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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몰리다
 김종필, 몰리다
 
 박정희 의장의 지시에 따라 증권거래소는 약정가격의 약 3분의3를 해지가격으로 정하고 6월결재 도래분의 거래를 모 두 무효화시켰다. 6월10일 통화개혁으로 증권시장은 휴장에 들어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증권파동으로 떼돈을 벌고 떼돈 을 날렸다. 증권시장이란 것은 믿을 수 없는 투기판이란 인 상을 국민들에게 주게 되었다. 증권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기 까지는 10년을 기다려야 했다.
 
 6월16일 박정희 의장은 송요찬 내각수반, 김종필 정보부장, 천병규 재무장관, 유원식 위원을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송요찬은 천장관을 비난했다.
 
 '근자에 들어서 재무장관이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시를 해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천장관은 정면에서 반박했다.
 
 '송수반은 증권파동이 일어나고 통화개혁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대두하니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양 자가 국사를 둘러싸고 상하분쟁을 일으켜 정부의 위신을 추락시켰으니 일도양단 하십시오.'.
 
 박정희 의장은 이날 송요찬, 천 재무장관의 사표를 수리 한다고 발표했다.
 
 이틀 뒤 박정희 의장은 자신이 잠정적으로 내각수반을 겸임하고 재무장관에는 김세련을 임명했다. 송요찬이 천병 규 장관을 질책한 것은 천 장관을 조종하고 있다고 본 김종 필 부장에 대한 간접적인 비난에 다름 아니었다. 천병규 장 관은 '혁명세력내부가 '한 덩어리의 바위'가 아니라 수개의 분파로 대립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민간 각료는 자 주력이 없는 일개의 사무적 기능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다'고 회고했다. 송요찬 수반은 통화개혁과 증권파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유원식과 김종필이 벌여놓은 일에 책임을 지는 모습으로 퇴진하였으니 가슴속엔 원한이 쌓일 만도 했다. 1년 뒤 그는 반격으로 나온다.
 
 한편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은, 재건동지회 비밀조직 및 증권파동으로 헛점이 노출되면서 이주일 최고회의 부의장, 김동하 재경위원장으로 대표되는 함경도 세력과 김종오 육 군참모총장, 김재춘 합동수사본부장(육군방첩부대장)의 군 부세력으로부터 도전을 받는다. 6월말 김재춘은 김종오와 함께 박정희 의장을 찾아가 그동안 수집한 정보부의 월권행 위를 낱낱이 보고했다.
 
 '군·검·경 합동수사본부장인 저에게까지 무장한 특공 대를 따라붙여 겁을 주는데 일반 국민들에게는 어떤 행패를 부리겠습니까. 강제수사를 해서라도 정보부에 대해서 국민 들이 가진 의혹을 풀어주어야 합니다.'.
 
 김종오 총장도 '하루빨리 민심을 수습하는 조치를 취하 여야겠습니다'라고 거들었다. 박 의장은 '알았어!'하고는 다시는 말이 없었다. 두 사람은 물러나올 수밖에 없었다.다 음날 박정희 의장은 김재춘에게 전화를 걸어 김종오 총장과 함께 최고회의로 들어오라고 했다. 박의장은 두 사람 앞에 서 이런 말을 꺼냈다.
 
 '김재춘 장군이 중앙정보부를 좀 맡아 주어야겠소. 이 혼란한 상황을 수습할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각 별히 부탁하는 것이오.'.
 
 김재춘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김종필과 관계 된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소극적이던 박의장이 이런 결단을 내린 배경이 궁금했다.
 
 '그럼 김종필 부장은 어떻게 하시고요?' '그 사람은 복잡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현직에서 물러 나 의장 보좌관으로 있도록 하지.'.
 
 김재춘은 의아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의혹사건의 배 후책임자로 김종필 부장이 꼽히고 있고 자신이 정보부장이 되면 김종필까지 수사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인데 과연 거기 까지 생각하여 이런 인사를 결심한 것인지···.
 
 다음날 김종오 총장과 김재춘 본부장은 다시 박 의장에 게 불려갔다.
 
 '김재춘 장군 어제 내가 모처럼 부탁한 정보부장 이야기 는 좀 어렵게 되었소.' '어렵게 되다니요?' '그게 말이오···.'.
 
 박정희는 생각을 바꾸게 된 배경을 설명해주었다고 한 다. 간밤에 최고회의 안의 육사8기 소장파들이 자신을 찾아 와 밤새도록 설득하더란 것이다.
 
 '그렇게 하시면 그러지 않아도 신당 문제로 곤경에 빠져 있는 김종필 부장을 매장하는 결과가 됩니다. 후임에 김재 춘을 앉히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혁명주체 세 력은 와해되고 맙니다. 절대로 안될 말씀입니다.' '각하! 우리는 한 배를 타고 항해하고 있습니다. 공동운 명체입니다. 서로 치고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계속'.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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