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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박정희를 설득하다
 JP, 박정희를 설득하다
 
 1962년2월22일 신임 정보부장 김재춘준장은 김종필 전부장의 육사 8기중심의 정보부 체제를 전면 개편했다. 서정순차장을 포함한 국장 전원과 지부장 등 31명을 해임하거나 자리를 바꾸었다. 새 차장엔 박 원석공군참모차장, 정보차장보엔 김동배해군준장, 보안차장보엔 여운상 서울지검 부장검사가 임명되었다. 김재춘 부장은 또 '이제부터는 정치사찰은 안한다. 정보부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신고하라'고 했다.
 
 김종필은 정보부 숙청인사에 대해서 '나로서는 말하고싶지도 않고 논평할 입장도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 하루 전에 정보부는 김 종필전 부장이 관련되었다는 이른바 4대 의혹사건 수사에 착수했다.혁명정부의 머리와 심장, 그리고 채찍역할을 해온 김종필은 권력의 칼자 루를 놓은 뒤엔 그 칼끝이 겨냥하는 표적이 되고 있었다. 김종필 총리는 몇년 전 이렇게 술회한 적이 있다.
 
 '내가 현직을 그만뒀는데 당장 날 감시하기 시작하더라구요. 검은 지프가 늘 따라다녔습니다. 이게 나의 운명인가 봅니다. 그래서 내가 어른(박의장)을 찾아가서 '제가 여기 없어야 되겠습니다. 모든 공격 대상이 저로 되어 있으니까 그 대상이 없어질 때 예봉이 꺾이는 것 아니겠습니까'하고 말씀드렸지요. 그랬더니 영감이 담배재를 신경질적으로 터시더니 '이 친구들이 나마저 미워하는 것 같애!' 이럽디다.
 
 그건 근거가 있습니다. 최고회의에서 상당기간 영감이 고립되어 있 었거든요.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철렁해요. 영감이 피식 웃으시면서 내 손목을 꼭 잡고 말씀하십디다. '그래, 괴롭겠지만 당분간 나가 있 어. 그동안 내가 어떻게든 수습해볼께. 상대가 없으면 가라앉겠지'라 고 말이지요.'.
 
 이무렵 김종필은 밤중에 의장공관을 방문했다고 한다. 박정희와는 대구사범 동기인 서정귀(뒤에 호남정유 사장)가 와 있었다. 그는 박정 희에게 '민정불참을 선언한대로 일단 군에 돌아가 있어. 그러면 다시 혼란이 올 것이고 국민들이 역시 박대장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할 거야.
 
 그때 다시 나오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하고 있었다. 김종필은 서정 귀를 면전에서 공박했다고 한다.
 
 '5·16혁명이 장난입니까. 어디 요행을 보고 한 일입니까. 사태가 이 모양이니까 되돌아가서 앉아 있으면 누가 부를 거다, 어디서 그런 발상을 하십니까. 매듭은 만든 사람이 풀어야 합니다. 5·16혁명이 잘 됐건 못 됐건 박의장께서는 거기서 떠날 수가 없습니다. 서선생이 뭔 데 이런 말씀을 각하께 해서 자극을 주십니까.'.
 
 김종필은 박의장한테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각하, 이런 말씀 귀담아 들으시면 안됩니다. 책임을 다하셔야 합 니다. 저는 25일에 외국으로 나가려 합니다. 각하께서는 여하한 일이 있더라도 민정에 참여하셔야 합니다. 선거에 나가서 국민한테 심판을 받으십시오. 5·16을 안했으면 몰라도 한 이상에는 대통령을 하셔야 합니다. 제가 잘못한 일을 모두 안고 물러날테니까 각하는 민정에 참 여하셔야 합니다. 공화당은 26일에 창당됩니다. 제가 없더라도 공화당 이 일어서거든 그놈을 타십시오. 제가 없다고 흐지부지되거든 공화당 을 버리고 새로 당을 만드십시오.'.
 
 김종필은 일어서면서 또 한번 서정귀한테 '그러시면 안됩니다'하고 쏘아붙였다. 박의장은 김종필을 잡으면서 '여기 앉아. 이 사람은 그래 도 나를 생각해서 한 얘기인데 몰아부치지마'라고 했다. 세 사람은 새 벽까지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김종필은 자신을 대신하여 공화당 창당 준비위원장을 맡아 줄 사람 으로 꼿꼿한 변호사 정구영을 선택했다. 김종필은 고사하는 정구영에 게 애원하디시피 했다고 한다. 김종필은 '자금 같은 것 조금도 걱정하 실것없습니다. 이미 기부받아놓은 것이 창당하고 당을 운영하는 데 넉 넉할만큼 준비되어 있으니 당을 맡아주십시오'라고 했다. 김종필 부장 의 정치담당 고문을 지낸 김용태(뒤에 공화당 원내총무)도 '자금은 모 두 선생님에게 다 드리겠습니다. 한 사람이 물러난다고 우리가 이렇게 거족적으로 준비하던 것을 벼란간 무너뜨린다면 사람이 할 짓입니까' 라고 매달렸다는 것이다.
 
 2월23일 박정희 의장은 김현철내각수반, 김희덕최고회의 외무 국방 위원장, 최덕신외무장관, 최석신외무부장관 특별보좌관을 불러 김종필 의 여권문제를 의논했다. 이 자리에서 내각수반과외무장관은 최석신 대령에게 발언을 시켰다. 최대령은 원론대로 이야기했다.
 
 '여권 종류에는 외교관 여권, 관용여권, 일반여권이 있습니다. 지금 어떤 종류의 여권을 김 전 부장에게 발급해야 할지 결정해주셔야겠습 니다.' 박의장은 즉시 결정했다.
 
 '그 사람은 외교관도 아니고 관리도 아니니 일반여권을 주어야겠 군.'.
 
 최외무장관은 '다음은 비용문제가···'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 다. 박의장은 최 대령을 향해서 '무슨 내용인지 말하시오'라고 했다. 최석신은 '여권이 발급되면 정부는 소정의 경비를 외화로 교환해주어 야 합니다'라고 했다. 박의장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사람도 돈이 필요하지 않겠소. 규정대로 하시오'라고 했다. 이런 것까지 자신 에게 묻고 결정하느냐는 표정이었다.
 
 이날 최석신 대령이 퇴근한 뒤 집에 머물고 있는데 외무장관으로부 터 전화가 왔다.
 
 '김종필 부장이 외교관 여권에 순회대사 자격이 아니면 출국하지 않겠다고 하니 그렇게 해주라고 김재춘 부장이 연락이 왔다. 보좌관이 알아서 처리하라.'.
 
 최대령은 '의장이 결정한 문제를 일개 보좌관이 멋대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장관께서 정치적 책임을 지고 결정하십시오'라고 했으나 장 관은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미루었다. 최석신은 2월25일 오전 박정희 의장실로 찾아갔다. 의장비서실장을 통해서 다시 결재를 받아 김종필에게 직명을 순회대사로 한 외교관 여권을 발급했다. '계속'.
 
 (조갑제출판국부국장기자) (이동욱월간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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