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 부도
1962년5월 증권거래소는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대행 결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40억환을 증자하기로 하고 그 가운 데 5억환을 공모했다. 이때 증권거래소 주식, 즉 대증주는 액면 가격이 5전인데 그 70배인 35환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증권거래소는 주당 14환의 프리미엄을 붙여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식청약을 받았다.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청약전날 밤 증권회사와 은행주변의 여관방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증권시장도 활성화시키고 그 틈을 타서 합법적으로 재건동지회 창당 자금을 마련한다는 정보부측과 증권투기사 윤응상의 구상은 증권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데까지는 성공한 것이다.
증권회사들이 매도측과 매수측으로 나누어져 일대 공방전을 펼치는 데 따라 주식값은 무섭게 치솟았다. 3월말 9환20전이던 대증주가 한 달 뒤에는 당일결제 거래에서 42환 50전, 선물거래 (보통거래 또는 청산거래)에서는 60환으로 올랐다. 4월에는 거 래액이 1,180억환에 이르렀다.그 가운데 1,020억환은 결제를 나 중에 하는 보통거래였다. 현금과 현물의 뒷받침이 없는 이른바 공매도 성행했다.
무턱대고 거래약정을 한 뒤 증거금(보증금)만 내놓고는 결제 당일까지 정산하지 않는 금액이 4월17일 현재 22 억6천만 환에 달했다. 증권거래소는 주식을 판 사람이 결제예정 일에 주식현물을 가져오면 매수인이 잔금을 치르지 않더라도 매 도인에게 대행결제를 해주게 되어 있었다. 결제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증권거래소의 대행결제 자금이 달리기 시작 했다.
증권거래소는 재무부에 20억환의 융자를 신청했다. 20억환 은 금융기관 대출 한도액을 초과하는 액수였다. 4월18일 금융통 화위원회는 증권거래소가 증자를 통해서 20억환을 갚겠다고 하는 약속을 믿고 한도외 융자를 승인했다. 그 열흘 뒤 증권거래 소는 또 다시 30억환의 추가 융자를 요청했다. 당시는 통화개혁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정부에선 대사를 앞두고 증권시장이 마비되면 큰 일이라고 생각했다.
4월28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격론 끝에 추가 융자도 승인해주 었다. 정부는 이제 증권시장의 인질이 되어버렸다. 5월의 주식 거래는 드디어 2,510억환에 달했다. 지난 6년간의 총주식거래액 2,740억환과 맞먹는 거래액이었다. 이 액수는 당시 국내 총통화 량의 약 60%나 되는 돈이었다. 주식의 등락이 심하니 거래 약정을 해놓고 결제를 하지 않는 매수자가 늘어났다. 5월말을 앞두 고 매수자가 결제를 못해서 증권거래소에서 대신 지불해야할 금 액이 691억환에 달했다. 이 중 60%는 보증금으로 받아놓은 적립 증거금으로 충당한다고 해도 230억환의 융자가 긴급히 필요하다 고 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5월30일 회의를 열고 융자건을 승인했다. 그런데 이 돈이 풀려나가도 증권거래소에 의한 대행 결제는 완결되지 못했다. 다시 100억환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 일었 다. '결제자금이 바닥났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식값은 곤두박질 쳤다. 그러는 사이 증권시장은 월말 대행결제를 다하지 못해 파탄이 나고 말았다. 증권시장이 부도가 난 것이다. 천병규 재무 장관은 박정희 의장, 송요찬 내각수반, 유원식 최고위원과 협의 한 뒤 6월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또 다시 소집했다. 유원식 최고 회의 재경위원이 참석하여 '내가 전 책임을 지겠으니 긴급 융자를 승인해주시오'라고 강권했다.
증권파동의 중심인물인 강성원도 회의장에 나가서 정보부의 위세를 과시했다. 금융통화위원회 는 100억환의 추가 지원을 승인했다. 이 돈으로 5월말에 결제기 일이 도래한 주식거래대금을 겨우 지불할 수 있었다. 6월4일 증 시장은 개장되었으나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6월에 결제기일이 도래하는 약 392억환의 거래약정액이었다.
송요찬 내각수반은 6월5일 재무부장관에 내린 지시각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송 수반은 이 각서에서 '재무장관에게 여러번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부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 은 물론이고 정확한 보고를 상부에 올리지 않았다'고 힐책하고 파동을 일으킨 책임자의 처벌을 지시했다. 박정희의장도 6월7일 송요찬, 천병규, 유원식을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지시에서 그는 6월말까지 결제 기한이 도래하는 주식거래를 해지시키도록 지시했다.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