서 인쇄했습니다.' '신화폐의 교환을 위해서 날마다 수백만 명이 은행창구에 줄을 서야 하므로 그 원성이 모두 정부에 돌아갈 것이고 국민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에너지의 낭비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통화개혁은 해만 남겼지 성공한 예가 거의 없습니다. 2차 대전 후 서독은 워낙 인플레가 심해 그 수습 책으로 통화개혁을 단행했었지만 한국의 사정은 다릅니다. 큰 돈 가진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경제인의 의견도 사전에 들을 걸 그랬군요.'.
 
 대화중에도 여러 차례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개혁에 대한 각계의 반 응들인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들뿐이었다. 박정희 의장은 난감한 표 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해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정치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게 되는데···무슨 다른 방도가 없을까요.'.
 
 이병철은 '전면 해제가 어려우면 기술적으로 풀어가는 도리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뒤 물러 나왔다. ( 계속 ).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기사목록  프린트하기 

조선일보 | 스포츠조선 | 주간조선 | 소년조선 | 여성조선 | NK조선 | IT조선 | 잡지DB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1가 163 광화문 오피시아 1729호  |  대표자 : 조갑제  |  사업자등록번호 : 101-09-63091
상호 : 조갑제닷컴  |  개인정보관리 책임자 : 김동현  |  전화번호 : 02-722-9411~3  |  팩시밀리 : 02-722-9414 |
    개인정보취급방침

발행인 : 조갑제 | 편집인 : 조갑제 | 등록번호 : 서울아00945 | 등록일 : 2009/08/24 | 국민은행 360101-04-065553(예금주: 조갑제닷컴)
webmaster@chogabj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